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DB의 아버지, 앤디 멘델손… “굳이 LLM 만들 필요 없어”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든다. 이미 잘 만들어져 있는 것을 쓸 수 있는데 굳이 만들 필요가 있을까.”
‘데이터베이스(DB)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라클 앤디 멘델손(Andy Mendelsohn) DB 서버 기술개발사업부 총괄부사장이 오라클이 직접 LLM을 개발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한 말이다. 모든 기술을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이용할 것은 이용하면서 보다 잘하는 것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한국오라클은 16일 ‘모던 데이터 플랫폼 및 DB 혁신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오라클이 강조하고 있는 융합형(Converged)DB가 지니는 이점은 무엇인지 등을 소개하며 인공지능(AI) 시대에 오라클DB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멘델손 부사장은 오라클의 DB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율운영(Autonomous)DB와 융합형DB를 꼽았다. 자율운영DB는 오라클이 DB에 대한 배포 및 유지관리, 보안 등을 완전 관리형으로 제공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개별 기업이 DB를 관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사람에 의한 실수 등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꼽는다.
자율운형DB는 최근 등장한 표현이 아니다. 오라클이 클라우드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한 2018년부터 줄곧 오라클의 핵심 DB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융합형DB는 비교적 최근 등장한 표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양한 DB 영역을 한데 품는다는 의미를 지녔다. AI의 대두로 비정형 데이터 처리에 대한 수요가 커진 만큼 행과 열이 있는 테이블 형식을 지원하는 관계형(Relational)DB에서 보다 지원 범주를 넓힌 것이 특징이다.
멘델손 부사장은 “융합형DB는 오라클이 데이터를 AI에 적용한다는 비전을 잘 보여주는 예다. 오라클이 제공하는 AI 기술을 활용하면 컴퓨터 공학 박사 학위가 없더라도, 오라클DB를 이해하고 시퀄(SQL)을 이해할 수 있다면 AI 기술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DB에 LLM을 더함으로써 자연어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기능이 더해졌다. 가령 ‘회사의 최근 실적이 어떤가’를 자연어로 물으면 LLM과 연동된 DB가 이에 대한 값을 제시하는 형태다.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LLM 개발 기업과 협력한다. 중요도가 높은 비즈니스 데이터인 만큼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업 내부에 있는 데이터를 기반해 답변토록 하고, 필요에 따라 메타 데이터를 더하거나 주석을 덧붙이는 등의 추가적인 기능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영상이나 이미지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에 대한 지원도 확대했다. 구체적으로 DB 포맷에 AI 벡터 포맷을 사용하는 시멘틱 검색 기능을 추가한 것인데, 여기에도 LLM을 적용시켰다.
오라클의 융합형DB 전략은 DB 시장에 시사하는 적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은 용도에 따라 복수의 DB를 사용하고 있다. 성능과 안정성을 위해 오라클DB를 사용하면서도 ‘빅쿼리’, ‘몽고DB’, ‘스노우플레이크’ 등을 병용하는 형태다. 시장 1위인 오라클DB와의 차별점을 내세우는 식인데, 오라클의 융합형DB는 다른 기업들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 역할을 하게 된다.
멘델손 부사장은 “오라클은 수년 전부터 비관계형 데이터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현재 기업들은 각각의 영역별로 특화된 DB를 혼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바향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개방형 업계 표준을 기반으로 하나의 DB에서 여러 특화된 용도의 DB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오라클의 융합형DB”라고 밝혔다.
그는 오라클의 융합형DB가 성능은 물론이고 비용 측면에서도 복수의 DB를 혼합해 사용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DB를 사용할 경우 별도 개발 및 보안 작업이 필요로 하는 데다 DB에서 DB로 데이터를 옮기는 과정(추출·전환·적재, ETL)도 필요하기에 운영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AI를 강조하는 오라클이 LLM을 직접 개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멘델손 부사장은 “FM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는 굉장히 많은 비용이 든다. 잘 만들어진 LLM을 이용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비용을 들여서 LLM을 만들 이유는 없다”며 “시중에 나와 있는 좋은 LLM 모델과 보다 잘 연동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오픈AI나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여러 벤더와 파트너십을 맺어 오라클클라우드에 LLM이 탑재하거나, 오픈AI의 LLM을 이용한 프라이빗 LLM을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AI 커뮤니티에서는 업무별로 특화된 LLM을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도 많은데, 이런 기업들과 협력해 특화된 기술을 오라클이 저렴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도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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