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모션] ‘오너’ 문현준 “BLG 잡고 자신감 올라… 응원할 맛 나게 해드리겠다”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8강에 진출한 T1의 정글러 ‘오너’ 문현준이 즐기는 마음으로 남은 대회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T1은 11일 오후 독일 베를린 라이엇게임즈 아레나에서 열린 2024 롤드컵 스위스 스테이지 4라운드에서 유럽의 맹주 G2 e스포츠를 세트 스코어 2대0으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롤드컵은 라이엇게임즈의 인기 게임 ‘LoL’ 이스포츠 최대 규모 국제 대회로, 지역별 상위권 팀이 한 데 모여 최강자를 가리는 무대다. T1은 한국 4시드 자격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문현준은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에서 “G2가 굉장히 잘하는 팀이고 밴픽적으로도 까다로운 팀이라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준비해왔다”며 “깔끔한 스코어로 경기를 마무리했지만 질 뻔한 경기도 있어서 고쳐야 할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경기를 돌아봤다.
그는 “저희가 유리한 고지에 있었는데 느슨해지면서 방심한 부분이 아쉽다. 라인스왑 과정에서 손해를 보진 않았지만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짚었다.
G2는 이날 두 개 세트 모두 ‘녹턴’을 정글 챔피언으로 선택했다. ‘오리아나’와의 연계를 통해 교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단 심산이었다. T1은 이 같은 전략에 1세트는 무리없이 대처했지만, 2세트는 억제기 3개를 모두 내주는 등 고전했다.
문현준은 “녹턴은 지금 메타에서 굉장히 높은 티어의 챔피언”이라면서도 “카운터를 칠 수 있을 만한 픽도 많아서 녹턴을 주는 대신 우리가 원하는 조합을 꺼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G2가 녹턴을 꺼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비교적 잘 대처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또, 2세트는 분명 불리했지만, 절망적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팀 강점인 이니쉬를 잘 걸고 전투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역전 과정에서 회심의 바론 스틸 등을 해내며 활약한 것에 대해선 “얻어 걸린 것”이라며 자신을 낮췄다.
G2는 지난 2019년 T1(당시 SK 텔레콤 T1)을 ‘MSI’와 롤드컵에서 연달아 탈락시킨 악몽과도 같은 팀이었다. 하지만 2022년 ‘제오페구케(제우스-오너-페이커-구마유시-케리아)’ 체제에선 이날 경기 포함 G2 상대 세트 스코어 12승3패로 먹이사슬이 역전됐다.
이에 대해 문현준은 “우리처럼 G2 멤버도 그간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플레이스타일을 파악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저희가 좀 더 잘 준비해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문현준의 짝궁 ‘페이커’ 이상혁은 이날 승리로 LoL 이스포츠 역대 최초 롤드컵 100승을 달성했다. 문현준은 “월즈(롤드컵)에 오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100승을 거뒀다는 게 정말 멋있는 것 같다. 우리가 언젠가 100승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 기록이다. 아무도 깨지 못할 정도로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이 승리하면 좋겠다”고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작년 롤드컵 우승을 차지한 T1은 올해 유독 어려운 어려움을 보냈다. 플레이오프에선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롤드컵 선발전에서도 고전 끝에 간신히 막차 티켓을 따냈다.
하지만 롤드컵에 들어선 거짓말처럼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첫 경기였던 스위스 스테이지 1라운드는 중국(LPL)의 탑이스포츠(TES)에 패하며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첫 승을 거둔 후 이어진 3라운드에선 유력한 우승 후보인 빌리빌리게이밍(BLG)을 완파했다.
문현준은 여름과 상반된 경기력에 대해 “정말 이유를 모르겠다”고 웃으면서 “팀에 큰 경기에 잘하는 선수들도 있는 것 같고, 메타(핵심 전략) 적응 등이 복합적으로 더해져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메타가 우리에게 매우 유리한 정도는 아니지만, 서머 때보다는 훨씬 좋다는 생각은 든다. 다른 팀들도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드라인에서 메이지(마법사) 챔피언이 나오고, 나 또한 할 수 있는 정글 챔피언이 많아서 자신감이 크다고 생각해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BLG전 승리를 기점으로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고도 밝혔다. 그는 “사실 생각했던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는데 어쩌다 보니 이겼다. 그로 인해 자신감도 생겼다”며 “덕분에 G2전도 충분한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었다. 많은 것을 얻은 경기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현재 T1의 행보에서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e스포츠 월드컵(EWC)’ 여정을 겹쳐 보기도 한다. 당시 T1은 이번 롤드컵과 마찬가지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 대회에 참가했으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상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T1은 다음 주부터 Bo5(5전3승제)로 열리는 녹아웃 스테이지에 임한다. 대회 2연패를 향한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셈이다.
문현준은 “누구랑 붙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든 이겨서 올라가야 한다.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목되는 팀으로는 가장 먼저 3승을 챙겨 8강에 오른 중국 LNG를 꼽았다. 문현준은 “분위기도 좋고, 경기력도 좋은 것 같아서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길조(吉兆)도 엿보인다. 앞선 경기 후엔 공식 인터뷰에 임하던 팀 동료 ‘구마유시’ 이민형 주변으로 나비가 맴돌아 화제가 됐다. 나비는 행운의 상징으로 통한다. 특히 과거 T1을 만개하길 기다리는 ‘꽃’으로 표현했던 문현준으로서는 묘한 심정이 들 법 하다.
문현준은 이에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겠지만 좋게좋게 생각하고 싶다. 좋은 기운을 받아서 이번 롤드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웃었다.
한편 이번이 문현준의 4번째 롤드컵이다. 그는 “여전히 재미있고,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 달라진 건 긴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면서 “더욱 더 즐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시차가 7시간 나는 걸로 안다. 저녁에 경기를 보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응원할 맛 나도록 최선을 다해서 좋은, 재밌는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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