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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지상파 콘텐츠 가치, 제대로 산정해야 할때

강소현 기자

[Ⓒ 픽사베이]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너 새로 나온 넷XXX 콘텐츠 봤어?”

돌아오는 월요일 대화의 주제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의 콘텐츠가 장악했고, 한 때 안방극장을 차지했던 지상파 주말드라마는 뒷방노인이 된지 오래다.

“요즘 누가 지상파 콘텐츠를 봐요?”는 이제 하나의 밈처럼 자리잡은 말이다. 오히려 요즘 아이들은 지상파가 뭔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지상파 콘텐츠는 이러한 상황을 비웃듯 가격이 가치를 역행하고 있다. 가치는 떨어졌지만 가격은 오히려 지속 인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케이블TV가 최근 지상파 VOD(주문형비디오)를 자사 가입자에 무료로 제공하는, 이른바 SVOD(구독형 VOD)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과거와 비교해 지상파 콘텐츠의 경쟁력이 떨어졌을 뿐더러 지속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케이블TV 업계에 따르면 자사 플랫폼에서 지상파 VOD 이용 비중은 2012년 약 60%에서 2022년 약 30%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이용건수도 2013년 1억3993만건에서 2023년 10분의 1 수준인 1418만건으로 줄었다. 즉,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가 10년 새 크게 떨어졌음을 반증한다.

반면 지상파 콘텐츠의 가치를 대변하는 재송신료는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3년 280원으로 처음 산정된 뒤 2021년까지 1.5배 가량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상파 사업자의 재송신매출도 2013년 1254억원에서 2021년 4079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게다가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와 같은 유료방송 사업자인 IPTV 3사는 지난해 지상파와 재송신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해주는 방안에 잠정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550원(10%), 2023년 600원(8%), 2024년 650원(8%) 수준으로 추정된다.

서비스 중단에 대해 지상파는 당연 반발했다. 가입자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이 표면상 이유지만, 주 매출원인 광고매출이 계속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SVOD 서비스 마저 중단하면 유료방송사를 상대로 콘텐츠 사용료를 더 받을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 진짜 이유다.

물론, 과거 유료방송사가 가입자를 늘리는데 지상파 콘텐츠의 덕을 본 것도 사실이다. 2008년 원하는 시간 원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한 ‘SVOD 서비스’를 자리잡게 하기 위해 유료방송사는 지상파와 손잡았다. 또 시청권 확대를 위해 자진해서 지상파 VOD의 일부를 FOD(Free Video on Demand) 형태, 즉 무료로 제공했다.

하지만 시장의 상황은 10여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졌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라는 강력한 사업자가 등장함에 따라, 광고주는 TV에서 디지털로 이동했고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재원의 흐름이 재편됐고, 여기에서 기존 사업자들 간의 협력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지상파 사업자는 콘텐츠 가치를 재논의 하기 위한 협상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보도 기능을 갖춘 지상파로선 유료방송 사업자를 상대로 협상력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엔 FOD를 포함한 VOD 전체를 공급 중단하겠다는 공문을 사업자에 보냈다는 후문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지상파와 케이블TV 사업자간 갈등으로 볼일이 아니다. 한정된 재원을 두고 시장에 울린 첫 파열음이자, 갈등의 서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사업자 간 원만한 해결만을 기대하며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정부 판단엔 근거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유료방송사라는 플랫폼의 경쟁력 약화가 지상파를 포함한 미디어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의 상황이 악화된다면 결국 콘텐츠 사용료의 전체 규모도 줄 수 밖에 없다. 나아가 콘텐츠 유통채널도 사라지게 된다. 이미 매해 제작되는 콘텐츠 수는 계속 늘고 있지만, 이미 플랫폼이 편성하는 콘텐츠 수는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정부가 전체 미디어 시장의 생존과 상생의 관점에서 중재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모든 시장이 그렇지만 방송시장 역시 재원이 순환되는 구조로, 고인 물은 시장을 썩게 하기 마련이다. 정부가 사업자 간 자율협상에 맡긴다면, 시장은 콘텐츠 가치와 별개로 보다 협상력 있는 사업자를 중심으로 흘러갈 것이 자명하다. 이는 더 가치있는 콘텐츠에 돈이 돌아가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논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재원 흐름의 대대적인 손질을 위해선 결국 입법부의 협조가 필요한 가운데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런 의미에서 국정감사를 앞둔 지금이 오히려 적기인 상황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국회는 국내 방송 시장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국정감사를 통해 해당 이슈를 공론화하고, 콘텐츠가 가치에 기반한 대가산정은 무엇이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봐야 할 때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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