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은 목표 아닌 과정”… 시프트업 시험대는 지금부터 [시프트업 상장②]
[디지털데일리 문대찬기자] 개발 경쟁력을 인정 받아 단숨에 게임 업종 시총 4위 대형 게임사로 올라섰지만, 시프트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선 여전히 업계 시각이 분분하다.
실제 상장 첫날인 11일 공모가 대비 18% 상승한 7만1000원에 거래를 마친 시프트업은, 이날 12일엔 차익 실현을 위한 매물이 쏟아지면서 1.27% 내린 7만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상장 전부터 지적된 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에 대한 우려를 끝내 해소하지 못한 모양새다.
시프트업은 시총에 비해 매출 규모가 경쟁사들에 비해 작다. 시프트업 작년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686억원, 1110억원이다. 당장 시프트업보다 시총이 1조가량 높은 넷마블의 지난해 매출은 2조5014억원으로, 규모 면에서 확연한 격차를 보인다.
이러한 매출마저도 특정 IP(지식재산)에 의존하고 있다. 시프트업의 작년 전체 매출의 97%는 2022년 출시한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여신: 니케(이하 니케)’에서 발생했다. 올해 1분기 역시 니케 매출 비중은 365억원으로 1분기 전체 매출의 97.6%를 차지했다.
니케 부진이 곧 회사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시프트업은 두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현재 주 수입원인 니케가 이전에 출시한 ‘데스티니차일드’와 마찬가지로 이용자 이탈 시 매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플레이스테이션5로 출시한 콘솔 어드벤처 액션 게임 ‘스텔라블레이드’가 지난 두달 간 220억원을 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고는 하나, 판매량이 지속해 떨어지는 패키지 게임 특성상 니케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차기작인 ‘프로젝트위치스’가 출시될 2027년까지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없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다만 증권가는 시프트업 향후 전망을 밝게 점치고 있다. 보유한 2개의 IP만으로도 차기작 출시까지 회사 실적을 견인할 경쟁력이 충분하단 시각이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프트업에 대해 “니케와 스텔라블레이드는 다양한 해외 지역에서 흥행한 IP다. 글로벌 IP인 만큼 텐센트, 소니 등 글로벌 유수의 퍼블리싱 파트너사들과 협업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향후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조대형 DS투자증권 연구원도 “시프트업은 니케 업데이트로 순위 반등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양호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프트업도 성장 동력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니케는 내러티브 중심의 세계관 확장과 주기적인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해 충성층이 탄탄하고, 스텔라블레이드 또한 콘솔 게임 선호도가 높은 서구권 지역 중심으로 잠재적인 구매층을 확보했단 것이다. 게다가 두 IP 모두 PLC(제품생애주기)가 걸음마 단계에 있는 만큼, 성장 잠재성이 크다는 자신이다.
실제 니케는 6개월 단위로 이뤄지는 이벤트와 계절 이벤트를 기점으로 매출 순위가 크게 뛰어오르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시프트업에 따르면 올 1~4월달 니케 매출을 연환산하면 전년보다 크다. 콘텐츠 구성이 하반기에 밀집되는 것을 감안하면 전망이 우호적이다.
앞선 IPO(기업공개) 간담회에서 안재우 시프트업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서브컬처 게임 ‘원신’이 출시 4년이 지난 현재도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는 것을 언급하면서 “유저와 유대관계 속에 PLC가 길어지는 서브컬처 게임 속성상 니케 장기 흥행 가능성도 높다”고 강조했다.
시프트업은 연내 니케의 중국 출시도 계획 중이다. 지난달 기준 니케 누적 매출의 50.9%는 일본에서 발생했다. 북미(17.7%)와 국내(14.9%)가 뒤를 잇는다. 서브컬처 선호도가 높고, 세계서 두 번째로 큰 게임 시장을 보유한 중국에 진출하면 매출 규모는 보다 커질 수 있다.
스텔라블레이드 흥행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슈트 등 수집 요소나 보스전 콘텐츠 등을 지속 업데이트해 게이머 눈길을 끌고 있어서다. 시프트업은 스텔라블레이드 후속작 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향후엔 PC 버전을 출시해 점유율 확대에도 나설 계획이다.
스텔라블레이드는 플레이스테이션5 독점작으로 출시돼 접근성에 다소 제약이 있었는데, PC 버전이 출시되면 구매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CFO는 “AAA급 게임 소비 장치가 PC로 이동하고 있다. PC 버전이 공개되면 IP 가치가 본격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프트업은 이외 다양한 해외 타이틀과 IP 협업을 진행하고, 게임의 영상화 등을 꾀해 2개 IP를 지속적인 수익 창출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두 IP간 협업도 검토 중이다.
또한 의사 결정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개발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개발 과정에 적극 활용해 경쟁력 있는 비용 구조를 유지할 계획이다.
한편 김형태 시프트업 대표는 이번 상장을 토대로 회사 경쟁력을 더욱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상장은 골(Goal, 목표)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침착하게 좋은 게임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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