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인질로?”…‘IRA 발목’ 中 배터리, 韓 진출 본격화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중국 배터리의 한국 진출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노골적으로 제재하자 회피처로 우리나라를 낙점한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이 확실한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의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려는 의도도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중국 배터리 소재·장비 회사가 한국 투자를 검토 중이다. 이들은 단독 또는 합작 등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 중국 최대 소재사 롱바이의 한국 자회사 재세능원은 충북 충주 양극재 2공장을 착공했다. 내년 말 완공 예정으로 이곳에서 차세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소재인 LFMP 양극재와 삼원계 양극재를 생산하게 된다. 재세능원은 우리나라에 양극재 3공장과 양극재 중간재인 전구체 생산라인도 구축할 방침이다.
그동안 롱바이는 CATL, BYD, 고션 등에 양극재를 공급해왔다. 매출처 확장 차원에서 미국, 일본 등 고객과 양극재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IRA 등 여파로 중국산 소재 사용이 제한되면서 롱바이는 한국을 거쳐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와 거래하겠다는 포석이다. 국내 3사와 접점이 확대된 부분도 플러스 요소다.
화유코발트와 CNGR 등도 비슷한 흐름이다. 우선 화유코발트는 LG화학과 구미 양극재, 새만금 전구체 공장을 공동 설립하기로 했다. 양사는 중국에서 배터리 리사이클 회사를 세울 만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화유코발트는 포스코퓨처엠과 포항에 전구체 공장, 니켈 제련 시설을 마련한다. 두 회사는 중국에서도 전구체 및 양극재 생산기지를 구축한 상태다.
CNGR은 포스코홀딩스, 포스코퓨처엠과 손을 잡고 포항에 전구체 및 니켈 정제 공장을 짓는다. 1조60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거린메이(GEM)는 SK온, 에코프로 등과 함께 새만금에 전구체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투자액은 역시 조단위다. 3사는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중간재 생산법인을 만들기도 했다.
소재뿐만이 아니다. 장비 쪽에서는 항커커지가 SK온 공급망에 합류하면서 비상장사 비츠로와 국내 법인을 세웠다. 이를 기점으로 중국 다른 장비사도 한국 배터리와 협업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한국 오는 건 글로벌 규제를 피하면서 LG, 삼성, SK 등과 가까워진다는 이점이 있다. IRA의 해외우려집단(FEOC) 관련 세부안에 따라 변수가 생기겠으나 한국 기업과 엮어 있다면 미국으로서도 섣불리 공세를 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과 JV를 설립한 국내 업체들은 지분 추가 확보 등으로 IRA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중국 측이 쉽게 지분을 내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윤영주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전략실장은 “중국에서 IRA를 우회하고자 한국에 진출하는 건 맞다. FEOC 가이드라인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데 반도체과학법(칩스법) 수준으로 결정되더라도 중국 지분이 25% 미만이어야 해서 포스코퓨처엠 등 한국 업체의 경쟁력을 뛰어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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