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국감2023] ‘R&D 예산’ 집중질타한 과방위…ICT 현안은 소외(종합)

세종=권하영 기자 , 세종=강소현 기자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석해 있다. [Ⓒ 디지털데일리]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참석해 있다. [Ⓒ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강소현 기자] 11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는 단연 ‘연구개발(R&D) 예산’ 문제였다.

정부가 R&D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을 놓고 여야는 정반대 해석을 내놨다. 여당은 그간 연구현장에서 누적된 ‘예산 나눠먹기’ 관행을 없애는 비용 효율화 차원이라고 옹호했지만, 야당은 대통령 한마디에 기준 없는 졸속 삭감이 이뤄졌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국감 내내 여야가 R&D 예산 문제로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과기정통부의 또 다른 소관인 정보통신기술(ICT) 현안들은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다만 국감 후반에 이르러서야 5G 품질 및 요금 불만, 망 이용대가 이슈, 콘텐츠 대가산정 문제 정도가 언급됐다.

◆ 野 “R&D 예산 삭감은 졸속삭감에 탁상행정”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과기정통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첫 질의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질의는 여야를 막론하고 ‘R&D 예산’에 관한 것이었다. 앞서 정부가 내년도 R&D 주요 예산을 올해보다 16.6% 삭감한 25조9000억원으로 편성한 것에 대해, 여야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야당 측은 이번 예산 삭감이 지난 6월말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R&D 사업 재검토’ 지시를 기점으로 급속 추진된 것이라며 ‘졸속 삭감’을 문제삼았다.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지금 R&D 예산 문제로 과학기술계가 난장판이 됐다”며 “핵심은 연구비가 근거도 없이 줄었다는 것”이라 강조했다.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 또한 “국민들은 윤 대통령 한마디에 대부분의 R&D 예산이 속전속결 삭감되었다고 보고 있다”며 이것이 ‘탁상행정’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박 의원은 “과기정통부 혁신본부가 2024년 R&D 예산 비효율 조정 예시를 제시했는데, 그중 ‘극지 유전자원 활용기술 개발사업’의 경우 특정 연구기관 단독입찰 사업이어서 92.9% 연구비를 삭감했다고 했다”며 “특정 연구기관이라는 게 극지연구소 아니냐, 이걸 복수공모 안했으니 카르텔이라고 하는 건 완전히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 과정에서 ‘기후위기’ ‘재난안전’ 등 꼭 필요한 대응예산도 줄줄이 삭감됐다고 지적됐다.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S등급을 받은 기후위기 대비 예산인 ‘해저재해 발생예측 실시간 경고 시스템 시범구축’ 사업 예산이 무려 80% 삭감됐다”며 “국민안전이나 기후위기와 관련된 예산은 어떻게든 지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 與 “연구현장 카르텔이 문제”…정부도 “최선 다했다”

여당은 반대로 연구현장의 소위 ‘이권 카르텔’을 비난했다.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은 “제대로 된 심사 기준 없이 정치적 목적으로 R&D 예산을 주고 자화자찬 칭찬까지 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하며 “윤 대통령은 이권 카르텔을 제거하고 나눠먹기식 R&D를 근절하라는 혁신을 주문한 것”이라고 방어했다.

김병욱 의원(국민의힘)도 “문재인 정부 때 R&D 예산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평균 24조3000억원이었고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예산은 합치면 평균 28조5000억원이 된다. 평균으로 보면 윤 정부가 훨씬 많고 다만 내년 예산이 좀 줄었다는 건데 이걸로 음해성 정치 공작을 하는 건 과도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종호 장관은 “충분히 최선을 다해 예산안 구조조정을 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 장관은 “과거부터 누적된 비효율이 R&D 예산에 포함돼 있었고 최근 몇 년새 R&D 예산이 급격히 늘면서 낭비적 요인이 크게 누적됐다는 건 모두가 얘기하는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제대로 R&D를 R&D답게 하자는 얘기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장관은 청년 연구자들 이야기가 나오자 “후배 과학자들에게 감히 문제 생기게 하고 싶지 않은 게 제 마음이고 진심”이라며 “그들에게 좋은 연구시스템으로 보답해 경쟁력을 가지고 미래에 여러 나라와 경쟁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고 있다. 나름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주목 못받은 ICT 현안들…5G·망이용대가 등 언급

ICT 현안에 대한 점검은 주로 국감 후반부에 몰렸다. 대부분의 질의는 과기정통부가 충분한 검토와 방안 도출을 약속하며 큰 잡음 없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우선 통신사향 5G 단말기 구입시 LTE 요금 가입이 불가한 점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연내 통신3사와 협의해 LTE와 5G를 구분하지 않는 이른바 ‘통합요금제’ 출시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및 시스템 안정화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알뜰폰 제도 안정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방송재원의 공정한 분배를 위한 이른바 ‘콘텐츠 대가산정 가이드라인’도 연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상대로 국내 사업자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객관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합리적 콘텐츠 사용료 배분 기준안이 먼저 만들어져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과기정통부의 입장도 조만간 발표한다. 그간 망 이용대가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을 들어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오던 과기정통부는 최근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망사용료 관련 소송을 상호 취하함에 따라 연말까지 망 이용대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권하영 기자 , 세종=강소현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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