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우물을 처음 판 사람이 있었기에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언젠가는 여러분도 우물을 새로 파는 사람이 돼 주길 바랍니다."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한국고등교육재단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음수사원(飮水思源)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을 스스로 디자인하는 인재가 되어달라"고 강조했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1974년 고(故) 최종현 선대회장이 설립한 비영리재단으로, '10년을 내다보며 나무를 심고, 100년을 내다보며 인재를 키운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1998년부터 재단 이사장을 맡은 최 회장은 선대회장의 유지를 이어 재단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글로벌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최 회장은 "최종현학술원은 글로벌 네트워크와 과학기술 분야에 주력하고 있으며, 사회적가치연구원은 학문적 내용을 현실에서 평가하고 발전시키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재단의 철학을 기반으로 시대에 맞는 플랫폼을 계속해서 설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재단의 새로운 비전도 발표됐다. 김유석 한국고등교육재단 대표는 "시대를 이끄는 KFAS형(Knowledge-driven, Forward-thinking, Action-oriented, Socially-conscious) 인재를 양성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포용적 지식 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설립 이후 세계적 학자를 키우는 데 전념해 왔다. 재단은 장학생들에게 의무조항이나 SK 입사 조건을 두지 않았으며, 장학생들이 세계 유수의 대학원에서 학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5년간 등록금과 생활비를 전액 지원했다. 외환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위기 속에서도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1000여 명의 박사와 5000여 명의 장학생을 배출했다. 재단 출신으로는 고려대 명예교수 최장집,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하버드대 석좌교수 박홍근, 예일대 심리학과 교수 천명우 등이 있다. 이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며 재단의 비전을 구현하고 있다.

기념식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초대 이사장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모습을 재현하는 특별한 순간도 마련됐다. 영상 속 최 선대회장은 "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에게 '마음에 씨앗을 심어라'라고 했던 것은 조급해하지 말고 학문에 전념하라는 뜻이었다"라며 "우리는 자네가 심은 씨앗이 나무가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마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남들보다 먼저 도전하라"며 "50년 전에 내가 꿈꿨던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준 최태원 이사장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는 최태원 회장과 김재열 초대 사무총장, 박인국 전 사무총장 등 재단 관계자 및 SK 구성원, 장학생 3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축하를 전했다. 기념식에서는 재단 설립 배경과 성과를 담은 '50년사'도 공개됐다. 이 기록은 한국고등교육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