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신’ 두고 깊어지는 카카오 노사 갈등…준신위 또 목소리 낼까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카카오 노사 간 단체협약 교섭이 장기화하며 결국 협상이 결렬 수순에 들어갔다. 교섭 결렬은 카카오 본사 차원에서는 처음, 노동조합으로서는 지난 2022년 회사의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시도 이후 두 번째다.
4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크루유니언)는 지난달 29일 사측에 교섭 결렬 공문을 발송하고, 사내 게시판에 결렬 선언문을 게시한 데 이어 전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
노조는 결렬 선언문을 통해 지난 1년간 지속된 사측의 경영쇄신 과정을 비판했다. 지난해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으로 경영진 사법리스크가 격화하면서 그해 연말부터 내외부 조직을 재편하고, 정신아 카카오 대표를 단독 내정자로 발탁하는 등 본격적인 쇄신에 들어갔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가 경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쇄신을 본격화하면서도 노조의 쇄신 요구를 거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단체협약으로 제출된 노조의 쇄신 요구사항을 논의 불가로 통보했고, 쇄신과제가 일부 완료된 것처럼 알리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참고 기다렸던 쇄신 결과는 오히려 구조조정과 매각위험으로 돌아왔다”며 “구조조정을 우려하는 크루(직원)들이 걱정된다면 회사 경영권이니 논의할 수 없다가 아니라, 고용안정과 관련해 최소한 협의 절차라도 만들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새 노조는 카카오의 ▲회전문 인사 ▲배임·횡령 ▲인사검증실패 ▲무분별한 스톡옵션 ▲경영진의 사익추구 ▲일방적인 제도변경 ▲부실한 조직관리 ▲친목에 의존한 경영진의 소통방식 ▲폐쇄적 리더십 등 문제를 연달아 지적하며 쇄신 방향성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
노조는 지난달 22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바람픽쳐스 고가 인수와 배임, 횡령 사건에 연루된 임원들이 검찰에 기소되자 다음날 입장을 내고 이들에 대한 즉각적인 고문계약 해지와 해임을 공식 요구했다. 그러나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 공동대표는 사임 이후 고문 계약을 이어오고 있고,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 투자본부장도 여전히 회사에 재직 중인 상태다.
그에 앞서 노조는 상장 직후 ‘먹튀’ 논란을 일으킨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와 경영 부실로 전체 구성원 절반에 대한 구조조정을 추진한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에게 고문 계약을 통해 고액의 자문료를 지급해 온 것에 대해서도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카카오 쇄신의 두 축은 크게 그룹 컨트롤타워인 CA(Corporate Alignment) 협의체 산하 ‘경영쇄신위원회’와 준법·신뢰경영을 관리 감독하는 외부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로 구성된다. 이러한 내외부 쇄신 조직이 1년 가까이 운영되고 있지만 경영진에 대한 내부통제는 크게 개선된 점이 없다는 게 노조 평가다.
경영쇄신위원회는 김범수 창업자가 위원장을 맡았지만 지난 7월 김 창업자가 구속된 데 따라 쇄신 동력이 꺾였다는 우려가 나왔다. 출범 9개월 차인 준신위 경우, 카카오를 견제하는 독립 기구로서 영향력이 다소 약하다는 아쉬움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카오가 ‘주식 먹튀’ 논란 당사자 중 하나인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카카오 CTO로 선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내정 소식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자 준신위는 경영진 선임 과정에서 발생한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방안과 향후 유사 평판 리스크를 예방하고 관리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카카오는 준신위 권고에 대한 이행방안을 수립하지 않은 채 정규돈 전 CTO를 카카오 CTO에 임명했다. 준신위가 경영진 평판리스크 관리 방안을 수립해 수주 내로 제출하라며 간접적인 제동을 건 지 불과 2주 만이었다.
노조가 이번 결렬의 주요 원인으로 사측의 불성실한 쇄신을 강조하며 카카오엔터의 바람픽쳐스 인수 관련한 경영진 배임횡령 의혹을 준신위에 제보한 가운데, 준신위가 구체적인 입장을 피력할지 주목된다.
한편 카카오 측은 교섭 결렬에 유감을 표하며 노조 측과 소통을 지속하겠다고 전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크루유니언과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해왔으나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 회사가 수용하기 힘든 일부 안건으로 인해 결렬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계속 노조와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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