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40년] ⑬ 국내 최초 LTE 상용화 축포…출혈경쟁 서막
전세계 내노라 하는 이동통신사들이 총출동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에서 올해도 SK텔레콤은 메인홀 중심에서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을 글로벌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SK텔레콤은 국내 1위 이통사를 넘어, AI 컴퍼니로 또 다른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과거 40년을 조망해보고 미래 ICT 개척자로서 SK텔레콤의 비전을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강소현기자] #. 달리는 버스 안에서 영상이 틀어졌다. 고화질 3D 영상이 끊김없이 재생됐고, HD 영상통화의 화면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당시로선 혁신이었다. 더욱이 모든 콘텐츠는 미리 촬영된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전송되고 있었다. SK텔레콤의 ‘LTE 시연버스’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4G LTE(롱텀에볼루션·Long Term Evolution)의 이론상 다운로드 속도 최대 75Mbps(메가비피에스)였다. 3세대이동통신(3G) 네트워크 기술 중 가장 빠른 HSPA+보다도 3배 이상 빨랐다. 1.4GB(기가바이트) 영화 한편을 2분만에, 400MB(메가바이트) MP3 100곡을 40초 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기존 3G망에서는 각각 15분, 5분이 소요됐다.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 뺏겼지만…LTE 통신장비 시장 주도권 확보
LTE가 처음 상용화된 때는 2009년 12월14일이었다. 세계 최초 상용화 타이틀은 유럽 이통사인 텔리아소네라가 가져갔지만, 글로벌 상용화에선 한국의 기여도가 컸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통신모뎀과 라우터가 쓰였기 때문이다.
LTE가 상용화되던 시기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상황은 이러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KT와 KTF의 통합, LG텔레콤을 중심으로 LG데이콤·LG파워콤 합병으로 탄생한 LG유플러스 등 3개 사업자가 유무선통신통합사업자로 거듭남에 따라 새로운 경쟁이 예고됐다.
무엇보다 각 사업자는 서로 다른 과제를 안고 있었다. SK텔레콤은 1위를 수성해야 했고, KT는 만년 2인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했다. LG유플러스는 만년 꼴지 사업자라는 오명을 탈피하기 위한 전면전을 준비 중이었다.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국가 주도로 흘러가던 정보통신 흐름이 완전히 민간 자율로 옮겨갔다. 통신 정책과 규제를 담당하던 정보통신부가 해체되고, 방송위원회를 전신으로 하는 방송통신위원회로 격화된데 따른 것이었다.
그러면서 사업자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됐다. LTE를 상용화하는 순간부터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2011년 7월1일 자정을 기해 LTE 상용화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른 시각임에도 불구 당시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직접 나서 LTE 신호를 쏘아 올렸다.
이후 전국망도 빠르게 구축됐다. 3G에서 도외시됐던 LG유플러스가 가장 공격적이었다. LTE 상용화 9개월만인 2012년 3월말 인구대비 99%에 달하는 커버리지를 구축했다. SK텔레콤도 2012년 4월1일 인구대비 95%를 커버하는 전국망을 완성했다. 같은해 6월에는 양사 모두 읍면단위까지 보다 촘촘한 커버리지를 구축했다.
LTE 더 안정적으로…“제2의 고속도로 개통”
전국망이 완성된 이후에는 품질 고도화가 주요 화두로 제시됐다. LTE 상용화 이후 정확히 1년째 되는 2012년 7월1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LTE 네트워크 고도화의 일환으로 LTE ‘멀티캐리어’(MC) 기술을 도입했다.
LTE 멀티캐리어 기술은 두 개의 주파수를 활용해 네트워크 서비스의 안정적인 운용을 도왔다. 두 주파수 중 좀 더 원활하게 소통되는 망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해 안정된 속도를 보장하는 방식이었다. 예컨대 기존에 사용하던 800㎒ 대역에 LTE 이용자들이 몰리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1.8㎓ 주파수를 사용하도록 해 데이터 속도를 높였다.
이전까진 하나의 주파수에는 하나의 통신규격이 적용됐고, 사용자도 이 중 하나만을 이용할 수 있었다. 이에 당시 SK텔레콤 권혁상 네트워크부문장은 이 같은 멀티캐리어 서비스를 두고 “제2의 LTE 고속도로가 개통된 셈”이라고 표현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트래픽이 몰리는 지역부터 순차적으로 멀티캐리어 기술을 도입했다. SK텔레콤은 서울 강남 지역을 시작으로 2012년 말까지 서울 전역과 6대 광역시 등 주요 지역을 커버했다. LG유플러스는 강남과 광화문, 명동, 신촌, 홍대 등에 우선 적용하고 연말까지 SK텔레콤과 동일한 커버리지를 유지하도록 했다. 상대적으로 늦게 LTE를 상용화한 KT는 멀티캐리어 기술 역시 나중에 도입했다.
음성통화도 HD…VoLTE가 가져온 혁명
LTE 초기 음성통화는 여전히 3G로 구현되고 있었다. 전국망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언제 어디서나 통화는 가능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국망 완성 이후에는 음성통화도 LTE로 전환됐다. 과거 1980년대 이동통신은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잡음은 물론, 끊김 현상도 빈번했다. 이 가운데 LTE 음성통화는 기존 대비 보다 선명한 통화품질을 구현할 것으로 기대됐다.
2012년 8월 8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나란히 ‘보이스오버LTE’(VoLTE)를 상용화했다. 앞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클레스(MWC) 2012에서 시현한 VoLTE가 1년도 안지나 국내에서 상용화된 것이었다.
VoLTE 상용화로 높은 품질의 HD 음성통화가 가능케 됐다. 3G 음성통화 대비 2.2배 더 넓어진 주파수 대역폭을 사용했기 때문에 풍부한 소리를 들려줬다. 3G는 사람의 목소리인 300~2400Hz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반면, VoLTE는 50~7000Hz까지 사용했다.
통화 중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LTE망에서 음성과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다. 이전에는 통화 중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다거나, 메시지를 전송하는 일은 생각할 수 없었다.
통화연결 시간도 줄었다. 3G 음성통화는 평균적으로 약 5초 정도가 소요됐다면 VoLTE는 2초로 단축됐다.
LTE-A 세계 최초 상용화…4개월 만 가입자 150만명
2013년 LTE도 성숙기에 돌입했다. 글로벌이동통신표준화기구인 3GPP는 LTE 다음 진화세대를 표준화하기 위해 릴리즈10 단계에서부터 LTE-어드밴스드(Advanced)를 추진했다. LTE-A라 표현했다.
국내 이통3사 중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인 곳은 SK텔레콤이었다. 2013년 6월26일 LTE 다운로드 속도를 2배 높인 LTE-A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같은해 7월18일 LG유플러스도 LTE-A 서비스를 실시했으며, KT는 간섭문제로 인해 추후 서비스를 시작했다.
국내 LTE-A 도입은 글로벌 시장보다 약 1년 앞선 성과였다. 전세계 시장에서 22번째로 LTE를 상용화했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A부터는 세계 최초 기업으로 부상했다. 당시 미국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 등이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방한하기도 했다.
가입자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SK텔레콤 기준 2011년 7월 LTE가 상용화된 이후 7개월동안 가입자 100만명을 모집한 반면, LTE-A 도입 이후에는 4개월 만에 가입자 150만명을 확보했다. 게다가 LTE-A 가입자의 경우 LTE 가입자보다 약 73% 더 높은 데이터 사용률을 보였다.
‘3CA 최초 상용화’ 타이틀 두고 출혈경쟁…법정공방 불사
통신사업자 간 경쟁은 점점 과열됐다. 가입자를 유치하려면 타사 대비 뛰어난 네트워크 성능을 과시해야 했다.
이 가운데 이통3사는 고객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면서도 마케팅 측면에서 유용한 ‘주파수집성기술’(CA)에 집중했다. CA 기술은 주파수를 묶어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기술로, 타사대비 빠른 속도의 LTE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됐다.
2014년말 이통3사는 2차 주파수 경매를 통해 확보한 대역을 활용한 CA 도입을 본격 준비했다. 앞서 두 개 주파수를 엮는 ‘LTE-A’를 선보였던 가운데, 이번에는 세 개 주파수 대역을 엮는 ‘3밴드 LTE-A’(3CA) 마케팅에 집중했다.
3CA는 3개의 주파수 대역을 마치 하나의 대역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CA 중 하나다. 예컨대 150Mbps 속도를 낼 수 있는 광대역 LTE 주파수를 3개 엮으면 450Mbps 속도를 낼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말이었다. 2014년 11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사 모두 인프라 준비를 완료, 네트워크가 준비됐기 때문에 이를 지원하는 단말만 나온다면 '세계 최초 3CA 상용화' 타이틀을 따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SK텔레콤이 같은해 12월 3CA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3CA 서비스는 정식 상용화가 아니라며 즉각 반발했다. SK텔레콤은 3CA를 지원하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S-LTE'를 내놨는데, 유료평가단에 100대 한정 판매를 상용화라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평가단에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에 충분히 상용화 범위에 포함된다고 반박했다. 또 세계통신장비사업자연합회(GSA) 보고서에 3CA 세계 최초 상용화가 게재된 점을 근거로, 신규 광고인 '3-밴드 LTE-A 세계 최초 상용화' 편을 온에어했다.
결국 양측의 갈등은 법정으로까지 번지게 됐다. KT는 2015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SK텔레콤의 광고가 부당하다며 광고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LG유플러스도 가세했다. ‘그리고 1월23일 법원은 KT와 LG유플러스에 손을 들어줬다. SK텔레콤의 광고 배포 금지를 확정했다. SK텔레콤은 이의 신청 및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다.
이통사들의 출혈경쟁 속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에 돌아갔다. 공식 출시일이 1월21일로 정해졌떤 ‘갤럭시노트 S-LTE’는 계속 미뤄지면서,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품으로 전락했다. 물량의 풀린 것은 그보다 시간이 지난 그해 1월 말부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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