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주총] “반 토막 난 내 주식, 브라이언 각성하라” 노조 성토장 된 카카오 제주 본사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먹튀 임원 인사 웬 말이냐,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 영어 이름) 각성하라” “반 토막 난 내 주식, 브라이언 각성하라”
28일 제주 제주시 영평동 스페이스닷원에서 개최된 제29기 카카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 ‘크루유니언(이하 노조)’ 16명이 피케팅에 나섰다. 이들은 오전 8시30분경부터 주총 시작 직전까지 회사 경영을 규탄하는 피켓을 든 채 일제히 구호를 외쳤다.
노조는 카카오의 대내외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피케팅에 임해왔는데 주총 전에 피케팅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날엔 카카오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관련 리스크를 떠안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주총회에 앞서 피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작년부터 그룹 전반으로 사법적·도덕적 리스크가 심화하며 회사는 경영 쇄신 의지를 피력했지만, 일부 대표 교체 외 체감되는 변화가 없다는 게 이들 입장이다.
노조는 주총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성명서를 내고 ▲임원 선임 과정에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세스 정립 ▲임원의 범위, 책임, 권한을 명문화하고 투명하게 공개 ▲임원의 주식 보유 규정 제정을 통한 보상과 기업의 장기 성과의 균형 ▲일반 주주들의 접근성이 낮다는 한계 보완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카카오 주총장에서도 연달아 질의하거나 기립해 반대 의사를 보이는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힌 대다수 주주는 노조원들이었다.
먼저 서승욱 노조 지회장은 감사 및 영업 보고와 관련해 “이번 SM 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 영업권에 대한 손상 평가는 비교적 빨리 반영됐는데, 감사 의견대로 주가 하락이 주요 원인이라면 향후도 주가 변동에 따라 손상 평가가 반영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며 주가 외에 영업권 등이 추가 반영될 가능성과 향후 손상 평가에 대해 물었다.
카카오는 과거 멜론 서비스 운영사인 로엔 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에도 영업권에 대한 대규모 손상 평가가 있었고, 그 당시에 당기 순손실로 전환된 사례가 있다.
윤석 카카오 감사위원장은 “재무제표상 가능한 한 종속회사 가치를 보수적으로 측정하자는 기조하에 가치 평가를 면밀하게 했다”라면서도 “SM 엔터를 비롯해 카카오엔터와 카카오게임즈에서 일부 투자한 회사나 사업 전망이 과거보다 희석된 부분이 있어 영업권 상각이 대규모로 발생한 점은 이해해달라”라고 답했다.
최혜령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도 투자 활동이 핵심 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규 사업의 기반 확보할 기회가 되도록 보수적인 내부 투자 프로세스를 지속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최혜령 CFO는 “앞으로 대규모 손상이 일어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위험자산 가치의 적정성 모니터링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며 “카카오 투자 활동에 대한 내부 통제 프로세스를 개정해 기업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줄 투자자산 취득이나 처분에 대해선 적정성 검토와 승인 절차를 강화했다”라고 부연했다.
이사회 영향력과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성의 노조 홍보부장은 이사 선임의 건과 관련해 “카카오 사외이사 이사회 출석률과 찬성률은 100%에 가까운 것을 두고 일부 언론에선 사외이사 역할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라며 “실제 카카오 이사회와 사외이사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질의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이사회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사들로부터 적절한 의견을 들어오면서 카카오 전반에 이사회 존재감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라며 “이사회 의견이 카카오 경영 전반에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홍은택 대표는 “카카오 주가가 언제 12만원선을 회복할 수 있느냐”라는 어느 주주의 질문엔 “주가 하락으로 주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송구하다”라며 “저를 비롯한 카카오 임직원과 신규 선임 경영진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과 주주 이익 극대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홍 대표는 “글로벌 전반적인 경기 침체 우려와 금리 인상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가 인터넷 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쳤고, 대외적인 평가 리스크도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다”라면서도 “경영진으로서 주가는 인기 투표가 아닌, 체중계라고 생각한다. 본연적인 사업 성과를 끊임없이 상승시킨다면 주가 반등도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카카오가 작년부터 추진 중인 경영쇄신 작업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는 주주도 있었다. 지난 2월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정규돈 카카오뱅크 전 CTO 내정 소식을 알렸다. 정규돈 전 CTO는 과거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로 70억원대 차익을 챙긴 ‘먹튀’ 사례 인물이다.
홍 대표는 “결정 당사자가 아니라 말씀드리기에 적절치 않다”라면서도 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를 통한 절차는 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카카오는 이날 주총에서 ▲2023년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사내이사 3인, 사외이사 2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80억원) ▲자기주식 소각의 건 ▲이사 퇴직금 지급규정 개정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의 건 총 8개 안건을 모두 원안대로 가결했다.
오전9시 시작한 주총은 약 55분 만에 종료됐다. 카카오 주총은 매년 본사인 제주도에서 열리는 탓에 카카오 임직원과 일반 주주, 취재진을 전부 합쳐도 현장 참석자는 수십 명에 그친다. 이날은 기점으로 신임 대표에 오르는 정신아 내정자는 주총에 참석하는 대신, 판교아지트로 출근했다.
이날 주총을 끝으로 1년7개월 간의 임기를 마치는 홍 대표는 의장 인사를 통해 “2023년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등으로 급변하는 사업환경 속에서 카카오의 본원적인 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위해 정진한 해”라며 “SK C&C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중단사태의 여파로 단독대표에 취임한 뒤 성장과 안정 두 가지에 초점을 뒀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 성장기반을 다지기 위해 안 되는 서비스들을 과감히 접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조직들도 정비한 가운데 본원적 경쟁력의 강화에 리소스를 집중한 결과, 지난해 2분기부터 카카오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어나 4분기 최대 매출과 이익을 달성했다”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이런 성장의 기조는 정신아 내정자가 더욱 확고히 이어갈 것으로 생각하며 직원들과 활발히 소통하면서 미래지향적 혁신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고 응원하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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