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셀 플랫폼 크림, 혹한기에도 국내외 투자 지속하는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국내 최대 한정판 거래(리셀) 플랫폼 크림이 아시아 최대 개인간거래(C2C) 플랫폼을 목표로 본격 시동을 걸었다. 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크림은 국내외 유망 C2C 플랫폼에 지분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C2C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단기간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크림이 수익성 개선까지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크림은 976억6800만원을 투입, 일본 스니커덩크 운영사 소다(SODA) 지분을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크림이 취득하는 소다 주식 수는 총 9752주로, 취득 예정일은 내년 3월29일이다. 이로써 크림은 소다 43.6%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크림이 소다에 주식 매매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내년 3월 말까지 약 5개월간 네이버가 지급보증인으로 참여했다. 소다가 취득금액 절반 수준인 491억원 가량에 대해 네이버 보증을 원했고 크림과 네이버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크림은 추후 네이버에 1억2400만원가량 보증 수수료액을 지급하게 된다.
네이버는 사용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C2C 커머스 시장 선점에 주력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북미 최대 C2C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를 발표할 당시 “리커머스(리셀+커머스)는 MZ세대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며 “커뮤니티 커머스를 넥스트 커머스 가장 큰 단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네이버는 ‘리셀(재판매) 플랫폼 투자를 통한 커머스 역량 강화 및 운영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해 4분기 크림에 500억원 투자를 단행했다. 네이버가 아시아 C2C 시장 선점을 위해 크림을 적극 키우는 모습이다. 현재 크림은 국내 한정판 거래 플랫폼 시장 점유율 70%로 추정돼 1위로 자리잡았다. 일본 소다와 경영 통합으로 크림은 단번에 한·일 대표 리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됐다.
크림은 2021년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별도 법인으로 분사된 후, 국내는 물론 말레이시아·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이어왔다.
말레이시아 1위 스니커즈 리셀 커뮤니티 ‘스니커라’ 운영사 쉐이크핸즈에 22억원 규모 투자를, 지난해 초엔 싱가포르 가전제품 중고거래 플랫폼 ‘리벨로’를 운영하는 키스타 테크놀로지에 36억원을 투자했다. 인도네시아 1위 리셀 플랫폼 ‘킥애비뉴’ 운영사 PT카루니아에도 크림은 지분 약 29%를 확보하고 있다. 태국 한정판 거래 플랫폼 운영사 사솜컴퍼니에 10억원을 투자해 20% 지분을 확보했던 크림은 지난해 25억원, 올해 5억8000만원을 추가 투자했다.
국내에선 명품 거래 플랫폼 ‘시크’ 운영사 팹,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콜렉티브’ 운영사 크레이빙콜렉터에 각각 70억원·55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스니커즈 커뮤니티 ‘나이키매니아’ 운영사 나매인 지분 100%도 80억원에 인수했고, 티켓 리셀 플랫폼 서비스인 ‘티켓베이’를 운영사 팀플러스에도 투자했다.
크림이 국내외 C2C 기업 지분 투자에 투입한 금액은 700억원 이상이다. 크림은 그간 모기업 스노우에 자금을 차입해 국내외 C2C 플랫폼들에 투자해왔다. 이 방법은 초기 자금이 부족한 크림이 보다 수월하게 투자를 할 순 있지만 이자가 붙어 상환해야 할 금융비용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크림 차입금 잔액은 300억원이었다. 연이자율 4.8%로 지난 9월 말 만기일이 도래해 스노우에 상환했다. 크림은 지난해 말 600억원 단기금융상품에 가입하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약 391억원을 확보했다. 올해 2월 총 2206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도 마무리하면서 모기업 의존도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크림은 공격적인 투자로 취급 상품을 빠르게 확장했다. 초창기 스니커즈에 국한했지만 현재는 티켓·명품·가전부터 중고차 검수·판매 스타트업에까지 투자를 단행했다. 크림은 1년만에 괄목할만한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지난해 크림 매출은 460억원으로 전년(33억원)대비 무려 1300%나 급증했다. 지난해 크림이 구매자 대상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영향이다.
반면 영업손실은 2021년 595억원에서 2022년 861억원으로 45% 가량 늘었다. 크림은 구매자 신뢰 확보를 위한 검수 시스템 마련과 데이터 축적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실제 크림은 지난해 영업비용 1320억원으로 전년(682억원)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비용 중 지급수수료가 872억원으로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지급수수료엔 검수 인력 채용, 검수 기술 고도화 등 검수 역량 관련 비용이 다수를 차지한다.
크림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손실 누적규모가 자본금을 넘어선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단 크림은 수익화를 위한 수수료 도입이 지난해부터 시작됐고, 특히 결제대행(PG사) 수수료 2.5%를 넘어선 기간은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향후 수익성도 지속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크림은 지난해 4월 구매자로부터 1% 수수료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연이어 수수료를 인상해 오는 10월부턴 최대 10%를 수수료로 책정할 계획이다.
크림이 투자를 단행한 해외기업들 역시 아직 수익성보단 외형 성장에 치중해있다. 가령 최근 크림이 추가 투자를 한 태국 사솜컴퍼니는 2021년 매출액 261억원에서 2022년 787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734억원에서 1227억원으로 늘었다.
크림과 경영통합을 하기로 한 일본 소다는 2020년 6월~2021년 5월 매출 84억원, 당기순손실 255억원이지만 2021년 6월~2022년 5월 매출은 323억원 당기순손실 542억원으로 급증했다. 소다가 내년 상반기 크림 연결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크림 연결 손익계산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한정판 거래 플랫폼이 초기 시장에 속하는 만큼 우선은 재무건전성보다 시장 지위 확보가 급선무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크림 측은 “개인간거래 특성상 온보딩 기간이 필요하고, 초기 투자 기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물론 규모를 달성했을 때 기대되는 이익들도 있기 때문에 꾸준히 투자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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