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클라우드 데이터 보호 플랫폼 '쿼리파이', 철옹성 일본 시장 뚫는다
[디지털데일리 김보민기자] 보안 업계에게 해외 진출은 오랜 숙원사업이다. 특히 일본 시장은 기존 파트너사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다는 특징 때문에 뚫기 힘든 철옹성으로 꼽힌다. 현지 진출을 시도했더라도 상흔만 남기고 돌아오는 기업이 허다한 이유다.
이러한 분위기 속 일본 시장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내민 기업이 있다. '한국판 실리콘밸리'라는 별칭으로 국내 보안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체커(Chequer)다.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한 체커는 클라우드 데이터 보호 플랫폼 쿼리파이를 앞세워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채비를 마쳤다.
◆ "넓은 범위 DB 지원" 쿼리파이, 남다른 이유
지난 22일 서울 강남 사무실에서 <디지털데일리>를 만난 황인서 체커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사 사업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 대표는 "클라우드가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전통적 보안을 넘을 새로운 콘셉트가 필요해졌다"며 "체커는 현대적인 방식의 보안, 데이터 영역에 집중한 보안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자신감의 배경에는 체커를 상징하는 '쿼리파이'가 있었다. 쿼리파이는 개발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기업 내 다양한 데이터를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보안 솔루션이다. 단일 플랫폼 내에서 가시성을 확보하고 보안 및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하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클라우드 환경을 관리하기 위해 파편화된 솔루션을 쓰는 것이 아닌 단일 플랫폼으로 사각지대를 없애는 것이 골자다.
제로 트러스트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쿼리파이는 아이덴티티, 네트워크, 엔드포인트 등 주요 영역에서 활약하는 파트너사 제품과 결집이 가능해, 글로벌 수준에 준하는 제로 트러스트를 실현하도록 한다. 대표적으로 체커는 옥타, 팔로알토네트웍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고객 요청에 따라 맞춤형 제작(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다만 유사한 방식으로 데이터 보호 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많다. 황 대표는 쿼리파이가 가진 특장점이 분명하다고 자신했다. 그는 "쿼리파이는 데이터베이스를 지원하는 범위가 넓다"며 "기존 전통 기업들은 데이터베이스를 핵심으로 지원했다면 체커는 노SQL(NoSQL)·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에 처음부터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둡(Hadoop)과 데이터 웨어하우스 또한 지원이 가능하다"며 "제품에 있는 모든 기능을 전부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로 전환해 다룰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고객이 별도 어드민(Admin)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자체 보안 포탈을 통해 쿼리파이 요청만으로 데이터베이스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쿼리파이 하나로 제로 트러스트 구현부터 데이터 보안까지 가능해지는 셈이다. 국내 보안업계가 쿼리파이 아키텍처가 가진 시장성을 인정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현재 쿼리파이는 국내외 기업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체커는 야놀자,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두나무, 당근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일부 고객 기업은 특히 원장 관리에 쿼리파이를 사용했다. 황 대표는 "과거에는 별도 엑셀로 원장을 관리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에 관련 작업을 매끄럽게 진행하기 어려웠다"며 "쿼리파이는 액세스, 데이터 변경 및 승인, 결과 전후 스냅샷을 남기도록 지원하기 때문에 심리스(seamless)한 경험을 제공한다"라고 강조했다.
◆ 일본으로 향하는 체커, 현지 파트너 확보 '사활'
경쟁력을 입증한 체커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황 대표는 일본 시장을 본격 겨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일본은 한국보다 최소 10배, 최대 20배 더 큰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며 "가까운 나라이지만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완수하고 돌아온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을 주목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체커의 뿌리가 미국에서 돋아났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은 보안 벤더들이 대부분 미국 회사라는 특징이 있다"라며 "미국의 주요 회사들이 전부 일본에서 돈을 벌고 있다는 의미"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체커 또한 미국 회사로 포지셔닝(positioning)해 일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라며 "현지에서 투자를 확보하고 파트너사를 늘리는 것이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체커는 세일즈포스벤처스, 제트벤처캐피탈(ZVC)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해, 2021년 시드 투자 포함 누적 332억원을 장전했다. 올 4월 일본 지사장을 맞이해 본격 현지 사업에 시동을 걸 준비도 마쳤다.
이제 현장에서 부딪히는 일만 남았다는 것이 황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될 때까지 직접 부딪히는 것이 체커의 방식"이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올 하반기 일본으로 거주지를 옮겨 파트너사 모집 및 수요 분석 작업을 직접 수행할 예정이다. 체커는 일본 현지에서 5개의 파트너사를 확보한 상태다.
황 대표는 글로벌 진출을 위해 그 나라 문화를 습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일본어는 물론, 현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콘텐츠까지 두루 이해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다. 황 대표는 병역특례 시절 일본 나고야에서 일하며 스시 체인점에 탑재될 플랫폼을 만든 특별한 이력이 있다. 이러한 노력과 이력은 일본 지사장을 선임할 때도, 파트너사를 만날 때도 친밀감을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물론 일본에도 쿼리파이와 유사한 사업 모델을 전개하는 기업이 존재한다. 일본 사이트테크가 대표적이다. 다만 일본에 있는 데이터 보호 솔루션 대다수가 에이전트를 필수 요소로 포함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쿼리파이가 승부를 낼 틈새시장이 분명해 보인다. 쿼리파이는 별도 에이전트를 요하지 않는다.
체커는 올해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경쟁력을 키우는 데 에너지를 쏟을 방침이다. 데이터 접근제어(DAC), 시스템 접근제어(SAC)를 넘어 쿠버네티스 접근제어(KAC)와 데이터 디스커버리(AIDD) 라인업도 추가한다. 황 대표는 "올해 체커는 공공, 금융,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중심으로 기회를 넓혀갈 계획"이라며 "일본에서는 파트너를 늘리고 우수한 사용 사례를 발굴해 내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황 대표는 시장에서 쿼리파이가 어떻게 기억이 되기를 바라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러한 포부로 회답했다. "숙취해소제의 대명사로 '컨디션'이 떠올랐듯이, 쿼리파이 또한 그 자체로 인정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제로 트러스트를 구현하거나 보안을 강화하고 싶을 때 쿼리파이를 자동으로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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