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호 방통위]① 수술대 오르는 공영방송…‘1공영 다민영’ 체제 추진될까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6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닻을 올렸다. 25일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차기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임기는 3년으로, 2026년 8월 25일까지다.
6기 방통위에선 공영방송 체제의 대규모 개편이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앞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디지털·미디어의 공정성과 공공성 재정립을 위한 공영방송의 대수술을 예고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공영방송 체제 개편 방향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또 개편의 일환으로 민영화를 추진한다면, 민영화가 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시간을 가지고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공영방송 개혁 예고…‘1공영 다민영’ 체제 추진 전망
이 위원장은 앞선 인사청문회에서 공영방송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공영방송에 대해 “사실상 흔히 밖에서 노영방송(노조가 지배하는 공영방송)이라고 이야기한다”라면서 공영방송이 본연의 책무를 다하고 있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른 대대적인 손질도 예고했다. 공영방송의 최소화가 골자다. 공영방송의 청사진을 묻는 윤두현 의원(국민의힘)의 질의에 이 위원장은 “선진국 어느 나라도 공영방송이 이렇게 많은 나라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 건들지 마라’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라면서 편파보도를 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유로운 정보 소통을 위해서라도 공영방송의 수를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는 KBS와 MBC, SBS 등 3곳의 공영방송사가 있다.
이 위원장은 또 “맨날 대한민국에서만 이념 편향 방송하는 걸 넘어 한류, K-컬쳐를 비롯한 우리의 메시지를 발신하는 중심적 역할을 공영방송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개편의 구체적인 방향은 청문회에서 제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선 민영화를 통해 공영방송 시장을 손볼려고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청문회에서 이 위원장이 “공영방송은 최소화하고 나머지는… 민영화란 표현은 저는 좋다고 보지 않는다”라면서도 “정보시장의 유통도 경쟁체제 속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며 사실상 ‘1공영 다민영’(하나의 공영방송, 다수의 민영방송) 체제를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다. 여기엔 KBS2나 MBC 등 공영방송은 물론, YTN 등 준공영방송도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여당 내부에선 ‘1공영 다민영’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된 것으로 전해진다.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SBS라디오 '정치쇼'에 출연해 "세계 각국은 1공영 다민영(가 다수인데), 현재 대한민국은 다공영 1민영"이라며 “궁극적으로 대한민국도 1공영 혹은 2공영 다민영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MBC 지분을 매각해 민영화해야한다는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의에는 “궁극적으로 그렇게 돼야 된다”고 말했다.
◆ “공영방송 민영화 논의는 전세계 흐름…민영화 실패 사례도 살펴봐야”
학계에선 공영방송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그렇다고 민영화가 맞는 방향이냐는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공영방송 최소화라고 할 때, 몇 개까지 줄이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하면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공영방송이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를 어느정도 필요로 하며 재원은 얼마나 투입돼야 하는 지에 대한 객관석 분석과, 이에 기반한 논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공영방송 수를 줄이는 것만으로 미디어의 공공성·공정성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컨대 KBS는 뉴스에서 지상파 최초로 수어방송을 제공하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통합뉴스룸을 2년7개월 동안 유지하는 등 국가적 재난방송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사기업의 입장에선 제작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공영방송을 하나만 남겨뒀을 경우,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적 서비스나 콘텐츠가 충분히 생산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전문가는 또 “공영방송 개편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건 전세계 어디나 똑같다”라며 “다만 (인사청문회에서) 아쉬운 부분은 우리나라가 나름 콘텐츠 강국인데 아직도 공영 중심의 방송 체계를 가지고 있는 게 적합하냐는 방향에서 민영화를 제시했다면 훨씬 진전된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민영화를 현실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영화에 따른 결과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안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일례로 BBC·채널4 등 우리나라와 같이 다공영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영국도 2021년 채널4와 관련 민영화 계획을 수립했지만 최근 철회했다. 6번재 시도다. 정치적 후견주의 등 실패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결정적인 건 쇠퇴하는 공영방송을 사려는 기업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영국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신규사업자의 등장으로 제작비는 고공행진하는데 공적 재원만으로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민영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론은 실패였다”라며 “가장 큰 이유는 쇠퇴해가는 공영방송을 사려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하는 경우 오히려 해외 글로벌 자본에 우리의 공영방송이 넘어갈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 유료방송·민영방송은 규제 완화…미디어통합법 제정 논의 재개
한편 이 위원장은 유료방송에 대해선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방송통신 융합에 대응하고자 방통위가 설립됐지만, 인터넷TV(IPTV) 출범과 종편‧보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승인 등 새로운 경쟁체계가 도입된 이후 15년간 관련 법‧제도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이 위원장은 지적했다.
그 일환으로 미디어통합법 제정 논의도 재개될 전망이다. 방송법·IPTV법·전기통신사업 등 미디어 매체별로 분산된 규제체계를 하나의 법제로 통합하기 위함이다. 법제적 사각지대에 놓였던 OTT를 포함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현행법상 OTT는 방송사업자와 달리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에 일각에선 유료방송사업자 등 전통매체와 역차별을 야기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영방송에 대한 규제도 대폭 완화한다. 특히 민영방송에 대한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간소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위원장은 "민영방송의 경우 특정 기준을 넘으면 굳이 재허가·재승인 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또 공영방송은 폐지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데 형식적인 조건부 재허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면서 "문제가 생기면 경영진을 문책하는 게 맞다. 이 부분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니 그런 방향으로 논의해 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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