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확대에 D램 선두 경쟁 기대감 ↑…'메모리 1위' 도전장 낸 SK하이닉스 [소부장반차장]
[디지털데일리 고성현 기자] SK하이닉스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대대적인 국내외 투자와 파트너사 등과의 기술 협력을 통해서다. 삼성전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뎠던 생산 능력 확충에도 힘을 쓰면서 D램 시장 내 1위에 도전장을 내민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다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메모리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주요 투자를 결정지었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38억7000억달러(약 5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확정하고, 중단됐던 청주 M15X에 대한 투자를 재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SK하이닉스의 투자가 본격화된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성장세에 따른 HBM 수요 확대가 있다. 지난해 이후 데이터센터 투자가 범용이 아닌 AI와 같은 하이퍼스케일에 집중되면서, AI칩과 함께 탑재되는 HBM에 대한 니즈 역시 크게 올라간 것이다.
투자가 재개된 청주 M15X의 용처가 D램으로 확정된 점도 주목할만하다. 증설 계획이 발표된 2022년 당시만 해도 M15X가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으로 꾸려질 것이란 관측이 대다수였다. 확장라인이라는 의미를 담은 M15X가 낸드를 주로 생산한 M15 옆에 증설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2022년 하반기 시작된 시황 악화와 낸드 업황 부진이 찾아오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청주에서 M15X 외 추가적인 생산능력 확보가 어려운 만큼, 낸드 대비 수요가 강한 HBM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에 SK하이닉스는 M15 라인 내 HBM용 실리콘관통전극(TSV)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M15X를 D램 라인으로 꾸리게 됐다.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신설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HBM의 D램 적층 수가 현행 8단에서 12단, 16단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를 고도화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징 시설을 따로 구축한 것이다.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으로 투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R&D) 인력이 풍부한 것도 유효하게 작용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당분간 HBM 분야에서 공고한 입지를 다질 것으로 내다봤다. 선제적인 기술 개발로 HBM 생산 노하우를 먼저 확보한 가운데, 전체 HBM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보완·신규 투자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적용될 HBM4 이후 시점까지 SK하이닉스의 기술·투자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적용한 MR-MUF 방식과 삼성전자·마이크론의 TC-NCF 방식은 장단점이 다를 뿐, 어느 쪽도 가능성이 있는 기술"이라며 "중요한 것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먼저 꾸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이브리드 본딩이 도입되면 시설·기술 방식이 바뀌기에 판도가 변한다. 다만 그 전에는 생산 인프라를 먼저 꾸린 SK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청주 M15X, 용인 팹 등을 안정적으로 가동할 경우 범용 D램에 대한 대응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온디바이스 AI가 PC·모바일 등으로 확장되면서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수요가 늘어난 덕이다. 이를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지연된 생산 확대 투자 우려를 지우고, 삼성전자 등 업계 1위와의 경쟁에 다시금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범용 D램을 둘러싼 시황도 반등하는 분위기다. 특히 HBM으로 D램 수요가 집중되면서 범용 D램 값도 회복세가 강해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평균판매단가(ASP)는 전분기 대비 10~20% 상승했다. 트렌드포스는 이같은 D램 가격 상승 추세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5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하반기부터는 PC, 모바일, 일반 서버 등 전통적인 응용처 수요가 개선돼 메모리 수요는 안정적인 성장이 전망된다"며 "HBM 생산 확대로 일반 D램 생산에 제한이 걸리고 있어, 올해 메모리 시장 규모는 과거 호황기에 버금가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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