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사용료 배분안’ 불협화음…숙제 떠안은 IPTV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IPTV(인터넷TV) 사업자가 마련 중인 ‘콘텐츠사용료 배분안’을 두고 실효성이 지적된다.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지만, IPTV 사업자가 지상파를 논의 테이블에 앉힐 수 있겠냐는 것이다. 정부도 못한 일을 사업자에 맡겼다는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소관 부처들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0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KT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PTV 3사는 재허가 부관조건에 따라 각자 재허가일(9월22일) 기준 3개월 이내 객관적인 데이터를 근거로 한 ‘콘텐츠사용료(재송신료·기본채널프로그램사용료·유료채널 및 VOD 사용료 등) 배분안’을 마련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배분은 앞서, 정부 주도로 마련돼 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021년 1월 유료방송 시장 내 ‘선계약-후공급’ 원칙을 도입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계약의 기준이 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왔다. 이른바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지상파 사업자들이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회의에 불참하면서 논의는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지상파는 IPTV·케이블TV(SO) 등 유료방송사가 일반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지급하는 콘텐츠 사용료를 늘리면 해결될 문제로, 관련 논의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유료방송사의 입장은 다르다. 유료방송사는 방송시장 재원이 순환되는 구조로 지급 비중이 큰 지상파를 제외하고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 방송시장의 재원구조를 살펴보면, 유료방송사가 수신료와 홈쇼핑송출수수료를 받는 대신 지상파에 재송신료(CPS)를, PP에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2021년 기준 배분비율은 SO의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은 5105억원으로 이 중 66.04%에 해당하는 3371억원을, IPTV는 기본채널 수신료 매출액(2조994억원) 가운데 26.17%인 5493억원을 기본채널 프로그램 사용료로 지상파를 포함한 PP에 지급하고 있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IPTV와 SO로부터 받는 재송신료(2021년 기준 4079억원)을 제외하면 200여개의 PP 사업자가 받는 총액은 4785억원에 불과하다. 200여개의 PP 중에서도 종편PP·대형PP등의 비중이 큰 점을 고려하면 중소PP가 가져가는 콘텐츠 사용료는 매우 적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상파의 소관부처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로, 과기정통부가 적극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방통위는 그동안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왔다.
그럼에도 불구, 과기정통부가 정작 IPTV 사업자에는 지상파를 포함한 모든 콘텐츠제공사업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콘텐츠 배분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하면서 일각에선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사업자들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과기정통부도 연내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 마련을 약속한 상황이다.
결국 실효성 있는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을 마련하려면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양측 정부부처가 합의해 지상파 사업자를 논의에 참여시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로부터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 마련은 유료방송시장 질서에 필요한 최소한의 룰을 셋팅하기 위한 것”이라며 “지상파도 PP와 자회사를 통해 플랫폼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사용료를 받고 있는 등 엄연히 유료방송시장 안에 들어 와있는 사업자로, 유료방송시장 질서를 위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전했다.
업계에 정통한 학계 전문가는 “유료방송시장과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합의안을 만들어내야지, 그 중 하나만 참여해 만든 합의안을 어느 사업자가 따르겠냐”라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해도 다른 사업자들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과기정통부는 방통위와 협력해 연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최근에서야 6기 방통위가 출범한 만큼, 지상파 사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까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관 신임 방통위원장은 지난 8월28일 취임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의 모든 플레이어들이 지상파의 논의 참여 필요성을 제기함에 따라 방통위의 (가이드라인 마련)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놓은 상황”이라며 “(논의에) 지상파가 참여할 수 있게 방통위가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IPTV 사업자가 만드는 배분안과 관련해선 “(배분안과) 겹치는 부분에 대해선 IPTV 사업자와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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