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실적 부진'에도 자신 표한 삼성SDI, 각형·차세대 경쟁력 높인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수익성 우위 질적 성장 기조를 유지해왔던 삼성SDI가 부진한 2분기 성적표를 내놨다. 다만 이어지는 흑자 기조와 장기적인 전기차 시장 성장성을 고려해 올해 연간 투자 집행 계획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그러는 한편 46파이 등 일부 차세대 제품 양산 계획을 앞당기고, 전고체·리튬망간인산철(LMFP)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중장기적 성장 동력을 잇겠다는 방침이다.
삼성SDI는 30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4501억원, 영업이익 2802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 전분기 대비 13%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5% 증가했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전지 부문 매출은 3조87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전분기 대비 15% 하락했다. 영업이익은 20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전분기 대비 3%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5.4%를 기록했다.
전기차 시장 수요 둔화와 리튬 등 주요 메탈 가격 하락에 따라 중대형 전지 사업 실적이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판매 확대, 소형 전지 사업의 원통형 배터리 장기공급계약 기반 일회성 보상 영향으로 영업이익의 전분기 대비 하락세는 소폭에 그쳤다.
전자재료 부문 매출은 57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 전분기 대비 5% 각각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전분기 대비 36%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12.5%를 기록했다.
편광필름은 고부가 대면적 TV용 제품 판매 확대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반도체 소재는 주요 고객으로의 판매 확대 등으로 실적이 개선됐고, OLED 소재는 수요가 감소했으나 IT용 신제품 진입 등으로 매출 감소를 최소화했다.
김종성 경영지원실 부사장은 "하반기 수요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당초 전망에는 미치지 못하고 본격적인 회복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라면서도 "이는 전기차 캐즘과 주요 고객의 재고 조정, 불확실한 거시경제에 따른 단기적 현상이다. 하반기 상황도 녹록지 않으나 실적 개선 뿐 아니라 미래의 준비도 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 "올해 투자는 확보된 수요·장기 성장 위한 것…계획 변동 없다"
삼성SDI는 지속되는 전기차 업황 부진에도 올해 설비투자 계획 등에 변동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시장 수요 둔화가 단기적인 요인에 의한 결과인 걸 고려하면 장기적인 성장성은 유지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글로벌 탑티어 배터리 업체들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기존 구도가 지속되는 만큼, 그 격차를 벌려나가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김윤태 경영지원실 상무는 "삼성SDI는 주력인 이차전시 사업 특성 맞게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진행하고 있고, 배터리 사업의 중장기 성장성에는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올해는 헝가리 법인 증설, 미주 스텔란티스 JV 건설 등 확보된 투자 대응과 전고체 전지 및 46파이 등 중장기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 진행하고 있어 투자계획 큰 변동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기적인 자동차 수요 약세의 지속 및 차량 OEM의 전동화 전략 변화도 감지되고 있어, 이러한 시장 변화를 모니터링해서 최적화된 투자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유럽, 미국 등 신생 배터리 업체의 양산도 경쟁 요소에서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최근 외신 등에서 노스볼트가 양산 차질 문제를 지속하면서 BMW가 납품 물량 미이행에 따라 계약을 취소했다는 소식이 나온 것에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삼성SDI는 미주 내 각형 신제품인 P6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고 스텔란티스 미국 합작법인(JV)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조기 양산을 연내 추진할 계획이다. 또 헝가리 공장 증설 계획 등을 예정대로 진행한다.
손 미카엘 중대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최근 언론보도 등을 통해 신생배터리 업체들이 양산 단계에 접어들며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는 당사 비즈니스 확대 측면에서 긍정적 측면 주는 건 사실"이라며 "자동차 배터리는 대규모 투자가 선행돼야 하므로 자금여력이 필요할뿐만 아니라 수백 수천만개 배터리를 균일하게 생산해야해 오랜 노하우와 기술 축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다양한 정책 변화를 충족할 수 있는 글로벌 SCM 역량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라면서 "최근 고객별 차종별 폼팩터나 케미스트리 니즈가 다양화되면서 이를 개발하기 위한 기술 개발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있어, 아직 충분한 역량 확보하지 못한 후발 업체들이 OEM들이 원하는 안정적인 배터리 대량 생산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 부사장은 "이러한 영향으로 중장기적으로 신생 배터리 업체들의 영향력은 제한적, 기존 탑티어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이 유지될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 경쟁사 각형 진입에도 자신감…"노하우·SCM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각형 배터리에 대한 경쟁력에 있어서도 자신감을 표했다. 삼성SDI가 오랜 각형 배터리 개발 노하우를 쌓아 온 만큼, 이에 신규 진입하는 경쟁사 대비 우위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은 전기차 업체의 요청 등에 따라 각형 배터리 개발을 추진하거나 고객사와의 협상을 논의해온 바 있다.
손 부사장은 "각형 배터리는 표준화 측면에서 용이하다는 장점 외에도 안정성과 팩 설계 측면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전기차 주행거리 늘리기 위한 배터리 탑재량 증가로 배터리 안정성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는데, 각형은 넓은 밑면을 통해 하부 냉각판과의 접촉 면을 키울 수 있어 열전파 현상, 주변의 셀로 열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데 최적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셀투팩(CTP), 셀투샤시(CTC) 등 원가 절감을 위한 팩 제품이 확대되고 잇는데, 각형은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셀을 바로 탑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며 "전기차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가 지속적으로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이며, 이와 관련한 전기차 업체의 협력 요청도 늘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삼성SDI는 자동차 전지 사업 초기부터 오랜 기간 각형 배터리에 주력해오며 개발 및 양산 노하우를 축적해왔다"며 "각형 폼팩터에 최적화된 부품 공급망관리(SCM) 축적 등으로 신규 진입한 경쟁사들이 단기적으로 따라잡기 힘든 차별화된 강점을 바탕으로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다.
◆ 46파이 원통형, 1년 앞당겨 양산…LFP·전고체 등 포트폴리오 확대
삼성SDI는 2026년으로 계획했던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 일정도 1년 앞당겼다. 전기 바이크, 킥보드 등 마이크로모빌리티 시장 내 수요에 따른 결정이다. 이와 함께 ESS용 리튬인산철(LFP)·중저가 전기차용 LFP 및 코발트프리(NMX)·하이엔드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등 응용처별 소재 포트폴리오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조한제 소형전지 전략마케팅 부사장은 "46파이 배터리 개발 및 양산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모빌리티향 첫 프로젝트 확보해 내년 초부터 양산할 계획"이라며 "전기차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양산 계획을 기존보다 1년 이상 앞당긴 것이 의미 있으며, 이를 통해 양산 능력과 제품 경쟁력을 시장에 빨리 입증할 수 있는 게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요 OEM과도 프로젝트 논의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등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SDI는 최근 미국 최대 전력기업으로부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제품인 삼성 배터리 박스(SBB) 수주를 확보하며 관련 시장 확대 본격화에 나섰다. ESS 시장은 최근 전력 수요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그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손 부사장은 "전력용으로 대용량 모듈 및 공간 이용률 극대화를 통해 SBB 용량 확대를 지속 추진하고, 2026년 양산 목표로 당사만의 제품 경쟁력을 활용한 높은 품질의 LFP 배터리를 준비해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겠다"며 "동시에 사업 확대를 위해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 등 거점 전략에 대해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중저가형 배터리에 대해서는 "볼륨·엔트리 시장은 전기차 대중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해왔다"며 "NMX, LFP 양극재를 활용한 저원가 플랫폼을 착실히 준비해왔다. 하반기 중 기술 검증 단계인 플랫폼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며,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고객과 프로젝트 논의 및 수주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수요가 늘어나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량(PHEV)과 관련해 "고객의 신규 프로젝트 요청이 증가하고 있다"며 "PHEV가 요구하는 고출력 특성을 갖춘 각형 배터리를 공급해온 만큼, 이를 통한 시장 수요에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는 "하반기 역시 녹록지 않은 상황이 예상되지만 회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를 위한 매우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향후 시장이 턴어라운드 되는 시점에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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