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 무용론…ICT 현안 전문성 검증 실종(종합)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틀차에 접어들었다.
청문회 분위기는 첫째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이 MBC 재직 시절 이 후보자의 언론노조 탄압 의혹을 검증하는데 총력을 기울인 반면, 여당 의원들은 그간 언론노조의 행태를 비판하면 후보자 수호에 나섰다. 자연스레 ICT(정보통신기술) 현안에 대한 후보자의 전문성 검증은 뒷전이 됐다.
특히 청문회와 별개로 대통령이 이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이상인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에 나섰다. 이 직무대행은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기 전 자진 사퇴할 것으로 전망이다.
◆ MBC 노조 감찰 여부 검증 집중…"노조 탄압" VS "리스크 관리"
25일 이어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이 후보자의 MBC 재직 시절 노조 감찰 여부를 두고 부딪혔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과거 MBC 재직 시절,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들을 탄압하기 위해 내부사찰 및 외부 여론 형성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훈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소셜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 MBC 소셜미디어 대응 자문 제안서 혹시 기억하냐"라며 "이 후보자가 (MBC) 본부장으로 계실 당시 체결한 계약인데, 특정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을 이용해 SNS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여론을 조작하겠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계약을 통해 외부에선 여론을 조작하려 하고, MBC 내부에선 ‘트레이컷’이란 프로그램을 이용, 정보를 수집해 통제한 사실을 인정하냐“고 질의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어디까지나 리스크 관리 차원이었다며,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먼저, 이 후보자는 외부 여론 조작 의혹에 대해 "불법이 전혀 아니며 당시 리스크 매니지먼트 위기관리 계약을 맺었던 것"이라며 "(파업 당시인) 그때 정확하게 몇 명이 파업해 나갔는지는 모르지만 1000명에 가까운 사원들이 업을 뛰쳐나갔다"고 반박했다.
'트로이컷'을 활용한 내부 감찰 의혹과 관련해선 "트로이컷에 대해 저희는 사내 보안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야당 위원님들께서는 사찰 프로그램이라고 말씀하신다"며 "만약 사찰 프로그램이었다면 저나 임원들도 그 프로그램을 설치했을까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당시) 우리 인트라넷까지 해킹당하고 사장 법인카드 내역까지 유출됐다"며 "사내 보안 프로그램을 강화하기 위해 설치했던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 실종된 ICT 현안 전문성 검증…소관법 다툼엔 "차근차근 따져볼 것"
이준석 의원(개혁신당)을 주축으로, 통신방송 분야에서 전문성 검증은 간간이 이뤄졌다.
먼저, 방통위 소관법인 이동통신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와 관련해 이 후보자는 "공정거래법과 부딪히는 면이 있어 임명되면 차근차근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단통법에 따라 판매장려금을 지급해온 이동통신 3사에 대해, 2015년부터 지난 10여년간 판매장려금을 통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담합했다고 보고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이통3사에 대한 심사보고서에서 시장상황반 운영을 통해 이들이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한 부분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번호이동 실적을 공유하면서 번호이동 실적이 떨어지면 이를 회복하기 위해 판매장려금을 더 많이 지급하고, 실적이 올라가면 판매장려금을 더 적게 지급해 의도적으로 경쟁을 피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공정위와 방통위의 소관법이 서로 상충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공정위는 통신사들이 경쟁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방통위는 통신 시장은 특수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현재 통신업계의 입장을 대변해줄 방통위원장은 공석인 상태다. 최악의 경우 이통3사가 낸 과징금은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후보자는 통신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공정거래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게 적절하냐는 질의에 "공정위는 자유경쟁을 장려하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측면에서 보면 어느 정도 규제를 해주는 게 이롭다는 측면이 있다"며 ”철저하게 따져 이용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 방통위 중심 미디어통합법제 재추진되나
방송 현안과 관련해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포함한 미디어통합법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준석 의원은 "최근 공정위가 넷플릭스와 웨이브를 시작으로 해서 네이버, 쿠팡, 마켓컬리까지 소위 구독경제에 해당하는 업체들에 대해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중도해지권을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인데, 어떤 서비스든 (월 정액) 멤버십 결제를 하더라도 하루만 이용해도 해지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뜻 보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권리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콘텐츠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날벼락 같은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이 후보자는 "규제는 방통위가, 진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문화체육관광부가 하고 있다"며 "(그런 이유에서) 통합미디어법의 필요성이 제기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방통위 차원에서도 미디어통합법제는 마련되고 있다. 방송법·IPTV(인터넷TV)법·전기통신사업법 등 부처별 산재된 미디어 법제를 하나의 법제로 통합해 낡은 방송법 규제체계를 전면 개편한다는 취지다.
지난해 마련된 미디어통합법제 초안을 수정보완하기 위한 연구반도 최근 발족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 후보자의 답변을 들은 뒤 "정부조직법과 관련된 이야기는 역사가 긴 만큼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고 제지했다.
◆ 野 ‘이상인 탄핵 소추안’ 의안과 제출…與는 후임 모색
다만 이날 청문회 분위기는 대체로 전날과 비슷했으며, 질의와 답변도 반복됐다. 급기야 '청문회 무용론'도 불거졌다.
이 후보자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선 “업무상 목적 외 사용한 바 없다”, 정치 편향적 발언에 대해선 “자연인 시절의 발언”이라고 일관된 답변을 내놓으며 현장에선 “청문회가 무의미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항의가 제기됐다.
더욱이 야당은 대통령이 청문회와 무관하게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30일 과방위 전체회의가 예정된 가운데, 빠르면 다음날인 31일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이 후보자의 임기를 최대 한 달로 보고 있다. MBC의 관리 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의 임기가 내달 12일 종료되는 가운데, 새 이사진을 구성한 뒤 야당이 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하기 전 자진 사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를 제지하고자 민주당은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위원장 직무대행 탄핵에 나선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 의안과에 이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여당이 5인 완전체로 운영돼야 하는 방통위를 독임제로 운영했기에 국회의 권한에 따라 탄핵소추안 발의했다는 설명이다.
방통위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위원장을 포함한 여권 추천 2인만으로 운영돼 왔다. 5인 완전체로 운영돼야 하지만, 야당 측 상임위원 2인의 임기가 지난해 차례대로 만료됐기 때문이다.
이 직무대행이 탄핵되면, 방통위는 사상 초유 ‘0인 체제’가 된다. 김홍일 전 위원장도 이번달 초 자진 사퇴하면서, 현재 방통위는 이상인 위원장 직무대행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안은 국회 본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된다. 현재 정청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탄핵소추안은 어렵지 않게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에선 이미 부위원장 후임 모색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진숙 방통위원자 후보자는 이르면 오는 31일 임명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전까지 부위원장은 지명해 이 후보자 취임과 즉시 MBC 이사진을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 설치법) 제5조 2항에 따르면 상임위원 5인 중 ▲위원장을 포함한 2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3인(여당 교섭단체 1인·야당 교섭단체 2인)은 국회의 추천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진숙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탄핵이라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대한 심대한 위반행위가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탄핵을 거론하는 것과 관련 "한 부처의 업무를 완전히 마비시키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을 해 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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