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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클라우드 진단]② 외산 종속은 피해야... 'AI 고속도로' 뺏기는 격

이건한 기자

최근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AI 개발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클라우드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 국가적 과제가 됐다. 우리 정부 또한 얼마 전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AI 시대 클라우드 전략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인 클라우드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기술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AI 시대 클라우드 기술의 중요성을 원점부터 분석하는 한편 글로벌 빅테크에 맞선 국내 클라우드 생태계의 도전과제를 면밀히 살펴본다.<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인공지능(AI) 경쟁력이 곧 미래 국가 경쟁력 제고의 핵심키로 주목되는 현시점, 국내 클라우드 산업 기반을 균형 있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정부가 최근 지원사격에 나선 가운데, 토종 기업들의 자구책 마련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따른다.

[ⓒ 픽사베이]
[ⓒ 픽사베이]

AI 산업에서 클라우드는 AI 개발과 구동에 필요한 데이터 저장, 모델 훈련, 서비스 배포 등의 전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가장 밑단의 인프라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서버를 직접 구축(온프레미스)하는 방식보다 비용 효율적이며 사용량 조정이 유연한 점, 네트워크 기반이라 개발 및 서비스 접근성까지 높아 널리 쓰인다.

이런 특징을 고려해 AI 산업에서 토종 클라우드의 중요성을 물리세계와 비유하면 '고속도로'와 같은 국가기반시설에 빗댈 수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기반시설은 각국이 충분한 기술과 통제력을 갖는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일의 사태에서 외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고 주권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서다. 특히 AI가 국가 행정 및 국방 분야까지 점점 더 깊숙이 침투해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는 최근 변화에 비춰볼 때, 자체 클라우드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일례로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하이테크 산업에서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을 때 따르는 리스크는 실제적이다. 이는 특히 미국과의 갈등 장기화로 미국산 고성능 반도체는 물론, AI 학습용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입까지 통제 당한 중국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재 반도체와 GPU 모두 최고 효율의 성능을 내려면 미국산 제품 사용이 필수인 상황에서 중국은 자구책 마련에 고군분투 중이지만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 가운데 우리 정부는 AI 핵심 기반인 클라우드 산업 육성의 무게감을 인지하고,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제4차 클라우드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전대미문의 경제·사회적 변혁을 촉발하는 AI 시대가 도래했다"며 "클라우드는 AI에 필수적인 초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활용, 막대한 데이터 처리를 실현하는 AI 시대 필수 인프라로 부상했다"고 이번 계획의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로 해당 계획은 우선 클라우드 도입 전면화를 위해 ▲공공 부문 기관평가에 클라우드 도입 포함 ▲국산 AI 반도체 유망기업 집중 지원 ▲민간투자 촉진을 위한 AI·클라우드 투자 세액공제 확대 검토 등 여느 때보다 실질적인 지원 대책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

또한 최근 주목되는 소버린 AI 개념 측면에서도 토종 클라우드 육성은 중요하다. 소버린 AI는 보통 자국 문화, 역사, 가치관 학습에 특화된 AI를 의미한다. 다만 AI 구현에 사용된 데이터, 모델, 서비스가 아무리 좋아도 핵심 기술이나 클라우드 같은 인프라에 외산 종속성이 강할 경우 온전한 소버린 AI라 부를 수 없다. 소버린 AI에는 'A to Z'에 이르는 자체적 기술 경쟁력 확보란 의미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앞서 언급된 외교 문제 리스크, 공공 및 기업 중요 데이터 보안, 신속한 유지보수 등 많은 측면에서 클라우드 기반은 가급적 국내에 두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토종 클라우드 기업을 무조건 밀어줘야 한다는 주장은 비판이 따른다.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이제는 산업 초기와 달리 그들 스스로도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업계도 기업 운영의 현실적 측면에서 외산 클라우드 경쟁력이 국산을 앞선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AI 업계 관계자는 "다중보안 시스템은 물론이고 보상 체계도 여전히 외산이 훨씬 명확한 편"이라며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 자동화 구축 프로세스도 외산이 더 많은 자율권과 옵션을 제공한다. 단순히 약간의 비용 차이만 놓고 비교하기엔 서비스 질과 안정성이 더 중요한 문제라 어쩔 수 없이 외산을 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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