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초미세 공정 직접 챙긴다…물러설 곳 없는 '삼성 파운드리' [인더인싸]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TSMC가 3나노(㎚⋅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공정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주면서 첨단 파운드리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직접 초미세 장비 기업들과 만나 협력을 다지는 모습이다. 장비 반입은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인 만큼, 2나노 공정에서는 역전을 노리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28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개발 붐으로 글로벌 빅테크들이 잇따라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 파운드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AI 시장 확장에 따라 3나노 이하의 첨단 파운드리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향후 3나노 이하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64.8%로, 전체 파운드리 시장 성장률(연평균 13.8%)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3나노에서 TSMC에 밀려 다소 아쉬운 성과를 거둔 가운데 이재용 회장은 2나노는 직접 챙기는 모습이다. 주요 반도체 장비 기업과 협력을 위한 출장길에 오르고 있는 것이다. 첨단 파운드리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기술력 있는 기업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들 기업들의 장비를 잘 수급해 와야 파운드리 수율 개선은 물론 생산량 등도 늘릴 수 있다.
먼저 지난해 12월 페터르 베닝크 전 ASML CEO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ASML이 출하할 '하이 NA EUV' 장비는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미국 인텔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2나노 공정의 핵심 장비다. 현재 인텔이 6대, 삼성전자와 TSMC가 2025년 각 5대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당 4000억원 넘는 가격에도 주문이 밀려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이어 지난달엔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칼 람프레히트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만났다. 이 회장은 반도체 핵심 기술 트렌드와 양사의 중장기 기술 로드맵에 대해 논의하고, 자이스 공장을 방문해 최신 반도체 부품·장비가 생산되는 모습을 직접 살펴봤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 2000개 이상을 보유, 세계 1위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에 탑재되는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하고 있다.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은 3만 개 이상이다.
이 회동에는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신임 CEO도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 푸케 CEO는 10년 동안 ASML을 이끌었던 페터르 베닝크 전임 CEO의 뒤를 이어 지난달 24일 취임, 회사를 이끌고 있다. CEO 자리에 앉자마자 독일로 날아와 이 회장과 대면한 것이다.
장비 수급을 위한 출장길뿐 아니라 파운드리 고객이 될 수 있는 빅테크 기업 CEO와도 직접 회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일식집에서 만나 '스시 회동'을, 올해 2월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만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회장이 직접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한 출장길에 오르는 것은 업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운드리에서 TSMC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는 데다 3위 기업인 인텔까지 추격하는 상황으로 삼성전자의 상황이 좋지 않다"라며 "파운드리 경쟁력을 위해선 향후 중심이 될 2나노 이하 공정에서 수율을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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