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맥헤일 美 CCIA 부사장 “ICT 강국 한국, EU 접근법 취하면 안 돼”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티몬·위메프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면서 주요 온라인플랫폼 기업을 겨냥한 규제법 도입 목소리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뿐만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도 유력한 적용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구글, 메타, 애플 등을 회원사로 둔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가 한국 정부 당국과 지속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21일 조나단 맥헤일 CCIA 부사장은 서울 영등포구 FKI 컨퍼런스센터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에서 “CCIA는 그동안 워싱턴 대사관에서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접촉하면서 유럽연합(EU)이 제안하는 규제 형태가 한국 시장에 적합한지 명확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해왔다”라고 밝혔다.
맥헤일 부사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미국과 한국은 역동적인 무역 경제 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EU가 인터넷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미 놀라운 성공을 거둔 나라다. 이런 한국이 EU 접근법과 같은 타국 규제를 그대로 수입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 중인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과 야당이 연달아 내놓는 온라인플랫폼법은 EU 디지털시장법(DMA)을 모방하고 있다. DMA는 플랫폼 시장 지배력을 억제하기 위해 애플·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구글)·메타(페이스북)·바이트댄스(틱톡) 6곳을 ‘게이트 키퍼’로 지정해 사전 규제하는 내용이다.
다만 한국은 국내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토종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삼은 데 반해, DMA는 미국 빅테크로부터 자국 시장과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차이가 있다. 이날 국제 전문가들은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인 한국에 선제적인 거대 플랫폼 기업 규제가 실현될 경우, 그 피해가 유럽 DMA 효과보다 심각하리라 전망했다.
카티 수오미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객원 연구원은 ▲중국 플랫폼이 제외될 때 미국과 한국 플랫폼 역차별 우려 ▲한국 중소기업과 소비자 비용만 증가할 가능성 ▲DMA처럼 의도하지 않은 결과 초래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수오미넨 연구원은 구글이 DMA로 자사 검색 서비스에서 자체 추천과 항공편 및 숙박 정보 취합을 중단한 대신, 카약닷컴과 같은 제3자 애그리게이터로 연결되는 링크를 제공하는 사례를 들며 “제3자 플랫폼 수익만 늘리고, 구글과 거래하지 않아도 되던 중개 수수료를 플랫폼에 지불해야 하는 항공사와 호텔 피해만 가중됐다”라고 비판했다.
한국벤처기업협회도 국내 법안이 일정 규모로 성장한 플랫폼을 억압함으로써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 투자를 위축시키고 외국인 투자를 억제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장에서도 정부의 강한 규제가 급격한 투자 감소를 촉진하고, 창업·벤처기업 등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이 나왔다.
DMA와 유사한 규제를 시행한 중국 사례를 제시한 다니엘 소콜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플랫폼은 다양한 규모 기업에게 가치 창출 기회를 제공하지만, 특히 중소기업에 더 큰 기회를 제공한다”며 “엄격한 규제는 자국 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이는 한국 스타트업과 기존 기술 기업들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악화시킨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각국 인공지능(AI) 중심 산업 활성화와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DMA에 따른 기업 규제 준수 비용, 규제 요건 복잡성, 규제 미준수에 따른 막대한 벌금 리스크 등으로 인해 정보기술(IT)기업들이 AI 등 신규 서비스 출시를 유럽에 출시하는 것을 꺼리게 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트레버 와그너 CCIA 연구센터 소장은 “UNCTAD에 따르면 ICT 상품은 한국 전체 상품 수출의 약 29%를 차지하는 반면 EU는 전체 상품 수출의 약 5%를 차지한다”며 “DMA에 기반한 정책을 시행할 경우, 한국은 AI 서비스 출시 지연으로 인한 생산성과 혁신 둔화에 약 6배 더 심각하게 노출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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