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다 들어줄게" 국가AI위원회 출범...업계, 환영·우려의 시선 교차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앞으로 대한민국 국가 AI 정책 수립의 구심점 역할을 할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26일 공식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고, 각 부처 장관급 정부위원 10명, AI 전문가로 구성된 30여명의 민간위원(부위원장 염재호 태재대 총장)이 포함된 굵직한 협의체다. 이날 첫 회의에서는 그동안 AI 업계와 학계가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 온 문제들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된 가운데, 주요 이해당사자인 AI 업계는 대부분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일부 우려 섞인 제언을 내놓기도 했다.
GPU 지원·주머니 부담 경감...'알짜 정책 패키지'
우선 국가AI위원회 위원장인 윤 대통령이 밝힌 정부의 지원 계획과 구상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국가AI컴퓨팅 센터' 구축이다. 구체적으론 AI 학습용 최신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지금보다 15배 확충해 2030년까지 최소 2EF(엑사플롭스, 1EF는 초당 100경번의 부동소수점 연산 가능) 수준의 AI 컴퓨팅 파워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 같은 국가 차원의 AI 컴퓨팅 인프라 지원은 그동안 AI를 연구하는 업계와 학계가 정부에 입을 모아 요구했던 사항이다. AI 모델 설계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고, 양질의 학습 데이터를 모아도 방대한 데이터 학습 연산에는 AI 특화 고성능 GPU가 다량 필요하다. 그러나 글로벌 AI 패권 경쟁이 심화되며 널리 쓰이는 엔비디아의 AI용 GPU만 해도 대당 수천만원에 이르고, 그마저도 수요 폭증으로 대기업이 아니고서야 사실상 구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이 가운데 이번 AI 인프라 확충 및 제공에 대한 약속은 윤 대통령의 공식적인 응답으로, 대통령의 지원 아래 향후 정부의 각 부에서도 AI 컴퓨팅 인프라 지원을 위한 각종 사업이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지점이다.
민간부문의 AI 투자 확대가 '세제 지원', '대규모 펀드 조성'을 비롯한 정책금융 지원 확대처럼 기업의 부담을 직접 줄여주는 형태로 이뤄질 예정인 점도 AI 업계에겐 가뭄의 단비다. 특히 최근 시장경쟁 격화,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줄이 빠르게 말라가는 AI 기업들 입장에서 재무적 부담을 덜면서 투자금 유치 가능성까지 높여주는 정부의 지원 정책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어 정부 차원의 국가 AI 전환(AX) 전면화 약속은 최근 딥페이크 기반 성범죄 등으로 AI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악화된 가운데, 정부가 직접 주요 AI 전환사업군과 생활밀착형 AI 서비스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따른다. AI에 대한 부작용 외에도, 교육을 비롯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AI 서비스 혁신을 자주 접할수록 관련 인식이 개선되고 국내 AI 사업 여건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0년까지 공공부문 AI 도입률 95%를 약속한 만큼, 다수의 기업이 공공사업에서 레퍼런스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주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나아가 첨단 AI에 따르는 안전, 안보 문제를 연구하고 대책을 제시할 국가AI안전연구소의 연내 설립은 AI 진흥과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 마련에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내 제정 가능성이 높아진 AI 기본법 또한 국내 AI 산업발전의 주요한 기준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원은 팔 벌려 환영...규제 줄이고 효율적 투자로 이어지길
이날 정부의 공식 로드맵이 전해진 뒤, AI 업계는 대체로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세부 방향성에 대해서는 몇 가지 제언을 내놨다.
AI 기술전문 기업 A사는 "AI 기술 경쟁이 패권 경쟁으로 심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 AI 경쟁력 강화에 발벗고 나선 점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조 단위 이상의 투자 등 비교할 수 없는 자본력을 가진 해외 빅테크 공세에 맞서러면 국가적인 뒷받침이 필수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다만 그 투자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기존 정부 사업처럼 한정된 파이를 쪼개서 여러 기업에 나누는 방식보단,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소수의 기업에 집중 투자해서 육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AI 기술기업 B사는 "민간부문 AI 투자 확대는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해외 빅테크 기업이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은 중소 스타트업에게 여전히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이번 정책이 실질적 지원으로 이어지려면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실질적인 시장 접근성 확보 및 대기업 인프라와 스타트업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결합할 수 있는 기술협력 플랫폼 구축 역시 중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AI 서비스 기업 C사는 보다 확실한 규제 해소를 요구했다. C사 관계자는 "AI 강국 도약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범국가 차원의 국가AI위원회 출범을 환영한다. 다만 업계는 언제나 규제 부분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리스크를 제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안전한 AI에 대한 고민이 AI 기술과 비즈니스의 손발을 묶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번 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민관이 함께 AI 기술 및 산업 발전을 더 많이 고민하고, 함께 논의하는 기회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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