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40년] ⑫ 하나로 품다…유무선 '종합통신사' 출범
전세계 내노라 하는 이동통신사들이 총출동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에서 올해도 SK텔레콤은 메인홀 중심에서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을 글로벌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SK텔레콤은 국내 1위 이통사를 넘어, AI 컴퍼니로 또 다른 패러다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과거 40년을 조망해보고 미래 ICT 개척자로서 SK텔레콤의 비전을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문기기자] 2007년. 하나로텔레콤 인수건이 불거진 때다. 한국 IMT-2000을 이끈 대표적 기업으로 시내전화사업뿐만 아니라 유선인터넷 서비스인 ADSL 사업도 영위했다. 다만, 사업권과 인수전에서 여러번의 도전에 고배를 마신 하나로텔레콤은 날로 야위어갔다. 그나마 IPTV 서비스 ‘하나 TV’를 론칭하면서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 전화 등을 통해 유선통신시장에서 나름의 역할을 이어갔다.
하지만 시장은 냉혹했다. 하나로텔레콤 최대주주인 AIG-뉴브리지 컨소시엄이 전략적 매각지원사로 골드만삭스 홍콩법인을 지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력한 인수 후보군은 SK텔레콤과 LG데이콤이었으나 양사는 절대 그럴일은 없을 것이라 잘라 말했다.
7월 13일 투자자를 대상으로한 우선협상자 선정에서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한군데도 없었다. 그 가운데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주식인수로 기간통신사업자의 최대주주가 변경될 때는 정통부의 인가를 받게 됐다. 인수절차가 더 강화되자 하나로텔레콤은 다시 인수매물로 부상했다.
다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온세통신에서 온세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까지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칼라일과 맥쿼리 역시 원하던 성적을 내지 못했다. 시장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손을 뻗자 다시 SK텔레콤과 LG데이콤을 흔들었다. 물론 두 기업 모두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인수의향서 제출기한이 사실상 끝난 시점인 11월 8일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SKT 정식 참전
인수의향서 제출기한이 마감되기는 했으나 SK텔레콤이 골드만삭스의 제안을 검토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또 다시 하나로텔레콤 인수가 급부상했다. 그간 선을 긋던 유력후보의 등장에 주식시장도 흔들거렸다. 실제 SK텔레콤은 골드만삭스에 가격과 기간 등 인수조건을 담은 제안서를 11월 13일 오후 늦게 전달했고, 이튿날인 14일 SK텔레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목했다.
모두가 원했던 계약(?). 12월 3일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 인수계약을 체결했음을 알렸다. 1조 877억 원, 38.89%의 지분을 인수한다고 선언했다. 오전 10시 공시가 떨어지자마자 소식은 삽시간에 전국에 퍼졌다.
그런데 느닷없는 반전이 일어났다. 사실상 종결 수준이었던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변수가 생겼다. 같은 날 오후 6시 하나로텔레콤이 대주주인 AIG-뉴브릿지 컨소시엄으로부터 인수계약을 통보받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8시간 전에 SK텔레콤이 공시한 내용을 하나로텔레콤이 번복하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초유의 사태를 맞이한 시장은 갖가지 풍문으로 진실공방을 벌였다.
이 같은 공방은 다음날인 4일까지 이어졌다. 하나로텔레콤은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SK텔레콤은 절차대로 인수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무지 납득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주주 이견설, 제3의 인수자 등장설 등이 튀어나왔다. 애꿎은 LG데이콤이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도 초래했다.
결국 하나로텔레콤은 4일 오후 늦게 대주주 지분매각 계약 내용을 확인했다며, 인수계약이 정당하다고 알렸다.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으나 뒷맛이 개운치는 않았다.
'SKT vs KTF·LGT' 신경전
인수계약이 완료된 SK텔레콤은 정통부의 주식취득 인가 절차만을 남겨 놨다. 정통부뿐만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도 받아야 했다. SK텔레콤은 12월 17일 정통부에 하나로텔레콤 주식취득 인가를 접수했다. 공정위는 12월 30일 인수 심사에 착수했다.
경쟁사인 KTF와 LG텔레콤은 아연실색했다. 이동통신 1위와 유선통신 2위 하나로텔레콤의 결합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딜이었다. 이에 따라 KT는 정통부에 정책건의문을, LG 측은 외부 법률자문기관의 자문결과를 담은 법률의견서를 각각 제출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수 반대 목소리는 커졌다. 이러다 보니, SK텔레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사실상 유선통신 시장 독점 기업인 KT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KTF가 나서 반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데, LG를 통해 단말 사업까지 영위하고 있는 LG텔레콤의 반대도 납득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유선통신 시장에서 10%도 안 되는 점유율을 가진 하나로텔레콤 인수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KTF와 LG텔레콤이야말로 적반하장이라고 소리쳤다.
이동통신 3사가 감정싸움까지 불사한 궁극적 이유로 800MHz 주파수에 대한 회수 및 재배치와 공동사용(로밍) 갈등이 지적됐다. KT는 회수해 재배치할 것을, LG텔레콤은 공동사용을 조건에 붙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번 인수합병이 승인된다 하더라도 KTF와 LG텔레콤이 얻어갈 이득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저주파 대역인 800MHz 대역은 당시 황금주파수로 불렸다. 통상적으로 주파수 대역이 낮으면 신호 세기와 속도 등이 떨어질 수는 있으나 회절성이 탁월하고 전파도달거리가 상당하기 때문에 적은 기지국만으로도 지상뿐만 아니라 지하 곳곳까지도 도달했다. 가령, 과거 SK텔레콤 휴대폰은 지하에서 터지는데 KTF와 LG텔레콤 PCS는 터지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이 역시 주파수 대역 차이가 일부 영향을 준 결과다. 양사의 PCS 주파수는 1.8GHz 대역이었다.
표정관리 안된 공정위
공정위는 2008년 2월 15일 SK텔레콤과 하나로통신 인수와 관련해 조건부 인가를 결정했다.이동전화와 유선통신간 혼합결합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800MHz 주파수는 여유분을 재배치해야 하며, 2011년 SK텔레콤 이용기간이 끝나면 회수해 공정하게 재분배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KTF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주파수 회수와 재배치 조건을 통해 한 발이라도 더 나아갔다는데 의미를 뒀다. LG텔레콤은 불만이 상당했다. 800MHz 주파수 공동사용과 점유율 제한이 제외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SK텔레콤은 조건 자체가 사업을 흔들 수 있다며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는 의견을 제시할 뿐, 최종 결정권은 정통부가 쥐고 있었다. 앞서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상 공정위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적으로 지분인수 승인을 내려야 했다. 업계 모든 눈과 귀가 2월 20일 오후 3시에 쏠렸다.
결과는 조건부 승인. 공정위가 지적한 800MHz 주파수 여유분 재배치, 회수 및 재분배, 공동사용에 대해서는 향후 전기통신사업법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판단했다. 주파수 효율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결합상품과 자금력, 유통망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대역에 대한 특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SK텔레콤은 큰 한숨을 들이켰다. KT와 LG텔레콤은 납득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으나 정작 목소리를 높인 곳은 공정위였다. 공정위는 정통부와 달리 시정조치 이행을 요구하면서 관련 감시자문기구를 기존 방침대로 운영하겠다고 강경 입장을 보였다. 800MHz 대역의 공동사용뿐만 아니라 매분기 이행보고, 2011년 6월 말 시정조치를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즉, 정통부의 결정에 사실상 반기를 든 셈이다.
종합이동통신사 출범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은 하나로텔레콤을 품었다. 물론 세간의 관심이 컸기에 승인 이후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또한 합병 준비기간 동안 발생한 하나로텔레콤 600만 건 고객정보 유출 혐의도 발목을 잡을뻔 했다. 이 때문에 하나로텔레콤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40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나로텔레콤의 위상이 낮아지면서 SK텔레콤은 SK그룹으로 포섭하는 한편,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하나로텔레콤의 사명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이사회를 거쳐 9월 22일 하나로텔레콤의 이름이 변경됐다.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의 첫 출발점이다.
11년간 국내 통신시장의 한 축을 담당해 오던 하나로텔레콤이 무대 뒤로 내려가는 순간이었다. 그간 홀로 외롭고 험난한 길을 걸었던 하나로텔레콤이지만 그만큼 국내 정보통신기술 발전의 중요한 버팀목이 돼주기도 했다. 또한 SK텔레콤의 약점이었던 유선통신의 든든한 기반을 마련해줬다.
한편,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극렬히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KT와 LG텔레콤은 오히려 반전 기회가 찾아왔다. 유무선결합 종합통신사의 출현은 KT와 KTF의 합병을, LG텔레콤과 LG데이콤, LG파워콤의 결합을 위한 명분이 됐으니, 실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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