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방통위 숙제]① ‘약방의 감초’ 방송광고 제도 개선, 이번엔 가능할까
- 미디어 이용행태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성장세 꺾인 방송광고 시장
- ‘네거티브 규제체계 도입’ 방송법 개정안, 내년 말 공표 목표
- 타이틀 스폰서십 예능 한정으로…허용 방식은 ‘광고’ 전망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6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방송광고 제도를 개선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방송광고 제도 개선은 역대 방통위가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내세웠던 과제다.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 시장 진입에 따른 제작비 상승으로 K-콘텐츠 산업 생태계가 위협받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특히 최근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들의 광고요금제 출시는 업계에 위기감을 더한다. 방송광고 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방송광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건 방통위 전신인 방송위원회(이하 방송위) 시절이다. 2004년 당시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다매체·다채널 방송환경에 적합한 방송광고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2008년 방통위가 출범하면서 그 내용은 구체화됐다. 2기 방통위(위원장 최시중)가 ▲생수·의약품 등 광고 금지품목 해제 ▲광고총량제 확대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 등 제도 개선 방향을 처음 제시했다.
이후 규제 일부는 개선됐다. 3기 방통위(위원장 이계철)가 광고 전체시간만 정하고 횟수나 종류 등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는 이른바 ‘광고총량제’를 도입했고, 5기 방통위(위원장 한상혁)가 지상파의 중간광고를 전면 허용했다.
하지만 제도 일부를 손보는 것만으로는 급변하는 방송시장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포지티브 기반으로 돌아가는 규제체계(사전규제)가 문제라는 것이었다.
예컨대 새로운 유형의 방송광고가 등장할 때마다 정부가 허용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허용 시 법을 개정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해외 주요국에선 이미 기본원칙을 준수하는 경우, 관련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방송광고 유형이더라도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네거티브 규제체계를 따르고 있다.
K-콘텐츠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이러한 네거티브 규제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TV가 아닌 온라인·모바일을 이용한 미디어 이용이 늘면서 광고주 역시 디지털광고 집행을 늘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사업자들은 주 재원인 방송광고 매출의 감소로 콘텐츠 제작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내 방송광고 시장의 매출액 성장세는 이미 꺾였다. 방송광고 시장의 규모는 2018년 3조9318억원에서, ▲2019년 3조7710억원 ▲2020년 3조4841억원 ▲2021년 4조531억원으로 성장세가 크게 위축됐다. 반면 모바일·PC 등 디지털광고 시장의 규모는 ▲2018년 5조7172억원 ▲2019년 6조5219억원 ▲2020년 7조5284억원 ▲2021년 8조36억원으로, 매출액이 비약적으로 증대하고 있다. 해외 OTT가 앞다퉈 광고요금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 이런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는 내년 말 공표를 목표로 방송광고에서 네거티브 규제체계를 도입하기 위한 방송법 개정안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6월 방송광고 네거티브 규제 체계 도입을 위해 학계 전문가와 정부 및 유관 단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꾸리고 방송광고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해왔다.
개정안 윤곽은 어느정도 잡힌 것으로 확인됐다. 총 8차례에 걸친 회의 끝에 마련된 개정안 초안에는 시청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방송광고가 준수해야 할 방송광고 기본원칙(방송광고와 프로그램의 구분·광고주로부터 부당한 영향 배제·어린이 보호·시청기록 활용 고지 및 동의)을 설정하되, 기본적으론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채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방송광고 유형 중 ▲프로그램 외부에 노출되는 방송프로그램광고·자막광고·중간광고·시보광고·토막광고를 ‘프로그램 외 광고’, ▲프로그램 내 가상광고와 간접광고는 ‘프로그램 내 광고’, ▲나머지를 ‘기타 광고’로 구분한 것이 골자다.
이견이 있었던 사안들에 대해서도 대부분 합의점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주요 쟁점이었던 ‘타이틀 스폰서십’(제목광고)은 예능프로그램에 한해 허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시청자 보호 차원에서 미디어렙을 통해 해당 광고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한다. 미디어렙은 지상파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방송사의 방송광고 판매대행 기관으로, 사전규제까진 아니더라도 미디어렙을 통해 관리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아직 쟁점들이 일부 남아있지만, 약속한 기한까지 무난하게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방통위는 필요에 따라 사업자를 불러 의견을 추가 청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개정안을) 전체적으로 다시 한번 살펴보고 있다"며 “검토 과정에서 상황이 바뀌면 해당 내용을 가지고 사업자들의 의견을 한 번 더 수렴하는 절차를 가질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학계에선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모바일·PC 등 디지털광고에 대한 규제도 검토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현재 디지털광고의 경우 광고 시간제한이 없다. 또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타이틀 스폰서십' 등 새로운 유형의 광고를 도입할 수 있는 등 규제 역차별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방송광고 업계 전문가는 “유튜브를 TV로도 볼 수 있는 시대에서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만 논의하고 디지털광고에 대한 규제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광고주들이 TV 보다 디지털광고 집행을 선호하는 현재의 흐름을 정부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서치 회사 엔스크린미디어(NScreenMedia)의 대표 콜린 딕슨(Colin Dixon)은 최근 영국 매체 데일리스타(Daily star)와의 인터뷰에서 “OTT를 통해 광고주들은 골든타임이 아닌 다른 시간대에도 구독자와 접근할 수 있게 됐다”라며 “(광고형 요금제는) TV광고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디어업계 전문가는 "올해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광고비를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6기 방통위의 역할이 중요하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개정안을 빠르게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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