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후폭풍]<상> 10년간의 존폐 공방…수술대 끝은 결국 단두대?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올해로 시행 10주년을 맞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결국 폐지된다.
단통법은 첫 시행 이후 매해 존폐의 기로에 섰다. 이름 그대로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시행됐지만, 지난 10년 동안 소비자 차별을 야기한 유통구조의 개선세가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여전히 같은 단말기를 누구는 원가를 주고, 누구는 반값에 구매하고 있다.
◆ 단통법 배경은 '갤럭시S3 17만원 사태'
단통법이 처음 제정된 2014년은 통신사 간 출혈 경쟁이 절정을 이뤘던 시기였다. 특히 ‘갤럭시S3 17만원 사태’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경쟁이 과열됐다고 판단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이통사는 가입자 유치를 위해 유통망에 역대급 보조금을 뿌렸는데, 그 결과 출고가 기준 90만원이었던 갤럭시S3의 실구매가는 17만원까지 떨어졌다.
단말 유통구조를 살펴보면 소비자가 단말기를 살 때 받는 지원금은 크게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으로 구분되는데 공시지원금은 이통사가, 추가지원금은 판매점 등 유통채널이 지급한다. 이 때 유통채널은 이통사로부터 받은 판매장려금(리베이트)으로 추가지원금을 마련하는데, 일부 유통채널은 가격 경쟁력을 위해 과도한 추가지원금 지급도 불사했다.
이에 방통위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에 영업정지와 과징금 처분을 내렸지만 그 때 뿐이었다. 그 뒤 다시 불법보조금이 횡행하고 이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자,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 분리공시제 도입 무산…시작부터 ‘반쪽’
단통법 원안은 지원금 공시제와 분리공시제를 골자로 했다. 보조금 지급 기준을 명시하고, 동일한 조건에서는 같은 보조금을 보장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다만 심의과정에서 분리공시제가 빠지면서 단통법은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지적을 받게 됐다. 분리공시제의 경우 통신사와 제조사의 휴대전화 보조금을 각각 분리 공시하는 것으로,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단통법의 핵심 요소였다. 하지만 제조사가 해외시장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반대하며 분리공시제 도입은 무산됐다.
제조사 입장에선 예컨대, 보조금 30만원 가운데 제조사의 보조금이 10만원이라면 소비자가 단말기 가격의 10만원이 거품이라고 여길거고, 이는 결국 전세계 시장에서 보조금만큼 출고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이다.
◆ 시장 안정화됐지만…고착화된 이통시장
물론, 단통법이 시행된 직후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열됐던 번호이동시장은 시행전후 눈에 띄게 안정화됐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100만명을 웃돌던 번호이동 건수는 단통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4년 10월 37만4828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지난해까지도 번호이동 건수는 50만명 전후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번호이동 건수는 51만1984명으로 집계됐다.
선택약정 할인이 도입되면서 소비자가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차별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이통사 간 경쟁이 사라지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단통법을 통해 추가지원금 지급 한도가 공시지원금의 15%로 제한되면서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을 필요가 없어졌다. 경쟁이 제한되자 자연스레 이통3사의 점유율도 자연스레 고착화됐고, 소비자를 위한 신규 서비스 출시도 더뎌졌다.
불투명한 유통구조도 그대로였다. 특히 이통사의 리베이트 차등지급으로 유통채널 간 차별은 오히려 심화됐고, 이는 다시 이용자 차별로 이어졌다.
예컨대 여러 유통채널 가운데 법인(B2B)채널은 대량판매를 전제해 고가의 장려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기업에만 폰을 판매해야 하는 법인폰을 온라인 등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하면서 결국 상대적으로 장려금을 적게 받는 타 유통채널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었다는게 업계의 전언이다.
◆ 수술대 올랐던 단통법…“추가지원금 한도상향”
단통법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특정 지역에서 40만원 이상의 장려금이 감지되면 이통사에 벌점이 부과하는 ‘자율정화시스템’을 두고 시장을 관리하는가 하면, 방통위는 단통법을 보완할 수단으로 ‘장려금 투명화 시스템’을 뒀다.
특히 계속되는 실효성 논란 속에 방통위는 2021년 6월 단통법을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가지원금 한도를 기존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상향한다는 내용이 개정안의 골자다.
방통위가 추가지원금 한도를 상향한 배경은 이렇다. 유통구조 투명화를 목표하고 있는 만큼 추가지원금 한도 제한을 점차 늘려간다면 추가지원금과 불법보조금의 간극이 줄어들 것이라고 본 것이다. 나아가 ‘성지’로 일컬어지는 음지채널의 양지화를 통해 투명한 유통질서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특히 유통채널은 개정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추가지원금 한도 상향으로는 현재 유통시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추가지원금 15%도 버거운 상황에서 30%를 채우는 것은 무리라고 항의했다.
◆ 단통법 폐지로 가닥…“국회와 논의 거칠 것”
논란 속에 단통법을 폐지하고 그냥 시장경쟁에 맡기자는 의견도 나왔다. 실제 2020년 11월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단통법 시행 6년을 맞아 폐지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전문가들과 업계는 단통법 보완에 좀 더 무게를 실어왔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난 10년 동안 성과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과열됐던 번호이동시장은 10년 전과 비교해 안정화됐으며 선택약정 할인이 도입되면서 소비자가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차별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신 단편적인 규제를 계속 늘려가는 방식이 아닌, 단통법의 당초 취지에 맞는 해결책을 구상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결국 통신사·유통점간 자유로운 지원금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 단말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현행 단통법을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단통법 폐지 및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등을 위해 국회와 논의를 거치고 소비자, 업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해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 되어선 안된다는 지적이 업계로부터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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