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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클라우드 진단]③ ‘신토불이’만 외칠 수 없다…기로에 선 토종 클라우드

권하영 기자

최근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AI 개발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가 됐다. 우리 정부 또한 얼마 전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AI 시대 클라우드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인 클라우드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기술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AI 시대 클라우드 기술의 중요성을 원점부터 분석하는 한편 글로벌 빅테크에 맞선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의 도전과제를 면밀히 살펴본다.<편집자주>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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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IT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클라우드’는 대표적인 빅테크 산업이다. 클라우드 기술 자체는 수십년도 전에 등장한 것이지만, 클라우드가 ‘산업화’된 것은 글로벌 커머스 기업 아마존이 클라우드 사업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출범하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이름난 기술기업들이 뛰어들면서 시작됐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며 AWS와 MS, 구글 3강으로 대표되는 빅테크 주도의 클라우드 시장 구조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이제 클라우드 시장은 단순한 서버 임대나 인프라 공급을 넘어 AI 개발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팅 연산과 대규모 데이터 처리 능력이 요구되고 있고, 이를 위해선 결국 막대한 자본과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은 AWS와 MS 애저, 구글클라우드플랫폼(GCP)이 각각 33%, 20%, 10% 순으로 약 63%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도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 시장 기준으로 이미 80%가량을 글로벌 빅3가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빅테크 중심 구도는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에 쉽지 않은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 수요자 입장에선 자칫 외산 클라우드에 종속돼 기술 통제력을 잃을 수 있고, 공급자인 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CSP) 입장에선 외산 경쟁력에 떠밀려 비즈니스에 한계가 있다. 궁극적으로 소비자 관점에서도 이용하는 서비스의 클라우드 기반이 해외에 있으면 데이터 보안과 신속한 유지보수 등 측면에서 결국 불안정을 안고 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최근 정부의 망분리 규제 완화 정책으로 또 다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주로 해외에 서버가 있는 외산 CSP는 공공용 서버를 반드시 물리적으로 분리하도록 하는 망분리 규제로 인해 적어도 공공 클라우드 시장에선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최근 논리적망분리(소프트웨어적으로 망분리 효과를 내는 것)에 대한 허용범위가 늘면서 새롭게 기회를 맞은 것이다.

국내 CSP들은 이것이 민간 시장에 이어 공공 시장조차 외산 CSP가 장악하게 되는 시발점이 될까봐 우려한다. 지금껏 공공 시장에선 민간 클라우드 시장과 반대로 네이버·KT·NHN 등 국산 클라우드가 약 80%를 점유하고 있었으나, 이것이 뒤집힐 수 있다는 공포다. 실제 클라우드보안인증(CSAP) 제도 등 망분리에 기반한 보안규제가 국내 CSP에는 어느 정도 시장 보호막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클라우드 업계 일각에선 AI 시대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 측면에서 이른바 ‘토종’ 클라우드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까지 나온다. 현실적으로 빅테크와의 경쟁이 쉽지 않은 만큼, 어느 정도 국내 기업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함재춘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클라우드 산업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AI는 아무 의미 없어진다”며 “국내 자국 CSP들을 일정 부분 보호해줄 천막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산 클라우드 기술 품질이 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방적인 보호주의 논리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국내 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업계에선 설령 국산을 쓰고 싶어도 외산 클라우드로 선회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레퍼런스나 기술적 측면, 그리고 추후 해외진출 전략 차원에서도 외산을 쓰는 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김홍진 오픈클라우드플랫폼얼라이언스(OPA) 의장은 “사실 국산이라고 기술력이 떨어지는 건 아닌데, 투자 규모나 고객 지원 측면에선 아무래도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글로벌 기술 확산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면, 적어도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 안에서 우리가 서로 힘을 합쳐 이니셔티브를 강화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도 이러한 딜레마를 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에선 “글로벌 CSP와 경쟁·협력을 통해 국내 시장의 전체적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국내 CSP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 핵심 영역의 자주성을 확보하는 투트랙(Two-track) 접근을 하겠다”며 ‘전략적 글로벌 파트너십’과 ‘독자 경쟁력 확보’ 사이 균형이라는 쉽지 않은 목표를 설정했다.

다만 정부가 이러한 균형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번 4차 기본계획은 ▲민간 클라우드 기반 정부시스템 대전환 ▲국가 AI 컴퓨팅 센터 설립 ▲AI·클라우드 투자 세액공제 확대 ▲AI 시대 클라우드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 글로벌 CSP와의 경쟁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에 비해 국내 CSP 역량 강화를 위한 직접적 지원은 다소 부족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클라우드 정책이 그동안 공공 시장 중심의 제한적인 접근을 해 왔고, 또 외산 클라우드에 대한 제도적인 진입장벽이 있던 것도 사실”이라며 “이제 그런 방향에서 탈피해서 국산 클라우드 기술을 고도화하고 산업 전반 생태계를 육성하는 데에 지원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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