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비즈*솔루션

[데이터센터 모멘텀]⑨ “데이터센터도 자국화해야…방치하면 ‘데이터주권’ 잃는다”

권하영 기자

21세기 디지털 경제의 핵심 인프라인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데이터센터 유치에 성공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규제와 인허가 절차의 복잡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지털데일리>는 한국 데이터센터 산업의 도전 과제와 해결 방안을 탐구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유치 경쟁에서 다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해본다.<편집자>

LG CNS 조헌혁 클라우드데이터센터사업담당

[디지털데일리 권하영기자] “데이터센터가 점점 줄어들거나 글로벌 추세에 따라가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우리 국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라도 막상 데이터센터는 일본에 짓게 될 수도 있다. 데이터센터는 곧 데이터 주권의 문제다.”

LG CNS 조헌혁 클라우드데이터센터사업담당은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최근 글로벌 클라우드서비스기업(CSP)들이 주요 아시아 지역에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을 줄줄이 발표한 가운데 한국은 여기서 배제된 데 대한 우려에서다.

조 담당은 “우리나라가 5년 전만 해도 데이터센터 투자가 많이 유입됐는데, 지금은 대부분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에 모이고 있다”며 “그나마 한국이 대기업 위주로 IT 수요가 있고 또 K-콘텐츠 열풍으로 IT 인프라가 필요하니 어느 정도 유지가 되고 있는 것”이라 전했다.

실제 인공지능(AI) 수요 폭증으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CSP)들은 앞다퉈 수백억달러 규모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는 추세다.

이런 수요를 공략해 일본·싱가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에서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지만, 한국은 외려 복잡한 인허가뿐만 아니라 전력공급 규제와 지역분산 정책 등으로 인해 투자처로서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전력소모가 큰 데이터센터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문제는 실효성이라고 지적한다. 데이터센터 구축·운영에 필요한 모든 IT 인프라와 자원 또한 수도권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각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는 낮은 인센티브 정도로는 애초에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이유가 못 된다는 것이다.

조 담당은 “데이터센터 입주사들은 IT 기업이고 콘텐츠 기업인데, 그들의 최종 사용자가 다 서울에 있기 때문에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몰리는 것”이라며 “지방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면 서울과 지방간 레이턴시(속도지연)를 감내해야 하고 또 그에 따른 통신비용은 사업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이걸 외면하고 ‘지방에 전기가 많으니 거기로 가라’고만 한다면 사실 어려운 문제”라고 토로했다.

현재 정부는 지난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에 따라 지역별 전력 차등제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에서 전기요금이 낮아져 데이터센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담당은 “지역별 전력 차등제는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지만,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통신환경 이격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문제라 그렇다면 통신비용을 지원해주는 게 직접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간 네트워크 통신 속도를 커버할 수 있게 해준다면 굳이 수도권에 있을 이유는 없다”고 제언했다.

오히려 데이터센터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력 차등만으로는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조 담당은 “데이터센터 기술이 계속 고집적화되면서, 동일 면적에서 수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소화할 수 있는 컴퓨팅 성능이 늘어나고 있다”며 “사실 전력량 이슈만 해결되면, 규제로 인해 수도권에 새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없는 후발 사업자와 이미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가진 기존 사업자들간 격차는 커지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결국 지금과 같이 국내에 데이터센터 구축 환경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IT 서비스 근간인 데이터센터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할 것이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데이터 주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조 담당이 염려하는 지점이다.

조 담당은 “데이터센터를 짓는다는 것은 데이터 주권이나 데이터 원천 리소스에 대한 파워가 있다는 의미”라며 “지금도 데이터센터가 우리나라에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회사를 만들고, 세금을 내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데이터센터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점점 줄어들게 되면 다른 나라에서 회사를 만들고 그곳에서 산업을 일으켜버리게 되는 셈”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데이터센터 산업에 대한 평가 자체를 달리 해야 한다”며 “지금은 단순히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세금 같은 것으로 산업의 가치를 잘못 판단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가 없어질 경우를 전제로 했을 때의 가치를 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산업을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국민적 동의를 얻어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조 담당은 “데이터센터는 근본적으로 데이터를 가두는 장소이고, 데이터는 AI든 클라우드든 앞으로 우리나라가 가려는 4차산업의 근간”이라며 “기본 근간이 되는 산업은 어떻게 해서든 자국화를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