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쉽지않은 IT ‘애자일’ 전략… 우리금융, 20년 이상 벌어진 ‘무형의 강’을 건널 수 있을까
[기획/금융IT 거버넌스③]
- 갑과 을로 20년이상 천착된 우리금융 IT조직 문화의 융합… '보이지 않는' 핵심 과제
- 금융 IT전문가들 "소프트웨어적인 조직 통합만 성공해도 IT거버넌스 절반 이상 성과"
우리은행 뿐만 아니라 우리금융그룹의 올해 핵심 경영목표중 하나가 '디지털/IT 경쟁력 제고'다.
다른 금융그룹사들도 마찬가지지만 여전히 이 과제가 우리금융에 있어선 유독 만만치 않은 과제로 인식되는 것은 IT조직의 화학적 결합, 소프트웨어적인 결합에 대한 의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작년과 180도 달라진 방식으로 시행에 들어간 우리금융의 ‘IT 거버넌스’ 체계는 몇몇 부분에서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우리금융의 ‘IT거버넌스 체계’의 혁신이 미덥지 못하게 생각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좋지않은 기억의 잔영때문일 것이다.
20여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IMF 외환위기와 은행권 구조조정 진통끝애 탄생한 우리금융그룹은 출범 당시부터 그룹내 IT계열사인 우리FIS를 중심으로 ‘SSC (Shared Service Center)방식의 그룹 IT아웃소싱을 시작했다.
금융지주사가 드물었던 당시만해도 국내 금융권에서 이는 매우 독특한 'IT거버넌스' 체계였다.
SSC방식의 IT아웃소싱은 지주사내에 IT허브(Hub) 역할을하는 전담 계열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그룹 계열사들의 IT인프라 전체를 개발·운영하는 전략이다.
현재 국내 4대 금융그룹중 이 SSC방식을 가장 빠르게 발전시킨 곳은 후발주자인 하나금융이 꼽힌다.
그러나 초창기 이 SSC방식은 시행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됐다.
더구나 2011년 농협 전산마비사태, 이후 대규모 카드 개인정보유출 사태 등의 여파로 인해 엄격한 '금융 물리적 망분리'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그룹내 IT허브를 통한 계열사 IT운영 전략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까다로운 제약들이 많아졌다.
우리금융의 경우는 이같은 기술적, 제도적 어려움외에 또 다른 내부적· 문화적 갈등까지 해쳐나가야했다.
우리FIS 출범 초기, 부자연스럽던 조직 구성원들의 조합과 그로 인해 오랜기간 지속된 보이지 않은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았다. 금융권에 정통한 IT전문가들이 '우리금융의 IT 경쟁력과 역동성을 갉아먹게된 이유'라고 지적하는 지점이다.
◆2001년, 우리금융 IT거버넌스의 첫 출발… 그러나 잘못 꿰어진 첫 단추
지난해까지 우리금융그룹의 IT허브 역할을 해온 우리FIS는 지난 2001년 10월, 기존 ‘한빛은시스템’에서 사명을 변경해 현재에 이른다.
1999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합병으로 한빛은행이 출범했고, 이 과정에서 한일은시스템, 상은시스템 등 소속 IT 자회사들도 통합돼 ‘한빛은시스템’이 됐다.
문제는 여기에 기존 상업‧한일은행 내부의 IT직원들까지 한빛은시스템(우리FIS)로 소속이 전환됐다는 점이다. 어느날 갑자기 은행원이 IT자회사 직원으로 반강제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문화적 충격이 적지않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우리금융 소속 경남‧광주은행 IT부서 직원들도 우리FIS에 합류했고, 이후 우리금융그룹이 평화은행까지 흡수하면서 평화은행 IT직원과 평화은행 IT자회사인 넥스비텍 직원들까지 참여하게 된다.
또 2002년에는 당시 우리은행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앞두고 외부 출신 IT전문가들까지 합세한다.
참고로, 이는 지난 2018년 한차례 연기끝에 가동한 우리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인 'WINS' 이전에 진행됐던 차세대시스템 사업을 말한다. 물론 2002년 당시 개발이 시작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도 무수한 뒷말(?)을 남기며 혹평속에 가동에 들어간다.
인적구성이 이렇게 복잡하다보니 우리FIS내 동일 직급이라도 출신에 따라 임금 테이블이 6~7개로 달랐고, 이로인해 인사철이 되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기도 했다. 조직구성원 내부의 화학적 결합을 기대하기가 힘든 구조가 상당기간 이어진 것이다.
겉으론 드러나지 않았고, 또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결국 이런 문제들 때문에 우리금융 IT구성원들 내부적으로 내상이 컷다.
당시 ‘SSC 방식의 IT아웃소싱’ 방향성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 조직을 구성하는 첫 단추는 결과적으로 잘못 꿰어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20여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FIS 관계자는 “이제는 상업, 한일은행 출신자들이 대부분 은퇴했기 때문에 요즘 직원들은 잘 모를 것”이라고 했다. 과거의 어수선했던 IT조직 내부 분위기는 더 이상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 직접운영'으로 바뀐 2024년에도 “과연 우리금융 IT가 과연 그 어두웠던 문화에서 완전히 탈피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나온다.
즉, 우리금융의 새 IT거버넌스 체계에서 강조되는 '현업(Biz)과 IT조직의 물리적 결합'만으로 과연 지난 20년 이상 누적돼온 갑과 을의 수직적 문화에서 빠르게 탈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IT부문 ‘데브옵스’와 ‘애자일’ 조직화… 그전에 우리금융이 먼저 극복해할 과제
우리금융은 지난달 11일 ‘IT거버넌스’ 개편 전략을 발표하면서 “모바일뱅킹 등 10개 플랫폼 부서의 신규개발 업무는 은행 현업직원 260여 명과 우리FIS에서 이적한 IT 인력 240여 명이 원팀이 돼 한 자리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발 및 유지보수 프로세스가 우리FIS를 경유하던 기존 7단계에서 3~5단계로 크게 단축돼 개발기간이 최대 50% 이상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이는 소프트웨어개발론에서 유행하고 있는 ‘데브옵스(Dev Ops)’이며, 또 ‘현업과 IT조직’의 결합 모델은 국내 금융권에서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애자일’(Agile) 전략을 의미한다.
우리금융은 이를 통해 '우리은행 슈퍼앱'(New WON)을 개발중이며, 이미 작년 7월부터 해당 프로젝트에 은행 현업직원과 IT개발인력 120여 명이 함께 참여해 과제 단위로 팀을 구성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나 금융IT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권의 이같은 현업과 IT조직을 결합한 애자일화 전략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의문은 우리금융 뿐만 아니라 이보다 있는 KB금융 등 다른 금융그룹사들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것이다.
한 금융IT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데브옵스와 애자일화를 통해 현장 중심의 IT 혁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폭넓게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재로선 은행권에서 현업과 IT조직만 서둘러 물리적으로 결합해 놓은 느낌이 든다”고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물리적으로 은행내 ‘현업과 IT조직’을 결합했다고해서 최신 기술의 트랜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또 이에 기반한 미래 예측, 서비스의 진화 등 보다 전문적인 고난도의 영역까지 커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경우, 이와관련 해당 조직에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관리자급 IT전문인력인 BRM(Business Relationship Manager) 제도를 두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우리은행의 BRM 조직이 AI(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최신 IT기술 전문가 역량까지도 동시에 갖춘 사람을 의미하는지는 불명확하다.
물론 쉽지않겠지만 이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시간을 가지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 충원 등을 통해 해법을 찾고, 보완해 나가면 된다.
다만 그에 앞서 선결 과제로 꼽히는 것이 우리금융 IT조직의 화학적 결합이다.
'기존 우리은행 현업 인력과 우리FIS 출신 IT 인력간에 진정한 협업의 시너지가 나올 수 있다면, 우리금융의 새 IT거버넌스 체계는 그것만으로도 절반 이상 성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우리은행은 IT부문에서 ‘데브옵스' 및 애자일화’가 KB국민은행의 경우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우리은행 IT조직은 과거 갑과 을의 관계가 통합이 된 것이고, 국민은행의 경우는 기존 국민은행 동일 소속의 현업조직과 IT조직간의 수평적 협업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금융그룹으로선 우리은행‧카드에 합류한 IT조직에 자신감을 불어 넣고, 소프트웨어적 결합을 빨리 이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20년 이상 벌어졌던 ‘무형의 강’을 건너야만 우리금융은 비로소 완전한 의미의 IT거버넌스 혁신의 첫 단추를 꿸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물론 우리금융이 SSC 방식 대신 올해부터 직접 IT운영방식으로 전환한 전략적 선택이 과연 맞는 방향이냐 아니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고, 이건 별도로 짚어봐야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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