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앤슬래시에 슈팅까지… 진화한 방치형 게임, 새 캐시카우 될까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최소한의 조작만으로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방치형 게임이 시장 판도를 흔들고 있다. 단순한 ‘키우기’에서 나아가 역할수행게임(RPG), 핵앤슬래시, 슈팅게임 등 다양한 장르 요소를 버무리는 시도로 게임사와 이용자 양쪽에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방치형 게임은 최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주류 장르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11일 볼트레이게임즈가 출시한 방치형 게임 ‘삼켜라드래곤’은 구글 플레이 인기 1위, 애플 앱스토어 인기 17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조이넷게임즈의 방치형 게임 ‘버섯커키우기’는 각각 인기 2위와 1위를 기록 중이다.
방치형 게임은 별다른 조작 없이도 캐릭터 성장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캐주얼 장르 게임이다. 심지어 게임을 꺼놓아도 캐릭터가 성장한다.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기 힘든 이용자가 주 타깃층으로, 캐릭터를 방치해 두고 키우기만 하는 단조로운 구조로 인해 과거 비주류 장르로 통했다.
다만 최근엔 기류가 변했다. 관련 게임 개발에 뛰어드는 대형 게임사가 속속 등장할 정도로 주목도가 올라왔다. 국내에선 지난해 넷마블이 ‘세븐나이츠키우기’를 출시해 업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들이 방치형 게임에 손을 뻗은 이유는 장르의 높은 수익화 잠재력을 엿봤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된 방치형 게임은 타 장르 요소를 버무린 ‘하이브리드 캐주얼’ 형태를 띤 것이 특징이다.
세븐나이츠키우기는 기본적인 키우기 게임 형태에 10명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수집형 RPG 요소를 녹인 작품이다. 버섯커키우기는 직업과 전직 시스템, 길드 전투와 같은 RPG 요소를 강조했다. 삼켜라드래곤은 키우기에다 슈팅 게임 요소를 녹였다. 컴투스홀딩스가 오는 17일 출시하는 ‘소울스트라이크’는 다수의 적을 쓰러트리는 핵앤슬래시 재미를 담은 작품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은 장르 간 결합으로 보다 많은 이용자층을 확보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 수익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기존 퍼즐 게임과 같은 하이퍼 캐주얼이 낮은 지속성으로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했던 것과 상반된다.
캐주얼 게임 전문 퍼블리셔 부두의 조사에 의하면 실제 하이브리드 캐주얼은 일반 캐주얼 게임 대비 7일차 및 10일차 접속 유지율이 모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플레이 시간도 약 15분 많았다. 또한 씽크위드구글데이터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캐주얼 이용자 상당수가 유료 결제를 진행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지난 2022년 발표한 ‘글로벌 게임 산업 트렌드’에서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해당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콘진원은 보고서에서 “하이브리드 캐주얼 게임은 캐주얼에 미드코어 게임 요소를 결합해 이용자 유지율을 높이는 한편, 인앱 광고와 인앱 결제를 모두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수익 모델을 통해 수익성도 높일 수 있다”면서 “다양한 장르 간 결합을 시도함으로써 여타 양산형 하이퍼 캐주얼 게임과 차별화되는 틈새시장을 개척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적었다.
이어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 현재, 하이브리드 캐주얼로의 진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다. 국내 게임사도 발 빠른 대응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이들은 해당 보고서에서 방치형 게임과 RPG를 결합한 작품인 ‘오늘도 우라라라 원시 헌팅 라이프’를 언급, 하이브리드 캐주얼 유형 중 하나로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업계는 방치형 게임에 대한 이용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방치형 게임이 모바일 플랫폼 비중이 높은 국내 게임사의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원)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만 컴투스홀딩스를 비롯해 위메이드커넥트 등 중견 게임사가 신작 방치형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넷마블의 세븐나이츠키우기 흥행 이후 많은 게임사들이 방치형 게임의 가능성에 집중하기 시작했다”면서 “적은 인력과 개발비로도 큰 흥행성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게임사가 개발에 뛰어들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관건은 어떤 차별화 된 재미를 줄 수 있느냐다. 남들과는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면 노하우를 지닌 개발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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