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파운드리 모두 '경고등'…삼성전자 임원인사 '칼바람' 부나 [소부장반차장]
전영현 부회장 이례적 사과…반도체 부문 위기 인정
3nm·HBM 잇따른 실패…TSMC·SK하이닉스와 격차 확대
연말 임원 인사서 메모리·파운드리 사장 교체설 '솔솔'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삼성전자가 연말 임원 인사를 앞두고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부문,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중심으로 한 위기론이 제기되며, 인사 칼바람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영현 부회장의 이례적인 사과까지 겹치면서 사장단 교체 가능성에 대한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1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79조원, 영업이익은 9조 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이는 시장이 예상했던 매출 80조 9003억원, 영업이익 10조 7717억원에 못 미치는 수치였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4.49% 증가했지만, 이는 지난해 극심한 부진에서의 반등 효과일 뿐,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12.84% 감소한 수치다. DS 부문에서 메모리 수요 둔화와 비메모리 부문의 적자가 커진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도 실적 부진을 가속화시켰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최근 실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공개 사과했다. 이는 삼성전자 내에서도 극히 드문 일로, 위기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 부회장은 사과문에서 "기술 경쟁력에 대한 우려와 함께 삼성의 미래에 대해 걱정을 끼쳤다"라며, "이번 위기를 반드시 기회로 바꿔 재도약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기술과 품질은 타협할 수 없는 삼성의 자존심"이라며, 기술적 경쟁력의 복원을 강조했다.
이렇듯, 최근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반도체 사업에 집중돼 있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최근 몇 년간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해 있으며,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TSMC와의 기술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메모리 부문에서는 특히 HBM 시장에서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의 퀄리티 테스트(퀄테스트)에서 계속해서 실패하며 주요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BM 제품의 발열 관리와 전력 효율 최적화에서 SK하이닉스에 비해 부족한 점이 드러나며,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3나노미터(nm) 공정에서 차질로 인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2년 6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을 적용, 세계 최초로 3nm 공정을 기반으로 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약 10조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며, EUV(극자외선) 장비를 도입하는 등 대규모 생산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러나 실제 3nm 공정에서의 양산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수율 문제로 인해 상용 제품의 양산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전력 소모와 발열 관리에서도 뒤쳐졌다. 반면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는 삼성전자보다 조금 늦은 시점에 3nm 공정에 돌입했음에도, 안정적인 수율 확보에 성공하며 애플과 같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문제가 연속되며 책임론은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을 향하고 있다. 2020년부터 각각 사업부를 이끄는 두 인물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것. 업계에서는 연말 인사에서 대대적 쇄신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영현 부회장의 사과 이후,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전면적인 리더십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라며 "특히 메모리와 파운드리 부문은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난 상황이기에, 리더십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이번 연말 임원 인사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등용해 반도체 부문을 재정비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 그리고 새로운 리더십이 삼성전자의 재도약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크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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