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홍콩ELS 피해자’에 사과없었던… KB금융의 실적발표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지난주까지 KB금융을 비롯해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금융 국내 5대 금융지주사의 1분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사실 평상시 같았으면 별 감흥이 없었을 이벤트였다.
일반적으로, 금융회사의 연간 실적을 지켜봐야하는 레이스에서 시즌 초반인 ‘1분기’가 가지는 의미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좀 달랐다. 몇가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막대한 손실이 확정된 ‘홍콩 ELS 사태’와 그에 따른 자율배상 금액이 1분기 실적에 어느정도 손실로 반영됐는지가 궁금했다.
이미 증권가에선 실적발표에 앞서 ‘리딩금융 자리까지 바뀔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래서 5대 금융중 가장 눈여겨 봤던 자료가 KB금융지주사가 지난 25일 발표한 올 1분기 실적 자료다.
주지하다시피, KB금융의 자회사인 국민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이 타 은행들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사실 이번 홍콩ELS 사태의 핵심에 있는 회사가 KB금융이다.
예상했던대로, KB금융 측은 이날 ELS사태로 인한 고객 보상 비용 약 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인식해 영업외손실이 급증했으며, 그 결과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0.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KB금융 뿐만 아니라 농협금융 등 타 금융지주사들도 대략 ELS 손실의 40%선을 자율배상 금액으로 상정하고, 이번 1분기 실적에 이를 상당 부분 손실로 반영했다.
그리고 다음날 신한금융 실적도 발표되면서 올 1분기 리딩금융의 자리는 실제로 KB금융에서 신한금융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번 KB금융의 1분기 실적발표에서 개인적으로 또 하나 주목했던 것이 있다.
‘과연 KB금융이 홍콩ELS 사태 피해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비록 숫자만 나열되는 무미 건조한 실적 발표 보도자료지만, KB금융측이 '홍콩ELS 피해자들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거나 또는 '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자율배상에 더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등의 반성과 위로의 말을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런 표현은 보도자료 어디에도 없었다.
오히려 KB금융은 ‘홍콩 ELS 손실보상 비용 등을 제외한 경상적 ROE는 12.18%를 기록하며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견고한 수익성을 유지했다’거나 ‘업계 최초로 배당총액 기준 분기 균등 배당 도입’과 같은 내용들을 부각시켰다.
홍콩ELS 사태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에 대한 언급은 없이, 1분기 실적 급락을 의식한듯 KB금융 주주들을 안심시키기위한 주주환원 정책 강화 내용을 정성스럽게 담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KB금융의 실적 보도자료에서 매우 불편했던(?) 표현이 하나 더 있다.
KB금융은 “이번 분기에 발생한 대규모 ELS 손실보상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5929억원 수준”이라며 1회성 요인이란 점을 강조한 부분이다.
즉, ‘만약 이번 홍콩ELS 사태가 없었다면 여전히 국내 리딩금융은 신한금융(순익 1조3215억원)이 아닌 KB금융’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리딩금융이라는 타이틀이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
KB금융 실적 관련 기사에 무수하게 달린 댓글중 하나다.
KB금융이 정말로 리딩금융의 품격을 가졌다면, 이번 홍콩ELS 사태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한번 더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
피해자들 또한 '만약 이번 홍콩ELS 사태가 없었다면, 피땀으로 모은 소중한 재산의 일부를 잃지않고 행복한 노후를 꿈꿨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KB금융 뿐만 아니라 전체 5대 금융지주사에 다 해당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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