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새 규정에 지분 확보 부담↑…K배터리 재무건전성 '빨간불' [소부장박대리]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미국 정부가 중국의 지분이 25% 이상인 합작사들은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외국 우려기업(FEOC)의 세부규정을 발표하면서 국내 배터리⋅소재 기업들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앞서 설립된 합작법인(JV) 상당수의 중국 지분이 25%를 넘는 만큼, 혜택을 받으려면 추가적인 지분 확보가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FEOC 세부안에 K배터리 골머리…"지분 이전 불가피"=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는 1일(현지시간)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FEOC 세부 규정안을 발표했다. 미 정부는 외국 우려 기업을 인프라법을 원용,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의 소유·통제·관할에 있거나 지시받는 기업으로 명시했다. 앞으로 이들 나라에 소재하거나 법인 등록을 한 기업에서 핵심 광물을 조달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미 정부는 구체적으로 중국 정부가 합작회사 이사회 의석이나 의결권, 지분을 25% 이상 직간접적으로 보유하면 합작법인을 '소유·통제·지시'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어느 나라 기업이든 중국에서 배터리 부품과 소재, 핵심 광물을 채굴, 가공, 재활용, 제조, 조립만 해도 외국 우려 기업에 해당한다.
이번 규정안에서 우리나라 배터리와 소재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대목은 중국 밖에 설립되는 중국 기업과 외국 기업의 합작법인에 대한 것이다. 앞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수의 외국 배터리 회사는 중국 기업이 IRA 원산지 요건을 우회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 미국에 소재를 조달했기 때문이다.
SK온과 에코프로는 중국의 전구체 생산기업 거린메이(GEM)와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을 위한 3자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며, LG화학은 화유코발트와 전북 새만금에 배터리 전구체 공장을, 포스코퓨처엠은 중국CNGR과 경북 포항에 이차전지용 니켈과 전구체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수익 개선 어려운데…늘어날 지출에 재무건전성 '빨간불'= 이번 미국의 IRA 세부 규정안은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에 재무적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JV을 설립한 SK온, 에코프로, LG화학 등의 구체적인 지분 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들 기업 모두 지분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한국과 중국의 합작법인들은 일부 지배구조 변경이 필요하다"라며 "대부분의 한중 합작법인의 경우 중국 기업들이 절반에 가까운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로 최소 25%의 지분 이전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대내외적 상황상, 추가적인 투자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배터리 산업 확장에 따라 다수의 기업이 수십조원의 투자, 재무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지분 추가 확보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SK온의 경우 올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187%, 유동비율이 91.4%로 재무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부채비율은 대체로 100%를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건전한 편으로, 1년 이내에 현금과 바꿀 수 있는 자산과 갚아야 하는 부채 비율을 따지는 유동비율은 200% 이상일 때 건전하다고 판단한다.
SK온이 2030년에 총 생산능력 500기가와트시(Gwh)를 목표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현금 여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인데, 이를 상쇄할 만한 수익은 아직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누적 적자 규모는 9912억원, 올해도 3분기까지 563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내외적 여력이 좋지 않다 보니, 지난해 12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에코프로 역시 같은 기준 부채비율이 154%, 유동비율이 142%로 재무건전성이 좋다고 말하긴 어려운 상태다. 흑자를 내고 있긴 하지만, 에코프로 역시 배터리 시장 확대에 맞춰 양극재, 전구체 생산능력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재무건전성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에코프로는 올해 설비 확대를 공격적으로 늘려가며 단기 차입금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3분기 에코프로의 단기차입금은 2조8950억원 수준으로 전년(1조2561억원)에 비해 56.7% 늘었다.
반면 LG화학은 부채비율 87.3%, 유동비율 190%를 기록, 상대적으로는 여유로운 상태다. LG화학은 2025년까지 배터리 소재 분야에 10조원 투자 단행을 계획, 2030년 30조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지금처럼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미국의 IRA 세부 규정안에 따라 중국과의 JV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으며, 이는 이미 악화하고 있는 재무건전성과 업황에 더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부 규정안에 대응하기 위해 재무적으로 더욱 신중하고 현명하게 행동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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