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AI 힘 빌리는 게임업계, “일자리 탈취” 따가운 시선도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게임업계가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을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AI가 업무 효율을 높여 보다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큰 가운데, 벌써 일부 게임은 인간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와 크래프톤, 위메이드 등 주요 게임사는 게임 개발에 생성형 AI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생성형 AI는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내놓는 AI다. 게임에선 캐릭터 일러스트나 아이템 이미지 등을 만들고, 논플레이어블캐릭터(NPC)의 대화를 자동 생성하는 데 활용된다. NPC가 이용자 패턴을 학습해 적합한 상호작용을 하도록 돕는 것도 가능하다.
이 분야 국내 선두 주자는 엔씨다. 엔씨는 2011년부터 AI 기술력을 자체 연구·개발하며 AI 전담 조직을 출범시키는 등 AI 시장 개척 의지를 드러내 왔다.
엔씨는 최근 자체 생성 AI ‘바르코’를 기반한 플랫폼 ‘바르코 스튜디오’를 게임 개발과 콘텐츠 제작 다방면에 활용하고 있다. 바르코 스튜디오는 ▲이미지 생성툴(바르코 아트) ▲텍스트 생성 및 관리툴(바르코 텍스트) ▲디지털휴먼 생성 및 편집, 운영툴(바르코 휴먼)로 구성됐다.
엔씨는 디지털 휴먼 생성과 편집, 운영을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는 통합 툴 ‘바르코 휴먼’과 시나리오, 세계관, 캐릭터 등 게임 주요 설정을 제작할 수 있는 ‘바르코 텍스트’도 연내 사내 개발자 대상으로 정식 지원할 계획이다. 사측은 생성 AI 서비스 3종이 본격적으로 업무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게임 개발 속도와 품질 등이 전반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내년 출시를 목표로 ‘버추얼프렌드’를 개발 중이다. 버추얼프렌드는 이용자와 함께 멀티플레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AI다. 자연어 처리(NLP)와 언어 모델이 적용된 기술로, 한국어 음성학습 기술을 통해 음성 또는 텍스트 등으로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버추얼프렌드가 도입되면 AI와 친구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오는 11월 열리는 ‘지스타 2023’을 통해 공개되는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도 해당 기술이 적용될지 관심사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 자회사 렐루게임즈를 설립해 생성형 AI를 도입한 게임 개발에도 힘을 싣기 시작했다. 렐루게임즈는 3분기 AI를 활용해 개발한 ‘푼다:AI퍼즐’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은 최근엔 음성 인식 기술을 이용한 게임 ‘프로젝트오케스트라’를 준비 중이다.
위메이드는 올해 초부터 생성형 AI를 애니팡 시리즈의 캐릭터 디자인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플레이는 대표이사 직속의 AI 특별팀을 꾸리고, 생성형 AI 모델 ‘애니’가 제작한 캐릭터를 애니팡 브랜드에 등장시킬 계획이라고 지난 4월 밝혔다.
생성형 AI는 작게는 콘텐츠 공급량 증대 및 인건비 감축을 이끌고, 궁극적으로는 게임의 한계 재미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사 투자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생성형 AI를 통한 개발 작업이 상용화되는 과정에서 숱한 갈등도 예상된다.
전조 증상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넥슨 자회사 엠바크 스튜디오가 개발 중인 팀 기반 1인칭슈팅게임(FPS) ‘더파이널스’에는 인게임 보이스에 생성 AI가 만든 음성이 도입됐다. 내레이션과 캐릭터 음성 일부를 AI ‘텍스트 투스피치(TTS)’ 기술을 통해 구현한 것이다.
그러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일각에서는 AI가 일자리를 위협한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해외 성우 지안니 마트라그라노는 자신의 SNS에 더파이널스 플레이 장면을 공유하면서 “이용자 피드백을 고려해 성우를 캐스팅하길 바란다”고 썼다. 성우 킷 해리슨은 “의자에서 일어날 때 기합 소리도 재현 못하면서, 내 일자리는 빼앗는다니 웃기지마라”고 힐난했다.
이에 엠바크 스튜디오는 실제 성우와의 작업도 병행할 것이라고 해명하면서도, AI가 게임 제작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이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바깥에서는 일러스트레이터가 생성 AI 업체 대상 소송을 걸고, 파업에 돌입했던 할리우드 작가들이 ‘저작물이 AI 학습에 무단 사용되지 않는다’ 등의 내용을 합의안에 포함하는 등 AI로 인한 갈등이 본격적으로 구체화 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일엔 미국과 중국, 인도 등 28개국과 유럽연합(EU)이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 모여 AI 위험을 막기 위한 첫 AI 공동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몇 년 전부터 게임 개발에 AI를 활용해 온 한 인디게임사 개발자는 “비용 절감 측면도 있지만, AI가 사람의 노고를 대체하면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할 여유가 생기는 등 이점도 분명 존재한다. 실제 기획 폭이 넓어지면서 새 프로젝트에 착수한 경험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AI 도입으로 새로운 포지션의 인력 발굴도 늘어날 수 있다. 최근 개발사들은 AI를 이용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 디렉팅에 능한 인원을 집중 채용하고 있다”면서도 “여론이 분노하는 부분에 유의하면서 개발에 AI를 도입 중”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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