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랑의 플랫폼법…“반복되는 실수에도 규제 이어가야 할까”
[디지털데일리 이나연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독과점 해소를 목표로 주요 사업자 대상 사전규제를 ‘플랫폼경쟁촉진법(가칭)’을 추진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규제 대상을 비롯한 세부 내용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 사이 국내 디지털경제를 대표하는 주요 협단체로 구성된 ‘디지털 경제 연합’뿐만 아니라, 플랫폼 입점 사업자 단체와 벤처·스타트업 업계, 소비자단체는 줄줄이 반대 성명 등을 내며 우려를 표했다.
정부는 시장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규제’ 카드를 내세웠지만, 정보통신기술(ICT)업계에선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도 규제당국은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며 따라오는 이슈에 즉각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내 산업 경제 현실이나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외부효과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전례가 적지 않아서다.
그동안 ICT업계 곳곳에서 이뤄진 규제 사례만 봐도 ‘과연 규제가 제대로 된 문제 해결의 열쇠인가’에 대한 의문은 업계 전반에 만연한 상황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이하 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디지털 산업에 대한 과도한 사전규제의 한계’ 이슈 페이퍼에 따르면 오래전부터 경제성장과 규제는 깊은 상관관계를 보여 왔다.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규제 완화가 경제성장을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됐지만, 기술의 진보에 따른 사회 변화가 가속화되며 덩달아 ‘규제의 오류’ 발생 가능성도 늘었다.
규제의 오류가 발생하면 ▲폐해가 발생하지 않는 행위까지 금지 ▲피해를 입증하지 못할 때 특정 행위를 규제할 수 없는 상황 야기 ▲잘못된 원인 진단에 따른 엉뚱한 해결책으로 초래하는 역효과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원 측은 “실제 규제는 시장실패의 교정을 목적으로 도입되지만, 시장에 대한 정부의 섣부른 개입과 잘못된 방식으로 더 큰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산업구조 및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며 여론이나 정치적 당위성에 등 떠밀려 만들어진 규제로 인한 정부실패 사례가 계속 등장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규제 오류 사례로는 타다금지법과 대형마트 영업규제, 단말기유통법, 게임 셧다운제 등이 제시됐다.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법 개정안)은 새롭게 등장한 승차공유 서비스인 ‘타다’가 택시업계로부터 ‘불법 렌터카·대리기사 호출 서비스’라는 반발을 산 뒤 지난 2019년 국회가 제정한 법이다.
타다와 택시업계의 소송은 1심(2020년)과 2심(2022년), 그리고 대법원판결(2023년)까지 모두 타다의 무죄가 선고됐지만, 소송 과정에서 타다금지법이 제정되면서 타다는 기존 핵심 서비스를 접게 됐다.
이 여파로 마카롱택시, 벅시 등과 같은 승차 공유서비스 스타트업들도 시장에서 사라진 바 있다. 반면, 해외에선 미국(우버·리프트), 중국(디디콰이디) 동남아시아(그랩), 유럽(블라블라카), 라틴 아메리카(캐비파이) 등 승차 공유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경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지정했으나 규제 목적을 달성 하지 못한 채 국민 불편만 가중해 규제폐지를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규제폐지 대상에 오른 단통법도 공급자와 소비자의 정보 비대칭 해결과 시장의 경쟁 촉진을 위해 제정됐지만, 입법 취지와 달리 시장 경쟁은 약화하고 국민 통신비 부담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청소년의 수면권 보장이라는 명분으로 제정된 게임 셧다운제는 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다루지 못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게임산업의 발전에 타격만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제정된 지 10년 만에 폐지 수순을 밟기도 했다.
연구원 측은 “한국은 지금까지 정부실패를 겪고 직접 해당 규제를 폐지하는 상황을 반복해 왔지만, 시장 환경과 경제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플랫폼 규제 도입을 추진한다”라며 “플랫폼 산업은 새로운 성장 동력이며 해외 글로벌 기업들과도 적극적인 경쟁 관계에 있어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나 한국은 국내 기업을 타깃으로 한 규제 법안을 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섣부른 규제 추진이 시장에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기고 잘못된 결정의 책임은 규제당국이 아닌 국민과 기업들에 돌아오기 때문에 과거의 실수를 돌아보고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반면교사(反面敎師)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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