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송출중단 ‘초유의 사태’…정부 만류도 안 통했다 [IT클로즈업]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홈쇼핑 사업자가 유료방송 플랫폼에서 방송송출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두고 홈쇼핑과 케이블TV(SO) 사업자가 갈등을 이어온 가운데 실제 송출 중단으로 이어진 것은 처음이다.
특히, 홈쇼핑사는 전날(4일) 밤까지 이어진 정부의 만류에도 방송 중단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시청자 편익 훼손 우려가 나온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 ENM 커머스(CJ온스타일)는 이날 자정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서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 충북방송 가입자에 CJ온스타일은 “CJ온스타일에서 방송 제공을 중지하여 방송이 중단되고 있다”고 안내했다.
양측은 홈쇼핑 송출수수료를 두고 장기간 갈등을 이어왔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이 방송채널에 편성된 대가로 유료방송 사업자에 지급하는 것으로, 홈쇼핑사는 유료방송사의 가입자가 감소해 채널 경쟁력이 떨어졌다며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해왔다. 반면 유료방송사는 홈쇼핑사가 방송 채널에서 모바일 구매를 유도해 방송 매출을 줄이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먼저, 홈쇼핑사는 지난해부터 외형 성장이 멈추고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가운데 송출수수료 부담은 높아졌다고 말해왔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TV홈쇼핑 방송 매출액의 65.7%를 기록했다.
특히, 홈쇼핑사는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감소가 자사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봤다. 2022년 TV홈쇼핑 7개 업체들의 방송 매출액은 3.7% 감소하면서, 2020년(1.8%)과 2021년(2.5%)에 이어 3년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같은기간 케이블TV의 가입자 수도 감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2022년 하반기 기준 케이블TV의 가입자 수는 1273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과 2021년과 대비 각각 3.8%, 1.5%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유료방송사의 입장은 다르다. 홈쇼핑사가 방송 채널에서 모바일 구매를 유도해 방송 매출을 줄이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홈쇼핑사의 모바일 매출 역시 송출수수료 산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2020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TV홈쇼핑 이용자의 60%는 모바일 전용 앱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특히 응답자 중 92%가 모바일 앱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사업자가 임의로 제공하는 ‘할인혜택’을 꼽았다.
특히, 케이블TV는 홈쇼핑사를 상대로 송출수수료를 계속 인하해왔다고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감률은 ▲2017년 –4.6% ▲2018년 –2.6% ▲2019년 –1.7% ▲2020년 –3.8%다.
업계에선 케이블TV를 시작으로, IPTV(인터넷TV) 등 유료방송 전반으로 송출수수료 인하 압박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출중단 통보 대상으로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 등을 먼저 선택한 이유도 다른 사업자들을 압박하기 위해 ‘약한고리’를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CJ온스타일은 해당 방송에서 송출 중단을 선택한 이유가 아날로그 송출방식인 8VSB(단방향상품) 가입자 비중이 높아 수수료 대비 매출 개선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사업자와 비교해 이 3곳의 8VSB 가입자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사업자는 기존 아날로그 가입자의 디지털 복지를 확대한다는 정부 정책에 따라 8VSB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2022년 12월 기준 8VSB 가입자 비중은 ▲LG헬로비전 27.5% ▲SK브로드밴드 47.1% ▲딜라이브 34.8% ▲CMB 95.1% ▲HCN 36.7% ▲개별SO 55.0% 등이다.
이에 업계는 홈쇼핑사가 송출수수료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이번 송출 중단을 강행했다고 보고 있다.
양측은 이번 송출 중단과 별개로, 과기정통부가 마련한 대가검증협의체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협상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홈쇼핑송출수수료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홈쇼핑 송출수수료 대가검증 협의체를 꾸린 바 있다.
학계에선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 간 갈등이 실제 송출 중단으로 이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시청자 편익이 훼손될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 일각에선 홈쇼핑사가 유리한 협상을 위해 '채널 편성'이라는 약관에서 명시한 시청자와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겼다는 비판도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송출 중단에 대한 우려는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송출중단으로 케이블TV의 주 재원인 홈쇼핑송출수수료가 줄면, 결국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돌아갈 콘텐츠사용료 역시 줄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방송시장의 재원구조를 살펴보면 유료방송사가 수신료와 홈쇼핑송출수수료를 받는 대신 지상파에 재송신료(CPS)를, PP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한편,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홈쇼핑사의 방송송출 중단 직후 “엄격한 시장 진입 규제 아래 운영되는 홈쇼핑 사업자가 송출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강행한 것은 SO뿐만 아니라 PP, 홈쇼핑 납품업체, 그리고 시청자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행위다. SO는 부족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 거래 대가를 조정하거나, 수신료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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