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수장 된 박익진 신임 대표, ‘아픈 손가락’ 오명 털어낼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롯데그룹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이 새 수장을 맞는다. 나영호 대표가 물러나고 박익진 어피니티 에쿼티 오퍼레이션 헤드총괄이 신임 대표로 내정됐다. 롯데온은 이커머스 업계 존재감이 약하고 적자가 계속되면서 롯데쇼핑 ‘아픈 손가락’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유통업계와 인연이 전무한 박 신임 대표가 롯데온 위상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6일 2024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하며 롯데 이커머스 대표에 박익진 부사장을 내정했다. 롯데온은 2020년 출범 후 4년 차에 벌써 세 번째 수장을 맞게 됐다. 외부수혈이라는 점에선 나영호 전 대표와 공통적이지만, 그간 일해온 경력을 살펴보면 이커머스 업계 경험이 전혀 없는 의외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롯데온 새 수장, 이커머스 경험 전무…금융·마케팅 전문가=롯데온 출범 당시 사령탑은 조영제 전 이커머스사업부장으로 정통 ‘롯데맨’이었다. 출범 1년 만에 롯데는 외부수혈이 필요하다고 판단, 이커머스 전문가로 불리던 나영호 전 대표를 이베이코리아에서 영입했다. 하지만 나 전 대표 역시 부임 기간 3년을 넘기지 못했다. 롯데는 다시 외부인재를 찾았고, 전혀 다른 업종에서의 경력자인 박 신임 대표를 택했다.
박익진 신임 대표는 서울대학교 물리학 학·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물리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사회에선 2004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씨티은행 카드사업부문 CFO와 CSO를 역임했고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맥킨지 부파트너로 일했다. 이후 현대카드와 ING생명 마케팅본부장, MBK 롯데카드에서 마케팅디지털 부사장을 지냈다. 직전엔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 오퍼레이션 총괄헤드로 재직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 신임 대표는 이커머스와 접점을 찾을만한 점은 없다”면서 “컨설팅과 마케팅, 투자사에 있었던 경험을 활용해 비용을 효율화시키며 롯데온을 성장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전했다.
종합몰이던 롯데온은 지난해 하반기 뷰티·명품·패션 카테고리 위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단 여전히 롯데온은 수익성과 점유율 측면 모두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진 않다. 신선식품 배송 물량 축소 등 물류비를 절감하며 적자 줄이기에 집중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640억원으로 연간 손실은 더 확대될 예정이다.
점유율도 전통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롯데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선 초라한 성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거래액 기준 점유율은 4.9%에 불과하다. 쿠팡(24.5%)과 네이버(23.3%), G마켓·SSG닷컴(10.1%), 11번가(7%), 카카오(5%)에 이은 6위다. 최근 모델 이효리를 기용, 처음 광고를 진행,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서는 듯 했지만 ‘반짝’ 효과로 끝나가는 분위기다.
롯데 측은 박익진 신임 대표에 대해 “롯데 이커머스 턴어라운드와 오카도 시스템과 시너지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오카도 시너지 위해한 어려운 과제, 흑자전환+외형성장=박 신임 대표가 롯데온 새 수장으로서 할 일은 여전히 흑자전환을 위한 수익성 개선이 될 전망이다. 이 과제가 어려운 건 동시에 외형 성장을 위한 매출 증대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이커머스 업계 특징상 수익성 개선을 위해 비용을 절감하다 보면 신규고객을 놓치고 매출 감소로 이어진다. 신규고객과 충성고객을 ‘록인(Lock-in)’ 시키기 위해선 비용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더군다나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1조원을 들여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적용한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를 전국 6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먼저 지난 5일 기공식을 진행한 부산 강서구 첫 번째 CFC는 2025년 말 가동에 들어간다.
롯데쇼핑이 CFC를 활용해 ‘온라인 장보기 1번지’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를 밝힌 만큼 그 전까지 롯데온 임무가 막중하다.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한 흑자전환은 필수다. 더 중요한 건 온라인 장보기를 위해 첨단 물류센터를 도입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주문량’이 필요하다. 물류센터 가동을 시작했을 때 소비자가 주문이 충분히 몰리고 가동률이 높아지도록 그전에 롯데온이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도를 마련해놔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서도 한 번의 광고로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노출이 필요하다. 이커머스 시장이 정체되고 비용을 줄여나가고 있는 와중 공격적인 마케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 쟁쟁한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다. 물류센터에 대규모 투자를 했던 쿠팡은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이에 대응한 네이버는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 CJ대한통운 등과 협업을 택했다.
롯데는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금융·마케팅 전문가인 박 신임 대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와 쿠팡 등 대형 업체들로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데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도 국내 시장에 1000억원 투자를 예고했다. 박 신임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결코 쉽지만은 않다.
롯데쇼핑 측은 “박익진 대표가 내년 1월1일자로 부임한 후 롯데온 전략이나 방향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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