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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K-SW] “대한민국은 여전히 SW 불모지”… 기업들의 ‘슬픈’ 해외진출

이종현 기자

인공지능(AI)이 본격 산업화되면서 ICT 중심 수출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이에 정부와 산업계는 올해 국내 소프트웨어(SW) 해외 진출을 중점과제로 삼았다. 글로벌 SW 시장에서 국내 비중이 1~2%에 불과하단 점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에 해외 진출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됐다. 디지털데일리는 SW기업 해외 진출 현황과 한계를 짚어보고, 올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사안을 검토·분석해본다. <편집자 주>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대한민국은 SW 불모지라는 말은 10년도 전부터 꾸준히 쓰여온 표현이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SW 시장은 적어서 생긴 말이다. 주기적으로 SW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SW 불모지라는 표현은 유효하게 쓰이고 있다.

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0개 주요국의 SW 시장 규모 순위 중 한국은 16위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가 13위인 것에 비해 3계단 낮다.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스웨덴 등 국가는 한국보다 GDP 순위가 낮지만 SW 시장 규모는 더 크다. 한국보다 GDP가 크지만 SW 시장 규모가 작은 것은 러시아와 멕시코뿐이다.

척박한 토양 탓에 SW 산업도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된 SW 업종 기업 중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곳은 전사적자원관리(ERP)를 판매하는 더존비즈온이 유일하다. 눈을 낮추더라도 엠로, 안랩, 한글과컴퓨터 등 3개 기업만이 시가총액 5000억원을 넘는다.

국내 비즈니스가 쉽지 않은 탓에 기업들은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에서 기반을 다지고 뻗어가기보다는 떠밀려 진출하는 형국이다.

클라우드의 유행이 기회가 됐다. 전통적인 구축형 SW의 경우 판매부터 설치, 유지·보수 등의 어려움으로 수출이 쉽지 않았지만 구독 기반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는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CSP)의 마켓플레이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SaaS를 기반으로 해외 사업에 성공한 대표 기업으로는 센드버드가 꼽힌다. 기업용 메시징 도구 SW 기업 센드버드는 2021년 기업가치 10억원 이상을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한국 B2B SW 기업 중에는 처음이다.

원격제어 및 화상회의 SW 기업 알서포트도 SaaS를 통해 해외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알서포트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거두고 있다. 2023년 매출액 504억원 중 310억원가량이 해외 매출이다. 일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데 구축형 SW와 SaaS 매출의 비중은 2:8 정도로, SaaS 성과가 두드러진다. 국내 시장에서는 구축형 SW가 6:4 정도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해외에서부터 사업을 개시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인 대표와 일본인 이사가 공동 창업한 인공지능(AI) 기업 올거나이즈는 미국에서 창업한 뒤 일본·한국으로 진출했다.

이처럼 SW 기업이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SaaS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사 SW를 SaaS로 전환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기업들은 SaaS 전환에도 불구하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업력이 긴, 시가총액 상위 SW 기업들은 해외 사업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한 모양새다. 시가총액 1위 SW 기업인 더존비즈온은 2023년 2억원의 해외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0.07% 수준이다. 뒤이어 안랩 3.2%, 엠로 1.7%, 한글과컴퓨터 2.2% 등으로 사실상 해외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사업에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은 스타트업들이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경우 내세울 만한 레퍼런스를 확보하지 못해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다. 국내 사업이 잘 되지 않아 해외로 진출하려 하지만,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사업을 해야 하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부도 이에 대한 문제를 인지하고 중소 SW 기업들의 육성을 위한 사업을 다수 펼쳐왔다. 하지만 산업계 현장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공공 SW 사업 대부분은 구축형으로, SaaS 계약은 현저히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조달청 디지털서비스 이용지원시스템 기준 2023년 SaaS 계약 건수는 137건으로 약 37억원가량이다. 전체 2178억원 중 SaaS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정부는 AI 반도체 확산을 위해 K-클라우드 프로젝트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들과 AI 반도체 제조 기업을 매칭·지원해 고객사례를 만들어주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SW 업계에서는 “SW에도 K-클라우드 프로젝트와 같은, 해외 진출을 위한 대형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 SW 기업들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는 것과 달리 해외 SW 기업들은 대거 한국에 상륙 중이다. 독일 SW 기업인 SAP는 2022년 국내에서 4115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지멘스, 레드햇, VM웨어, 다쏘시스템 등도 각 영역에서 꾸준히 성장하는 중이다. 국내에 진출한 한 기업 관계자는 한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표현했는데, 국내 기업들이 ‘SW 불모지’라고 부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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