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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 결국 법정 다툼으로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두고 빚어진 갈등이 법정 다툼으로 가게 됐다. CCS충북방송이 방송송출 중단을 정지해달라며 CJ온스타일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오는 9일 CCS충북방송이 CJ온스타일을 상대로 제기한 송출 중단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기일을 연다.

이날 자정 CJ ENM 커머스(CJ온스타일)는 CCS 충북방송을 비롯해 딜라이브·아름방송 등 케이블TV(SO) 3개사에서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아날로그 송출방식인 8VSB(단방향상품) 가입자 비중이 높아 송출수수료 대비 매출 개선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CCS 충북방송은 즉각 법적대응에 나섰다.

핵심쟁점은 방송송출 중단의 정당성이 될 전망이다.

CJ온스타일은 케이블TV 사업자 가운데 CCS충북방송의 최근 5년 평균 취급고와 가입자 수 감소 폭이 특히 컸기에 방송송출을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앞서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인하안을 제시했지만, CCS충북방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데 따른 부득이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CCS충북방송은 CJ온스타일이 방송 채널에서 모바일 구매를 유도해 방송 매출을 줄이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CCS충북방송이 CJ온스타일의 시청자와 매출액을 늘리는데 기여했음에도 불구,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이번 송출 중단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관건은 데이터의 공개다. 지금까진 시장에 공개된 데이터가 워낙 한정되어, 사업자끼리 제대로된 검증이 어렵다고 말해왔다.

유료방송사는 홈쇼핑사가 방송 채널에서 QR코드 등으로 모바일 구매를 유도하고 있으니 모바일 판매액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홈쇼핑사는 유료방송사 가입자 수에 중복이 많아 실제 가입자 수보다 부풀려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8VSB(단방향상품) 가입자도 또 다른 쟁점이 될 전망이다. 8VSB는 케이블TV가 디지털 취약계층의 난시청 해소를 지원하고자 출시한 복지 상품이다. 지상파의 디지털 전환 이후 디지털 복지를 확대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른 것이다. 현재 케이블TV 전체 이용자 중 46%가 해당 상품에 가입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온스타일은 방송송출을 중단한 3개 사업자의 8VSB 가입자 비중이 유독 높다고 밝힌 가운데, 케이블TV 업계에 따르면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22년 12월 기준 8VSB 가입자 비중은 ▲LG헬로비전 27.5% ▲SK브로드밴드 47.1% ▲딜라이브 34.8% ▲CMB 95.1% ▲HCN 36.7% ▲개별SO(CCS충북방송 포함) 55.0% 등이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TV홈쇼핑은 단순히 매출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계층이 평등하게 소비할 수 있는 포용적 서비스 제공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이는 단기적인 수익을 넘어 장기적인 신뢰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사가 유료방송 플랫폼을 상대로 방송송출은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엔 LG헬로비전이 티캐스트 채널의 방송송출을, 2021년엔 CJ ENM이 LG유플러스 ‘U+모바일tv’에서 방송송출을 중단한바 있다. 즉, 무대만 옮겨졌을 뿐 비슷한 행태는 반복된 것이다.

학계에선 이번 사태를 단순히 홈쇼핑사와 케이블TV 사업자간 갈등으로 볼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한정된 재원을 두고 시장에 울린 첫 파열음이자, 갈등의 서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실제 딜라이브도 현재 CJ온스타일을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은 유료방송사업자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갈등은 당연한 흐름이라 보면서도, 정부 차원에서 홈쇼핑사의 매출 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전문가는 “과연 홈쇼핑 채널이 송출되지 않아도 (홈쇼핑사의) 모바일 매출이 유지될 것이냐에 대해 냉철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객관적인 홈쇼핑 송출수수료 산정을 위해선 방송에서 제공한 모바일 쿠폰 사용 내역이나 특정 방송 시간대 구매 내역 등의 데이터를 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홈쇼핑이 유료방송 산업에 기여한 바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송출 중단은 어떤 방식으로든 유료방송 시장에 충격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신규사업자와 경쟁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산업의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양자가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가입자 감소를 이유로 케이블TV에 지급하는 송출수수료를 줄인다면, 같은 맥락에서 가입자가 늘어난 IPTV에는 송출수수료를 늘려줘야 한다는 점도 생각해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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