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에 탄력 받은 공정위? 오픈마켓·독과점 플랫폼 규제 의지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최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인해 국민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러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측이 현재 추진 중인 입법 방향을 밝히며, 대규모유통업법 법망에 들지 않았던 오픈마켓 같은 중개거래형 플랫폼들을 어느 범위까지 포함시킬지 검토 중이라고 강조해 주목된다.
또, 연초 업계 및 전문가에게서 수많은 질타를 받았었던 ‘플랫폼 공정거래 촉진법’(독과점 플랫폼 사전규제)에 대해서도 재추진 중이라며 추후 공정위 입장이 나올 경우 많은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다.
박설민 공정거래위원회 디지털경제정책과장은 2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 주최 ‘디지털 플랫폼 규제의 이슈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서 본인의 경험을 빗대 공정위 입법 방향 등을 설명하며 이목을 끌었다.
그는 수년간 이 업계를 경험하면서 모든 플랫폼 기업들에게 ‘혁신’이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들었지만, 그 정의에 대해 아무도 정확히 설명한 이가 없었다며 이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박 과장은 “수년간 플랫폼 사업자들이 말한 혁신은 과연 모두에게 이익이 됐는지, 혁신의 다른 이면이 존재하는데 그게 이익이 됐는지, 그 혁신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가혹한 대가는 없는지 등을 목격하곤 했다”며 “예를 들면 배달의민족(배민)은 시장 점유율이 60%가 넘어가지만 국민적 기대와 역행하는 결정을 하고, 모두에게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이 결정으로 인해 고통 받는 이가 분명 있는데도 외면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티메프 사태는 배민과 전혀 다른 상황인데, 두 회사는 합쳐서 10%도 안되는 점유율을 가지고도 단 한 명의 부도덕한 사람 결정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나눠가져야 한다”며 “이 상황들을 (디지털) 플랫폼 혁신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알고리즘 조작도 이뤄지는 게 이 시장인데, 그 조작이 실제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누군가가 포착하고 질타해야 하지만, 국민들은 개개인마다 그걸 할 능력이 못된다”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모든 규제 논의의 중심에는 국민 주권이 있어야 하며, 모든 기업 활동을 기업의 선의나 자유로만 설명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아무 잘못 없이 성실하게 물건을 티몬과 위메프에서 판매한 이들이 이곳들을 믿고 거래했다는 이유만으로 고통을 짊어져야 하는 것인지도 과연 그 시장의 자유로운 작동으로 설명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선의와 착한 마음이 조금만 사라지면 언제든 (이같은) 문제를 직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과장은 특히 특정 기업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 규제를 하자는 이야기가 아닌, 최근 사례들로 위험성을 목격한 만큼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자율규제는 하되, 제도 보완은 강구하고 지속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다.
그는 “(자율규제로) 안되는 부분은 제도를 만들게 될텐데, 그게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침”이라며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중개 플랫폼 등을 포함해 법 적용을 전혀 받고 있지 않는 곳들을 중심으로 어느 범위까지 포함시켜야 할지 검토 중이고 조만간 공정위가 대응방안 등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한 공정위는 (디지털 플랫폼 관련) 독과점 입법도 준비 중인데, 이는 글로벌 추세”라며 “현재 국회에 관련 법안이 8개가 나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나오게 될 예정이고 공정위도 머지않아 입장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 부디 맹목적인 비판보다는 생산적으로 이게 어떻게 잘 만들어질 수 있을지 고민해 말씀들을 많이 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디지털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미래예측적 규제는 배제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승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 동향의 이슈와 과제’를 발제하며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시장 실패 등 규제의 필요성이 분명하지 않은데, 불확실한 기술 및 시장에 대한 성급한 미래예측적 규제는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에 직면한 디지털 플랫폼은 규제의 적용 가능성과 집행 가능성의 괴리가 두드러질 수 있고, 해외 사업자의 일방적 시장 철수 위협이 존재하기 때문이란 이유에서다. 디지털 플랫폼 규제가 공정위 단독으로만 관할할 문제인지도 검토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공정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부처별 관할 분리에 따른 중복규제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 교수는 “결국 관련 부처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크게 낼 것 같고, 법안들을 낼 것 같은 강한 생각이 든다”며 “이럴 경우 수범자 입장에서도 효율적이지 않기에, 가급적이면 공통 권한으로 하나의 법을 만들어 집행하는 게 디지털 플랫폼 시대에 맞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플랫폼 독점 자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인지, 특정 사업모델에 따른 행태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 것인지 그 목적과 대상을 구별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구글 및 애플 시장지배력이 확고한 운영체제(OS), 앱마켓 시장에 대해서는 사전규제 또는 구조적 조치가 요구되지만, 시장 경쟁이 치열하고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오픈마켓이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의 규제 도입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디지털 시장의 가변성과 역동성, 포괄성 등을 고려할 때 자율규제가 필요한 분야가 많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잉규제로 인한 규제실패 가능성이 존재하기에, 이용자의 오용까지 플랫폼에 대한 구조적 조치 사유로 삼아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예외적으로 국가가 더 잘 관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못했을 때 거기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구조여야지, 실패할 때마다 국가에게 물어내라고 하는 건 국민 교육을 바꿔야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박세환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럽연합(EU)의 디지털 플랫폼 규제법 집행동향 분석과 향후 전망’ 발제를 통해 “DMA를 통한 EU의 과감한 게이트키퍼 규율은 EU를 넘어 다른 국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만약 어떤 국가가 입법을 추진한다면, 일본처럼 적용범위를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같은 특정 부문으로 한정하는 방식을 택하거나 사전규제·사후규제·제재의 경직도를 낮추고 해당 사업자의 반증을 허용하는 형태를 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시장경제법(DMA)은 지난해 9월 EU가 소비자와 판매자를 중개하는 6개 게이트키퍼와 22개 핵심 플랫폼 서비스(CPS)를 지정하고, 독점 영업활동을 방지하기 위해 제정한 법안이다. 지난 3월부터 작동했다. DMA는 게이트키퍼가 이미 지정된 만큼 사전규제적 성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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