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미니' 아닙니다…초소형전기차 '마이브 M1' 타보니 [소부장 현장속으로]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도로를 지나다 보면 가끔 눈에 확 띄는 차가 하나 있다. 언뜻 ‘BMW 미니’ 시리즈와 비슷해 보이지만 앞뒤로 훨씬 납작하고 조용히 지나가는 2인승 소형차. 국내 초소형전기차 제조사 마이브의 ‘M1’이다. 자신보다 훨씬 큰 차들이 즐비한 도심, 비슷한 비교 대상으로 경차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이처럼 작은 전기차의 효용은 충분할까? 8일 마이브의 경기도 안양시 본사를 찾아 직접 시승해봤다.
초소형전기차는 법적 분류상 ▲최대 출력 15kW ▲길이 3.6m ▲너비 1.5m ▲높이 2m ▲공차중량 600kg(승용), 750kg(상용) 이하에 속하는 차다. M1은 길이 2.8m, 너비 1.5m, 높이 1.56m, 10kW 배터리를 탑재해 초소형 승용전기차 조건을 만족하는 차다.
이번 시승은 마이브 본사에서 경기 의왕시 왕송호수를 왕복하는 25km구간에서 이뤄졌다. 전반적인 주행감과 사용 편의성, 주행가능 거리 확인 등에 초점을 뒀다.
기본적인 조작은 기존 내연기관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변속기에 P(주차)단이 없는 다이얼 형태는 다소 독특해 보였지만 중립에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채워 주차할 수 있다. 대시보드는 패널에 현재 속도와 전압, 주행가능거리, 배터리 잔량 등이 표시된다. 9인치 LCD 내비게이션은 국내 초소형전기차 최초로 안드로이드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기본 지원한다. 예컨대 안드로이드폰이면 시동 직후 안드로이드 오토로 TMAP을 연동해 길안내에 활용할 수 있다.
가속과 브레이크는 페달을 깊숙하게 밟는다는 느낌만 익히면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M1의 최대 시속은 80km이며 도심 내 주행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전기차인만큼 가속 능력이 좋았고, 특히 경차보다 작은 차체는 차량들 사이에서 차선을 이동할 때 확실히 부담이 적었다.
주행감은 도로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 작고 가볍게 만들어진 탓에 포장이 고르지 못한 도로나 높은 방지턱을 지날 땐 진동과 충격이 일반 승용차보다 크게 전달됐다. 초소형전기차는 애초에 단거리 라스트마일 주행에 특화된 카테고리로 시장에 출시된 만큼, 이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포장도로에서는 일반차와 비슷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배터리 및 전장품의 전비 제어는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듯하다. 이날 주행은 한낮 체감 온도가 35도를 웃도는 찜통 가운데 진행돼 에어컨을 계속 최대로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본사에서 출발할 당시 43%였던 배터리 잔량은 에어컨을 최대 가동하며 주행을 마친 후 6%로 표시됐다.
마이브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주행환경에선 잔량 1%당 1km 정도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에어컨 등 부가장치 사용이 증가하면 전력 소모도 빨라지지만 사용 전력에 따른 계산이 즉각 이뤄져 남은 주행거리 계산은 꽤 정확하게 이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충전은 7kw급 완속충전 기준 제원상 3.5kw로 충전되며 완충까지 걸리는 시간은 3시간30분 정도로 짧다.
디자인과 적재 능력은 M1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보통의 초소형전기차보다 볼륨감 있는 디자인은 작고 짧은 차체에도 불구하고 초소형 SUV 같은 느낌이 든다. 주행 중에도 주변 차량과 보행자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이 집중되는 걸 느꼈다. 디자인에 대한 개인의 호불호는 있겠지만 적어도 초소형전기차 카테고리 내에서 ‘잘 빠진 디자인’이란 점에선 이견이 없을 듯하다.
트렁크 공간도 겉보기보다 크다. 차를 살펴보던 중 가장 의외였던 대목이다. ‘2인승이니 트렁크는 가방 2~3개 들어가는 정도가 아닐까’ 싶었지만 경차보다 조금 작은 크기에 뒷좌석을 포기한 만큼 적재공간은 상당했다. M1은 특히 적재 관련 설계에 더 신경 쓴 모델이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초소형전기차 중 트렁크 공간을 확보한 건 M1이 처음이다. 면적은 라면박스 기준 최대 14개를 실을 수 있는 600리터다.
추가로 재밌는 점은 골퍼들을 겨냥한 특수 공간의 존재다. 트렁크를 덮고 있는 스펀지 판을 제거하면 운전석 뒤에 골프백을 세워서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추가로 나타난다. 실제로 일부 골프장에서 이를 도입해 고객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마이브 관계자는 “적재공간과 저렴한 유지비를 활용해 서울 도심에서 생계형 배달업을 하는 고객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충전비를 고려하면 월~금까지 한 달간 20일 정도 하루 100km를 운행할 때 마이브의 충전 비용은 불과 5만5000원 정도다. 내연기관 경차와 달리 구조상 주기적으로 교체가 필요한 소모품은 타이어와 브레이크 오일로 부담이 적으며 보험료와 경차 혜택도 유사한 수준으로 받을 수 있다.
현재 구입 가격은 국비 및 지자체 보조금 등을 포함해 최저 962만원(거창군)부터 1300만원 수준이다. 보조금 규모에 따라 구입 가격은 지역별로 상이하다.
다만 경차를 온전히 압도하기엔 ‘한방’이 모자란 점은 다소 아쉽다. 초소형전기차는 법규상 아직 자동차전용도(고속국도, 도시고속도로) 진입이 불가능하다. 내연기관 경차보다 저렴하지만 큰 차이는 아니다. 저속주행에 특화돼 안전사양도 아직 경차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초소형전기차가 애초에 전천후 경차를 온전히 대체할 목적이 아닌,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로 라스트마일 운행 수요가 큰 운전자나 초소형 화물차로 단거리 배달을 하는 소상공인을 위해 만들어진 분류이기 때문이다. 범용성보단 경차 이하, 이륜차 이상의 운송수단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 추천된다.
다만 초소형전기차 업계도 최근 시장 확대와 규제 개선을 위한 노력에 힘을 싣고 있다. 자동차 전용도로 제한 법령은 현재 규제 완화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며, 전라남도는 오는 9월부터 일부 초소형전기차의 자동차전용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실증을 진행하는 등 긍정적인 상황이다.
안전사양은 시장과 소비자 요구에 따라 매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요즘 출시되는 차량은 현재 단종된 다마스(소형승합차), 라보(소형트럭) 수준의 안전도는 갖춰졌다고 한다. 또한 2000만원 초반대의 구입가가 예상되는 전동화 경차들이 본격 출시되면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마이브 관계자는 “시장 수요를 고려해 트림 측면의 다각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현재는 지자체, MaaS(서비스형 모빌리티) 산업에서 초소형전기차의 가성비가 돋보일 수 있는 분야의 틈새공략을 가속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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