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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는 美, 뚫는 中…반도체 주도권 경쟁 심화 [소부장반차장]

고성현 기자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반도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미국이 중국을 향한 반도체 수출 통제 법안을 추가로 발의하며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가 국가 경제·보안의 핵심으로 떠오르자,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는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업계의 주요 판매처도 미국에 집중되는 모습이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의회에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수혜를 받는 기업들이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등이 소유·통제하는 기업·단체로부터 반도체 제조 장비 구매를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는 미국 내 사업장이 법안의 대상이다. 이번 법안은 민주당, 공화당 의원이 함께 하는 등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미국은 지난 2019년 화웨이로 향하는 반도체 수출 제재를 시작으로 대중국 반도체 견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이 중국 내 공장에 대한 생산량을 높이지 못하도록 규정을 마련하는 한편, 미국 기술이 포함된 첨단 칩 기술·장비를 중국 등에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AI·고대역폭메모리(HBM)용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한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 접근에 대한 규제를 도입하는 안도 내놓은 바 있다. 아울러 28나노미터(㎚) 이상 구형 반도체 분야에서도 관세를 25% 수준에서 50%로 높였다.

미국이 중국을 향한 견제를 지속하는 이유는 반도체 시장 내 자국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부족한 제조 인프라를 자국에 확대하는 한편,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 수준을 지연시켜 첨단 무기·보안·AI 등 국가핵심 기술에서 격차를 벌리려는 의도다.

지난해 중국이 반도체 수출 규제 조치를 뚫고 첨단 칩을 내놓은 점도 이러한 견제 수위를 높이는 배경 중 하나다. 화웨이는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7나노 급 AP 개발에 성공했고,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또 파운드리에서는 SMIC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위에 오르는 저력을 내보인 바 있으며, 메모리에서도 양쯔메모리(YMTC) 자회사 우한신신, 화웨이, 창신메모리(CXMT) 등이 HBM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미국의 지속적인 견제가 중국의 첨단 칩 개발에 제동을 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7나노 공정 이하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등이 반입이 불가한 만큼, 단기간 내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장핑안 화웨이 CEO는 지난 4월 중국 쑤저우에서 열린 '모바일 컴퓨탈리티 네트워크 회의'에서 "우리는 분명 3나노를 얻을 수 없고 5나노도 얻을 수 없다”며 “우리가 7나노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 장비 반입 등이 제한되면서 초미세공정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성공한 7나노 공정을 바탕으로 한 응용처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이러한 미중 반도체 갈등이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기업이 첨단 칩 영역에서 끼치는 영향이 적은 데다, HBM 등 고성능 메모리 영역에서도 기술 격차가 지속되고 있는 덕이다. 다만 구형 메모리반도체 수출과 관련해서는 중국에 대한 비중이 컸던 탓에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으로 수출을 늘려왔던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사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 장비 내재화 영향이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탓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장비 등 일부 영역에서의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으나, 전체적인 산업 측면에서는 미국과의 공조가 강해지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도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사면초가에 놓일 가능성이 있어, 양국 간 정책 변화와 기술적 측면에서는 계속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성현 기자
narets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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