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미·EU와 반대로, 文 ‘온플법’ 꺼낸 尹 공정위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윤석열정부가 문재인정부 정책을 다시 꺼냈다. 윤석열정부는 플랫폼 기업 ‘자율규제’를 주창해 왔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에 나선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주요 정부부처는 장관회의를 열고 플랫폼 경쟁촉진법 입법 추진을 보고하고, 오는 19일 국무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에 법안 추진 내용 관련 의견조회도 요청했다.
이는 현 정부의 플랫폼 자율규제에 기치에도 맞지 않는 지난 정부 정책을 답습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9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을 입법 예고했으나, 여야 이견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었다. 그러다,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윤석열정부에서 처리 보류 중인 온플법이 빠르게 국무회의까지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IT 플랫폼 업계는 정부가 자국 플랫폼 산업을 흔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해외와 비교해도 과도한 자국 산업 죽이기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공정위가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진 지난 11월 박주민 의원 등이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규제 대상 기업은 ▲시가총액 30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연평균 매출액 3조원 이상 ▲직전 3개연도 이용자 수 월평균 1000만명 이상 또는 국내 이용사업자 수 월평균 5만개 이상 사업자다. 이를 모두 충족하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해당돼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다. 이 경우 자사 우대나 끼워팔기 등이 금지되고 이를 어길 때 최대 매출 10%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플랫폼 기업을 정조준한 것이다. 다만,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국내 자국 산업을 규제하는 기조는 전세계 추세와 반대되는 양상이다.
유럽연합(EU)이 디지털시장법(DMA) 규제를 만든 이유는 구글, 애플, 메타, 아마존 등을 대상기업으로 삼아 미국 빅테크를 유럽시장에서 견제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빅테크 기업 규제를 강화하려고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서 내놓은 법안들이 지난해 말 폐기됐다. 자국기업인 구글 등에 대한 규제 강화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갑작스럽게 온플법을 재추진하고 속도를 높이는 이유로, 총선이 지목된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1대 국회는 내년 5월말까지 임식국회로 이어가게 된다. 이 때까지 온플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폐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7월 열린 ‘온라인플랫폼 규제 동향 국제세미나’에서 박지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DMA법을 그대로 적용한 사전규제를 국내에도 적용하면 사실상 디지털 시장 혁신을 저해할 수밖에 없다”면서 “해외 국가들은 각국 상황에 맞춰서 규제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만 표적이 돼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는 규제의 섣부른 도입은 지양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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