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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美 빅테크 기지개 켤 때 잔뜩 움츠린 韓 플랫폼

이나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AFPI) 행사에 참석해 연설한 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4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연구소(AFPI) 행사에 참석해 연설한 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 AP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트럼프 정부가 빅테크와 AI, 인수합병(M&A) 등에 비규제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을 취할 것이라 예상되는 만큼, 국내 규제 상황과 맞물릴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하게 보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11일 팀네이버 통합 컨퍼런스 ‘단24’ 기자간담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그의 말처럼 같은 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공정거래분야 성과 및 향후 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독과점 플랫폼의 반(反) 경쟁행위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한국은 규제 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워 주요 플랫폼 기업 규제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윤 정부가 애초 플랫폼 자율규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것과 대조되는 움직임으로, 지난 2022년 10월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먹통 사태’에 이어 올해 발생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공정위는 작년 1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을 제정해 시행했다. 올해는 시장지배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하고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는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다가 국내외 산·학계 반발로 무산됐다. 플랫폼법 대신 현행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실효성과 생태계 악영향 측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 외에도 정부와 국회는 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비롯해 거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정위가 접은 플랫폼법이 부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플랫폼 기업을 사전에 지정하고 규제하는 ‘사전지정제’를 포함한 ‘온라인플랫폼독점규제법(온플법)’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기로 했다.

전방위적 규제 영향권에 놓인 국내 IT 기업들은 글로벌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가 기반을 둔 미국이 한국과 정반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데 주목한다. 기존 조 바이든 정부가 자국 빅테크를 상대로 강한 제재를 펼쳤다면, 트럼프 2기 정부는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관점하에 규제 완화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해임설도 거론된다. 이번 트럼프 정부에 신설된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칸 위원장에 대해 “곧 해임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구글과 메타, 아마존, 애플 등과 같은 미 빅테크는 법무부와 FTC 주도하에 여러 반독점 소송에 걸려있는 만큼, 새 정부와 함께 업계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공정위를 비롯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ICT 업계를 관할하는 정부부처가 플랫폼에 대한 특정 규제를 추진할 때면 매번 강조되는 것이 있다. 향후 제재가 국내외 기업 모두에 동등하게 적용되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은 감시 및 제재에 여러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가 잊을 만하면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 빅테크가 완화된 규제 상황에 힘입어 신사업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경우, 미국과 다른 나라 간 기술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심심찮게 나온다. 이승엽 부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달 초 박충권 의원(국민의힘)이 주최한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개선 토론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AI이 대두되는데, 투자 규모만 봐도 국내 기업은 글로벌 빅테크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며 “주요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규제를 정립한 다음 국내 기업들 부당행위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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