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무살’ 네이버 블로그, 제2의 전성기에 숨은 노력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한때 토종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인 블로그를 주름잡던 3강 체제는 네이버·다음·티스토리였다. 여기에 싸이월드 블로그가 합류하며 지각변동이 일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영향력을 잃은 다음 블로그는 17년 만에 문을 닫고 티스토리와 통합됐다. 지난 2019년 종료된 싸이월드는 지난해 싸이월드 2.0을 재개했지만, 불과 1년 만인 지난 8월 앱 재단장을 위해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이 가운데 네이버 블로그는 지난 2003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올해로 벌써 서비스 20주년을 맞았다. 해외 SNS가 급부상하고, 텍스트 기반에서 이미지·영상 중심으로 콘텐츠 소비 형태가 변화하는 숱한 위기 속에서도 네이버가 명실상부한 블로그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한준 네이버 커뮤니티 사내독립기업(CIC) 책임리더는 지난달 31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1784에서 <디지털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기록 공간’이라는 본질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사용자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바탕으로, 블로그가 가진 고유 기능과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서비스를 개선해 온 것이 그 비결이라는 것이다.
◆인스타·페북 뜨고 블로그 질 때…네이버가 흔들리지 않은 이유
2010년대 후반부터 PC에서 모바일로 인터넷 서비스 사용성이 변화하고 유튜브(동영상)·인스타그램(이미지) 같은 소셜 미디어가 떠오르며 블로그 시대도 위기를 맞았다. 당시 수많은 국내 서비스가 사용량 저조로 속속 서비스를 종료했다. 네이버가 선택한 것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자유자재로 글을 쓸 수 있는 도구로써 글쓰기 기반을 지키는 것이었다.
한준 책임리더는 그 이유로 ‘블로그 기록이 네이버 검색과 밀접한 관계’라는 측면을 강조한다. 사람들이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는 목적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대다수는 일상적인 궁금증을 타인 경험을 통해 해소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책임리더는 “결국 블로그는 네이버 검색 품질을 높이는 데 중요한 콘텐츠”라며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용자가 잘 이용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했을 뿐, 네이버는 단 한 번도 서비스 중단을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 블로그가 기록하는 플랫폼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는 한편, ▲모먼트(숏폼) ▲마켓(네이버페이 연동한 판매 기능) ▲내돈내산 리뷰(구매·방문 내역 등 인증 배너) ▲클로바 포 라이팅(AI 창작·생산 도구) 등 콘텐츠 창작 지원 기능 ▲연령별 추천(비슷한 나이대 인기 글 추천)을 선보이는 것도 그래서다. 한 책임리더는 “블로그에 여러 콘텐츠 유형이 생기다 보니 저마다 취향에 맞게 ‘홈’을 꾸밀 수 있는 개편을 준비 중”이라며 “특히 ‘이웃’은 기존 SNS들과 다른 관계 양상을 띠는 만큼, 댓글과 공감 외에 ‘메신저’같은 새로운 피드백 시스템도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떠났던 1020 돌아오게 한 OO챌린지…사용자 피드백에서 출발
네이버 블로그는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외출에 제약이 많았던 지난 2020년 사람들은 하루를 의미 없이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블로그에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이때 1020세대 신규 사용자가 대거 유입됐다. 젊은 층 이용자가 갑자기 늘어난 현상에 주목한 네이버 블로그는 이들 사용 패턴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한 책임리더는 “꽤 많은 10~20대 사용자를 만나 인터뷰도 하며 얻은 인사이트는 이들이 전문적 혹은 분석적 포스팅을 해오던 기존 블로거들과 다른 사용성을 보였다는 것”이라며 “보여주기식 SNS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블로그에선 일상의 소중한 부분을 담백하게 기록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슬로건이 ‘라이프로그.블로그’다.
네이버 블로그는 한 발 나아가 사용자들이 매일 일상을 기록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오늘일기 챌린지’를 시작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어 지난해엔 매달 30만명 사용자가 함께한 ‘주간일기 챌린지’를 마쳤고, 올해는 사용자가 방문한 장소를 기록하는 ‘체크인챌린지’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5월22일부터 9월 29일까지 이뤄진 체크인 챌린지는 54만명 사용자가 230만개가 넘는 참여글을 작성했다.
작년 103만명 블로거가 참여한 주간일기 챌린지에 비해 난이도가 높았지만, 엔데믹(감염병 풍토병화)으로 야외활동·해외여행이 증가하면서 체크인 챌린지에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다는 게 네이버 측 분석이다. 특히 올해 체크인 챌린지 참여자 중 64%가 작년 주간일기 챌린지에 참여하지 않은 신규 참여자로, 2030세대가 7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책임리더는 “큰 방향성에서 시장조사가 이뤄지긴 하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한 인사이트는 거의 다 사용자로부터 얻는다”며 “블로그 담당자들도 입사 전부터 ‘헤비 유저’로서 누구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네이버 블로그는 기능 개편에 앞서 무조건 타깃층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공식 블로그와 앱 리뷰 등 피드백을 유형별로 분류해 각각 솔루션을 기획한다.
끝으로 한 책임리더는 “뭐든지 짧고 빠르게 소비되는 요즘, 블로그는 조금 느리지만 아날로그 감성과 사유 기회가 남아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라며 “앞으로도 블로그가 서른 살, 마흔 살이 될 때까지 계속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 일상의 조각을 모아가는 기쁨을 함께 나눌 서비스로 남았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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