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마이데이터 추진 속 개인정보보호법, 韓·中 차이 존재…“제도 보완 선행돼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최근 국내 일부 소비자와 산업계가 유통 분야 마이데이터(개인정보전송요구권)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 개인정보보호법과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의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한국 국민이 개인정보가 잘 보호되고 있음을 신뢰할 수 있도록 마련돼 있는 제도를 보완하고 충실히 실행하는 모습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이 나왔다.
황원재 계명대학교 법학과 교수<사진>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및 전망 토론회’를 통해 중국 개인정보보호법의 규정을 분석하며 “국내외에서 수집돼 해외로 이전되는 개인정보가 국민의 개인정보라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인정보보호법의 취지와 기준이 충분히 준수되는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알리익스프레스가 한국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조치 없이 국외로 넘기는 등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19억7800만원, 과태료 780만원, 시정명령 및 개선권고를 부과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황 교수는 이처럼 중국 플랫폼을 이용하는 한국 소비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문제는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그간 구체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명확히 검토되지는 않았다고 짚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중국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보호를 통한 권익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체계 마련을 통한 합리적 이용 촉진에서 찾고 있으며, 자연인의 개인정보가 법의 보호를 받는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을 통해 중국 개인정보보호법은 주로 개인정보의 산업적, 규율적 측면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황 교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나아가 개인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 개인정보보호법과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은 개인정보라고 하는 게 개인의 정보 주체의 인격권에서부터 출발을 하고, 개인의 자율적 동의에 근거해서 개인정보가 활용되도록 만들어져 있다면 중국 같은 경우에는 인격권이나 자율적 결정 이런 측면보다는 오히려 산업적 측면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한국법에서는 개인정보의 이용 목적과 범위, 보유 기간·기여 등 필요 사항들을 고지하도록 돼 있는데, 중국 같은 경우에는 고지 의무가 특이하게도 동의를 받을 때 존재하지 않다”며 “동의는 포괄 동의를 받고 사후에 수집을 하거나 기타 처리를 하기 전에 고지를 하면 충분한 것으로 법이 마련돼 있어, 결과적으로 개인이 갖고 있는 개인 정보에 대한 동의권이 무력화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중국 외에서 중국 국민을 대상으로 수집하는 개인정보에도 중국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이 되도록 하고 있는 것은 특이점”이라며 “한국법에선 한국 외에서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정보 수집 행위에 적용이 되도록 하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황 교수는 중국 개인정보보호법 적용 관련 문제 삼을 만한 부분을 중국 국가정보법이 같이 적용된다는 점으로 꼽았다. 중국 국가정보법에 따르면 국가정보기관은 관련 법률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 기관 조직 개인에게 필요한 지원 협력 협조를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또한, 모든 국민에게 협조할 의무가 부여돼 있다. 즉, 중국의 정보기관은 관련 규정에 따라 개인 및 조직 협력 관계를 구축하거나 관련 업무를 부탁할 수 있는 셈이다.
황 교수는 “여러 보고서를 살펴보면 실제로 이런 협력과 위탁 관계가 일반 사기업들에게 이뤄지는 경우들이 존재한다고 한다”며 “어떤 협력과 위탁 관계가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이상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과연 내 정보가 어디로 어떻게 들어가는지’를 확인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실제 영세 사업자가 개인정보보호법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조차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포괄적 동의나 묵시적 동의를 넓게 인정하자’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모순이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으로 잠식해 들어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을 지키는 것이 오히려 국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며 “당국은 적절한 수준에서 한국 온라인 플랫폼이 한국 땅에서 영업을 잘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갈음했다.
한편, 개보위는 지난해 3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통해 도입된 마이데이터 제도의 후속 입법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 3차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마이데이터의 본격 시행을 위한 기준 및 절차 등 수립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5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일부 소비자와 국내 유통 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제도가 데이터의 주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에서 시작됐음에도 정작 그 혜택을 누리는 것은 해외 소재 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김직동 개보위 개인정보보호정책과장은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은 사실은 고민을 좀 해봐야 될 것 같다”며 “특정한 나라에는 도입하는 국가들도 있겠지만,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 자체가 어떻게 보면 무역에 대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한국법에서는 국외 이전과 관련된 조항을 둬 엄격한 제한 조건을 넣어 근거가 있을 때만 이렇게(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통해서 (개보위 등이) 적절하게 집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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