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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떠난 트위치, 그 후] 과징금 철퇴 맞고 떠나는 트위치, 9년사 돌아보니

채성오 기자

이번 주부터 트위치 서비스를 더 이상 한국에서 즐길 수 없게 된다. 트위치가 꼽은 한국 시장 철수의 주요 이유는 ‘망 사용료’다. 다만 이러한 가운데에서도 트위치의 빈자리를 노리는 기업들이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전통 강자였던 아프리카TV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빅테크 기업 네이버가 ‘치지직(CHZZK)’으로 해당 시장 참전을 선언한 것. 두 곳은 스트리머·이용자 유치에 불을 킬 전망이다. ‘경영 실패를 망 사용료로 돌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트위치, 그리고 아프리카TV·네이버의 시계가 앞으로 어떤 속도로 움직이게 될 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편집자 주>

27일 오전 11시 현재 트위치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이 이어지고 있다. [ⓒ 트위치 홈페이지 갈무리]
27일 오전 11시 현재 트위치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스트리밍이 이어지고 있다. [ⓒ 트위치 홈페이지 갈무리]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27일부로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하면서 잠잠했던 망 사용료 이슈가 재점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망 사용료가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 가량 비싸다"며 서비스를 중단하는 트위치와 달리 국내 통신업계에서는 기업의 경영실패를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위치는 2022년 진행했던 시청화질 제한·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 중단이 위법 행위로 인정받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 및 과징금 4.35억원을 부과받으며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한국 서버 오픈부터 지사 설립까지

트위치는 2007년 저스틴 칸, 에밋 쉬어를 비롯한 개발자들이 개발한 인터넷 방송 플랫폼 '저스틴TV'로 출발했다. 저스틴TV는 2011년 6월 게임 방송을 분할해 '트위치TV'로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이후 2014년 모회사는 기존 사명(저스틴TV 인터랙티브)을 '트위치TV 인터랙티브'로 변경하며 전환점을 맞는다.

사명을 변경하며 새 출발한 트위치TV는 새 주인을 맞게 된다. 2014년 아마존이 9억7000만달러(약 1조2922억원)에 트위치TV를 인수하면서 비디오 게임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스트리밍 범위를 확대했다.

해당 시기부터 트위치는 서비스 국가를 대폭 늘렸는데 한국도 2015년 들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시 트위치는 한국 서버를 추가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의 경우, 홍콩에 서버를 두고 있었다.

한국 서버 오픈 당시 트위치는 블리자드의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하스스톤' 국내 크리에이터들과 전속 계약을 맺으며 본격적으로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TV, 다음팟TV 등에서 방송을 하던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트위치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위치는 일정 방송시간을 채우면 크리에이터에게 정해진 페이를 지급하는 '급여' 개념을 도입해 눈길을 끌었다.

이후 트위치는 '클템', '단군' 등 '리그 오브 레전드(LoL)' 크리에이터들과도 접촉하며 영입전에 뛰어들었고 2016년 '대도서관'을 필두로 아프리카TV 내 게임 BJ들의 이탈로 유명 크리에이터를 대거 흡수하면서 한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하스스톤, LoL 등 게임 크리에이터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트위치 방문자 수는 4배 이상 증가했다. 2017년에는 당시 LoL 프로 구단인 SKT T1(현 T1)과 스트리밍 계약을 맺으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를 기점으로 트위치는 한국에 본거지를 둔 '트위치코리아'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트위치는 한국 서버를 오픈한 지 약 2년 만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서비스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논란·구설수 끊이지 않다 철수까지

한국 시장에서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트위치는 논란이 연거푸 발생하며 균열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2017년 12월 트위치코리아 매니저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해 스트리밍을 진행하던 크리에이터 '뜨뜨뜨뜨'와 '릴카'에게 뷰봇 사용을 이유로 영구정지 처분을 내린 것이 시작이었다. 뷰봇은 시청자 수, 팔로우 수 등을 강제로 올릴 수 있는 불법 프로그램으로, 당시 해당 크리에이터들은 뷰봇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영구정지 철회를 요구했지만 트위치코리아 측은 이에 반응하지 않았다.

해당 이슈는 2019년 자신들이 무고하다는 증거를 모아 폭로한 뜨뜨뜨뜨와 릴카로 인해 재점화되기에 이르렀고, 당시 관리자였던 매니저가 독단적인 판단으로 영구정지를 내린 정황들이 발견되며 전환점을 맞는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도 트위치의 불공정 약관을 들여다보겠다며 조사에 나섰고 이듬해인 2020년 트위치 본사에 약관법 위반 대상 5가지 조항을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결국 트위치는 공정위의 시정요구를 받아들였고 2022년 들어 뜨뜨뜨뜨와 릴카의 영구정지도 해제시켰다.

이 외에도 트위치코리아는 ▲스타래더 대회 도방 스트리머 제재 사태 ▲트위치 라이벌스 배틀그라운드 대회 상금 미지급 ▲플레이엑스포 공개방송 퀴즈쇼 논란 등 연관된 논란들이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2022년 화질제한 사태가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앞서 트위치 이용자 사이에서는 2019년부터 1080p가 재생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쿠키를 초기화하거나 가상사설망(VPN)으로 우회접속하는 방식도 막혀 있었는데 알고 보니 트위치 측에서 이를 고의적으로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치는 한국 사용자 3% 정도만 1080p 화질 시청이 가능하도록 설정했는데 당시 변수명이 'allowCostSaving(비용 절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트위치가 망 사용료를 이유로 비용 절감을 위해 한국 사용자를 제한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트위치는 하루 만에 해당 제한을 해제해 관련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보였지만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2022년 트위치는 "한국의 현지 규정과 요건을 지속적으로 준수해 왔으며, 모든 네트워크 요금 및 기타 관련 비용을 성실하게 지불하고 있다"며 "그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위치는 한국에서의 서비스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대안적인 해결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히며 한국 시청자만을 대상으로 최대화질을 720p로 제한하기에 이른다.

같은 해 트위치는 VOD 콘텐츠마저 중단키로 결정하면서 한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 제한을 본격화했다. 이미 2019년부터 망 사용료를 구실로 서비스를 제한하려는 것 아니냐는 가설이 현실화되는 순간이었다.

이듬해인 2023년 12월 결국 트위치는 또 한 번 한국의 높은 망 사용료를 언급하며 끝내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댄 클래시 트위치 최고경영자(CEO)는 "한국에서 트위치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이 심각한 수준으로 높다"며 '2024년 2월 철수'를 공식화했다.

공식적으로 트위치는 이날 한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서비스는 지속되고 있다. 서비스 종료 전인 지난 23일 트위치는 방통위로부터 VOD 서비스 중단에 따른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4.35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요구받았다. 여기에 불법촬영물 등의 유통방지를 위한 기술적조치도 이행하지 않아 과태료 1500만원도 부과받았다.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명성에 맞지 않게 깔끔하지 못한 퇴장 수순을 밟게 됐다.

트위치가 주장하는 과도한 망 사용료도 끝내 설득력을 얻진 못했다. 한국통신자연합회(KTOA)는 "망 이용대가로 인해 사업을 철수한다는 트위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마존웹서비스(AWS)의 국가별 CDN 요금 단가 등을 공개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국내외 망 이용대가의 차이는 CDN 사업자의 대륙별 투자 비용 등이 반영된 국가별 CDN 요금 수준 차이 이내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AWS의 CDN 요금 가운데 350테라바이트(TB) 구간을 보면 일본이 0.084달러이며 한국·일본·홍콩·싱가포르·대만은 0.09달러 수준이다. 오히려 호주와 뉴질랜드의 경우 0.092달러로 한국·일본·홍콩·싱가포르·대만 지역보다 비싸다.

앞서 트위치가 2021년 한국 구독료를 6600원에서 5500원으로 인하한 것만 봐도 망 사용료로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9년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 밝혀진 화질제한이 사실상 시장 철수 시그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한 영구정지 사례처럼 트위치코리아와 트위치 본사간 커뮤니케이션도 원활치 않았던 정황이 많아 내부 운영 면에서는 이미 손 쓰기 어려운 단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cs86@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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