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통·장] "적자도 힘든데"…에치에프알, 정종민 대표 경영권도 흐릿?
네트워크 통·장은 국내외 통신장비 업체의 근황 및 비전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가는 통장 잔고처럼 네트워크업계 통신장비(통·장) 업체들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봅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국내 통신장비업체 '에치에프알(HFR)'이 대내외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영업이익 900억원을 기록했던 회사가 1년 만에 적자로 전환한 것도 모자라, 소액주주들의 단체행동으로 대표이사 겸 창업자의 경영권도 지키지 못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잘 나가던 에치에프알에 무슨 일이?
에치에프알은 SK텔레콤 선임연구원 출신인 정종민 대표가 2000년 설립한 통신장비업체로, 통신 트래픽을 광선로로 다중화해 전달하는 광전송 장비 및 프런트홀 관련 장비를 국내외 통신사업자에게 납품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에치에프알은 지난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음5G 정책을 발표한 이후 5G CPE, 5G vRAN, 5G vCore, 비즈 플랫폼, 서비스 플랫폼 등 5G 네트워크 솔루션을 공급하며 커버리지를 확대하는 한편 해외의 경우 2022년 일본 NEC그룹의 ICT전문 시스템 통합업체인 NESIC와 로컬 5G솔루션 총판 계약 등을 맺으며 매출 다변화에 성공했다.
여기에 에치에프알은 2021년부터 일본 후지쯔와 50억원대 규모의 네트워크 시스템 상품(DBRU 필터) 공급 계약을 대거 체결하는 한편 북미향 프론트홀 공급 계약도 미국에 위치한 후지쯔 네트웍스 커뮤니케이션즈와 체결하며 해외 매출을 대폭 확대했다.
실제로 2021년 에치에프알이 일본 후지쯔와 맺은 장비공급 계약은 4건 총 400억원 규모에 달하며 후지쯔 네트웍스 커뮤니케이션즈와 체결한 5G 프런트홀 공급계약 규모는 5건 1994억원에 이르렀다. NESIC와의 로컬 5G솔루션 총판 계약까지 더해지며 에치에프알은 2022년 들어 연간 매출 3663억원, 영업이익 900억원, 당기순이익 686억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
에치에프알은 2022년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와이파이 전문 기업 엘텍네트웍스를 약 211억원에 인수하는 한편 같은 해 벤처캐피탈(VC) DSN인베스트먼트를 160억원에 사 들이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후 에치에프알은 엘텍네트웍스를 H1라디오로 사명 변경하는 한편 본사 및 자회사 와이파이 담당 부서와 통합하는 형태로 사업을 일원화했다.
DSN인베스트먼트의 경우, 5G와 미래기술 투자를 위한 'K-R 기술금융(가칭)' 전략사업을 위한 투자로 현재 해당 VC는 'K-R벤처스(케이알벤처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는 급변하는 통신 시장 환경에 발 맞춰 해외 수주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매출 다변화와 투자 선순환으로 장밋빛 미래를 그렸던 에치에프알은 단 1년 만에 '적자'라는 거대한 걸림돌에 부딪혔다.
지난해 일본과 북미향 공급계약이 대부분 만료돼 고객사 재고 정리에 따른 수주 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에치에프알의 매출은 전년 대비 55.8%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5G가 성숙기에 접어들며 통신장비 단가가 낮아진 데다 5.5G(5G 어드밴스드) 및 6G 관련 투자 비용이 집중되는 대외적 환경도 에치에프알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불통의 역사, 그들이 나서게 된 이유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사이 에치에프알의 소액주주들은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다. 앞서 에치에프알은 폐쇄적인 IR 정책과 무배당을 고수하며 주주환원 측면에서 이렇다할 정책을 실현하지 못했다.
에치에프알이 최대 실적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던 2022년 4만2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하락세를 반복하다 지난 3월 6일 1만5000원선이 무너지며 18일 종가 기준 현재 1만4310원을 기록했다.
에치에프알이 2022년 최대 실적을 거뒀음에도 무배당 정책을 고수하는 한편 같은 기간 정종민 대표의 성과보수는 꾸준히 늘자, 소액주주들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다.
지난해 주주총회를 통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 검토, IR 강화 등 개선책을 제시했지만 정작 하나증권을 통한 41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만 이뤄졌을 뿐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실효성있는 정책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22년 6월 반기보고서 기준 5억6100만원이었던 정종민 대표의 보수는 같은 해 12월 누적 기준 15억5200만원으로 증가했다. 기본 급여는 분기마다 1억2000만원꼴로 늘었고, 해당 시기 기업 내부에서 정한 상여금 등 성과보수의 경우 기존 4억원에서 11억5000만원으로 급증했다.
2022년은 에치에프알이 최대 실적을 거둔 해인만큼 정종민 대표의 성과가 인정된 점을 감안할 수 있지만 오히려 성과금은 해당 시기보다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 더 높게 책정됐다. 실제로 분기보고서 기준 지난해 정종민 대표의 상여금은 기존 11억5000만원에서 1억원 증가한 12억5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까지 누적된 정종민 대표 급여 3억6000만원에 상여금을 더한 금액은 16억1000만원이며 이를 연간 평균으로 환산하면 해당 시기 연간 보수는 17억30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를 정리하면 1년 새 회사는 적자기업이 됐지만, 정종민 대표는 1억5000만원 많은 보수를 챙겨가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정종민 대표의 재선임 여부가 결정되는 시기인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소액주주들의 연대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정종민 대표의 임기 만료일은 오는 3월 30일로,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안건 통과 시 대표이사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정종민 대표의 경영권 방어가 순탄하게 흘러갈 지는 미지수다. 현재 정 대표의 에치에프알 지분율은 특수관계인(0.71%)을 포함해 30.23%에 그치는 반면, 소액주주의 지분율은 59.08%에 달한다.
정종민 대표 재선임을 반대하는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율이 높아질 경우, 경영진의 우호지분을 끌어들이더라도 경영권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헤이홀더 플랫폼을 통한 소액주주연대 비율은 18일 기준 현재 12.36%다.
이를 의식하듯 에치에프알은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의안상정을 거절하고 이달 13일 ▲제9기 재무재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감사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골자로 한 '주주총회소집결의'를 공시했지만, 하루 만인 14일 주주들이 제기한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며 주주제안을 수용하게 됐다.
주주들이 제안한 의안상정 내용을 보면 제1호 의안은 자사주 매입 건으로 에치에프알이 올 상반기까지 100억원 상당의 보통주를 매입하는 것이다. 1호 의안이 가결될 경우, 에치에프알이 보유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하는 제2호 의안을 의결하게 되며 허권 헤이홀더 대표를 감사로 선임하고, 대표이사 연 보수한도를 7200만원으로 승인하는 제3호, 제4호 의안이 주주들의 제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에치에프알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주주총회 소집 결의 및 소집 공고 내 상정 안건이 변경될 예정"이라며 "추후 정정공시를 참고해달라"고 공시했다.
한편, 에치에프알은 지난 13일 공시를 통해 주당 22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시가배당율은 1.25%로, 배당금 총액은 28억8723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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