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α' 보안시장 잡자…일본에 깃발 꽂는 국내 스타트업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국내 보안 스타트업들이 해외 사업을 펼칠 주무대로 일본을 낙점했다. 미국 등 거대 보안 시장과 비교했을 때, 스타트업 단위에서 사업 기회요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기업은 일본에 지사를 세우거나 현지 파트너사를 확보해,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일본 사업을 펼치고 있는 스타트업(5~10년차) 대표주자는 스틸리언과 쿼리파이(구 체커)다. 국내 보안 업계에서 '해외 진출'이 숙원 사업처럼 여겨지고 있는 가운데, 각자만의 전략으로 현지 공략을 고도화하는 분위기다.
스틸리언은 '천재 해커'로 불린 박찬암 대표가 2015년 창업한 회사로, 모바일 앱 보안 솔루션 '앱수트(AppSuit)' 시리즈를 필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공공을 비롯한 금융,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일본 시장 또한 핵심 목표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스틸리언은 올해 6월 일본 지사를 세우며 본격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2019년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해외 진출 경험을 쌓은 만큼, 일본에서도 승부수를 두겠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창업 이후 일본을 주기적으로 방문했을 정도로 일본 사업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틸리언은 앱수트 시리즈와 함께 일본 현지 고객들을 위한 인프라를 완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지 테크니컬 센터(technical center)를 설치해 고객사 이슈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파트너사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테크니컬 센터는 이르면 올 8월 혹은 하반기 중 설치가 완료될 전망이다.
쿼리파이도 일본에 뿌리를 내리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된 쿼리파이는 클라우드 데이터 보호 제품군 '쿼리파이 DAC(Database Access Controller)와 '쿼리파이 SAC(System Access Controller), 쿠버네티스 접근제어 특화 '쿼리파이 KAC(Kubernetes Access Controller)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쿼리파이 또한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일본 시장에서도 기회 요인을 모색 중이다. 최근 일본 도쿄 미나토구에 위치한 'K-스타트업센터(KSC도쿄)에 '쿼리파이 재팬' 법인으로 새 둥지를 마련한 바 있다. 법인장으로는 몽고DB, SAP 출신 아리노부 케이조 대표를 선임했다. 쿼리파이는 아시스토, 에어컴퍼니 등 일본 클라우드관리서비스(MSP)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추가 사업 기회를 물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보안 시장은 2021년 기준 1조3321억엔(약 11조원) 규모였고, 향후 덩치가 커질 전망이다. 주요국에 비해 디지털 전환이 느리다는 특징이 있지만 공공과 금융을 중심으로 기존 아날로그 업무 과정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갈취, 데이터 유출, 인터넷 사기 등 사이버 위협에 대한 정부 차원의 경각심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보안 기업들에게도 선점하고 싶은 시장 중 하나다. 한국에 비해 보안 시장 규모가 2~3배 더 크다는 점과, 판매 및 유지 보수 측면에서 제값 받기가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기존 파트너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는 시장 특성 때문에 진입을 어려워하는 기업도 다수이지만, 반대로 "한번 뚫으면 자사 제품을 오래 사용한다"는 의미로 이를 해석하는 기업도 많다.
이러한 일본 시장을 노리는 스타트업은 추후 늘어날 전망이다. 2018년 첫 발을 뗀 데이터 인텔리전스 전문 기업 S2W는 해외 전략 중 하나로 일본을 꼽고 있다. 지난해를 필두로 일본에 특허 등록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멀티 도메인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 장치 및 컴퓨터 프로그램', '지식 그래프를 이용하여 사이버 시큐리티를 제공하는 방법, 장치 및 컴퓨터 프로그램', '암호화폐 거래를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 획득 방법 및 장치' 등이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에서는 공공 예산 삭감 등의 이유로 사업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는 보안 기업이 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국내 작은 파이(pie)를 나눠 먹는 데 그칠 수 있다는 위기감 있어, 스타트업 단위에서도 해외에서 사업 기회요인을 미리 찾아두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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