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이어 인텔도 손 내밀었다…몸집 키우는 네이버의 AI 반도체 동맹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네이버가 삼성전자에 이어 인텔과도 인공지능(AI) 반도체 공동 개발을 위한 협업 전선을 구축했다.
AI 연산의 핵심 칩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에 맞서는 움직임이 본격화한 가운데,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주요 AI 기업으로 꼽히는 네이버가 국내외 대기업들의 파트너 자리를 속속 꿰차는 모습이다.
11일 네이버클라우드와 인텔은 카이스트, 서울대학교, 포스텍을 포함한 국내 20여개 연구실 및 스타트업과 인텔의 AI 가속기 칩 ‘가우디’를 기반의 새로운 AI 칩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양사는 카이스트를 중심으로 한 ‘AI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해 AI 칩 생태계 다양성 강화를 위한 공동 연구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향후 엔비디아 GPU에 특화된 AI 개발 플랫폼 ‘쿠다’를 벗어나 인텔의 가우디 칩 기반 별도 개발 플랫폼을 구축, 여기에 네이버의 AI 서비스를 구동하는 것까지 추진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인텔은 가우디의 성능을 입증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포함한 가우디 기반 AI 생태계를,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들 연구를 주도하며 초거대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 중심 AI 생태계를 각각 넓힌다는 목표다.
해당 내용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피닉스에서 개최된 ‘인텔 비전 2024’ 행사에서 펫 겔싱어 최고경영자(CEO) 키노트를 통해 공개됐다. 이어진 양사 간 협약에선 AI 칩 생태계 확장은 물론, 커머셜 클라우드 구축에 대한 협력 가능성도 논의됐다. 이를 위해 네이버클라우드는 ‘가우디 2’의 테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자체 LLM을 개발한 네이버클라우드는 작년 8월 기존 모델을 고도화한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했다. 이를 바탕으로 AI를 접목한 여러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서비스와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다각도에서 펼치고 있다. LLM을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맨 처음부터)’로 개발해 운영 중인 기업은 현재까지도 많지 않다.
이번 협력 배경에 관해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는 “고비용 LLM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최적화 기술뿐 아니라 이에 대한 솔루션까지 제안할 수 있는 기업은 미국과 중국 빅테크를 제외하면 네이버클라우드가 거의 유일하다”라고 강조했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인텔에 앞서 삼성전자와도 손을 잡았다. AI 추론용 칩 ‘마하1’을 개발하기 위한 것인데 삼성전자가 칩 디자인과 생산을 맡고 네이버는 핵심 소프트웨어 설계를 담당한다.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사장)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AI 시대엔 컴퓨터와 메모리가 대규모로 결집할 수밖에 없는데 현존하는 AI 시스템은 메모리 병목으로 인해 성능 저하와 파워 문제를 안고 있다”라며 현재 개발 중인 마하1을 처음 소개했다. 경계현 DS 부문장 설명에 따르면 마하1은 데이터 병목(지연) 현상을 8분의1로 줄이고 전력 효율을 8배 높인 제품이다.
양사는 지난 2022년 12월부터 AI 반도체 솔루션 개발 협력에 나섰다.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으로 기술 검증을 완료한 후 현재 시스템온칩(SoC)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성능 검증 등 안정화 테스트를 거쳐 올해 연말 마하1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이와 관련,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AI 시대에 네이버 같이 대용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선 칩에 대한 비용 문제가 고민일 수 밖에 없다”며 “2022년 말부터 협력해 온 결과가 효율성이 높은 인퍼런스 칩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수연 대표는 “마하1은 아직 상용화라든지 네이버가 어느 정도 규모로 쓸 것인지에 대해선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AI용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하기 위한 AI·반도체 기업 간 협업은 향후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AI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AI 반도체 중 추론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억달러(한화 약 8조원)에서 2030년 1430억달러(한화 약 194조원)까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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