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블록체인] 30억원으로 가상자산 시장 정화될까?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오는 9월부터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최소 30억원 준비금을 적립해야 합니다.
지난 27일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과 가상자산거래소와의 협의를 거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및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지침은 업무절차 마련과 전산시스템 구축 등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1월 시행됩니다.
이번 정책이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구체적인 사항 알아보는 것으로 이번 주 주간블록체인 시작하겠습니다.
◆9월부터 최소 30억원 준비금 적립해야 하는 가상자산거래소, 파장은?
구체적으로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에 30억원 이상 준비금 적립을 요구하고, 장기 미이용 계좌에 대한 추심이체 제한 등을 통해 실명계정 거래의 안전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입니다. 준비금 적립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당장 오는 9월에 시행되는데요.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정도 준비금은 5대 원화마켓거래소들에게는 영향이 없습니다. 문제는 코인마켓거래소인데요. 영업이익은커녕, 인력비 절감을 위해 구조조정까지 단행하는 거래소가 많은 상황에서 30억원 마련 조항은 폐업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겠습니다.
코인마켓거래소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사실상 준비금 마련은 이용자에 대한 최소한의 투자 보호 지침이라는 측면에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봐야 맞겠습니다. 건전하지 못한 비즈니스 방향과 재무상태를 가진 곳들은 향후 순차적으로 정리된다고 봐야겠습니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1단계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이에 맞춰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회계처리 기준을 마련하면서 시장이 순차적으로 제도권으로 포섭되고 있습니다. 이 말은 각 사업자가 지켜야 하는 규칙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은행권 역시 실명계좌 입출금 계좌 발급을 위한 공통 지침을 마련한 것과도 같은데요.
구체적으로 알아보시죠.
향후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의 추짐지시에 따라 이용자 계좌에서 거래소 계좌로 자금이체시 전자서명인증 등 추가인증을 통해 이용자 거래의사를 확인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또 1년 이상 입출금이 없는 이용자 계좌에 대해 추심이제를 제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습니다. 장기 미이용 고객의 계좌를 불법으로 활용하는 세력이 상당 부분 제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이 이용자 계좌를 한도계정과 정상계정으로 구분홰 입출금 한도를 제한하고, 한도계정은 이용자 거래목적과 자금원천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정상계정으로 전환돼 입출금 한도가 확대됩니다. 불건전한 자금의 유통을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입출금한도 확대 기준과 절차는 내년 3월 준비가 완료되는대로 시행됩니다.
구체적으로. 은행은 실명계좌 이용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1년마다 강화된 고객확인(이하 EDD)을 실시합니다. EDD는 이용자 신원정보에 대한 확인 및 검증뿐만 아니라 거래목적과 자금원천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확인하는 것인데요. 다만, 은행은 자체 위험평가 모델에 따른 이용자의 위험등급에 따라 고객확인 주기를 다르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은행은 거액출금 등 고위험 실명계정 이용자로부터 '가상자산 거래내역 확인서', '재직증명서' 등 문서를 제공받아 거래목적과 자금원천에 대한 검증을 실시합니다. 다만, 문서 검증이 곤란한 경우 신뢰할 수 있고 독립적인 자료와 정보 등을 통한 검증도 허용되면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일부 남겨놓았네요.
이 외에도 의심거래보고 기준이 강화된다. 실명계정 입출금이 명확한 경제적·법적 목적 없이 복잡하거나 규모가 큰 경우 또는 비정상적 형태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의심거래보고 여부를 검토합니다.
예치금에 대한 별도예치·일일대사·현장실사·외부실사 등을 통해 이용자 예치금에 대한 보호조치도 강화한다. 앞으로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이용자의 예치금을 별도예치하거나 신탁해야 합니다. 매영업일마다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직전 영업일 예치금 현황을 제공받아 은행자료와 비교하고 확인해야 합니다. 은행은 월 1회 이상 가상자산거래소 사무시설에 방문해 현장실사를 실시합니다.
사실 가상자산 실명계좌 제도가 2018년 도입된 이후 거래소별 입출금한도 확대방식 등이 달랐는데요. 또 요구받는 적립금 수준 등도 달랐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통일된 조치를 마련함에 따라 각 거래소 입장에서는 어느정도 실명계좌 발급의 최소조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기준이 생겼다고 봐야겠습니다.
◆코인 범죄 겨낭,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 출범
코인 시장 사업자들이 지켜야 할 게 많아지는 상황에서 만일 지키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는지는 검찰 수사를 통해 알 수 있을것 같은데요.
가상자산 관련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가상자산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이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됐습니다. 지난 26일 공식 출범했는데요. 서울남부지검은 금융 및 증권범죄 중점 검찰청입니다. 검찰에 가상자산 전담 조직이 설치되는 거 이번이 처음입니다.
검찰이 국가의 형사사법을 다루면서 범죄를 수사하고 그에 따른 공소를 제기하는 기관임을 감안하면, 가상자산 범죄를 이제는 국가적으로 막고 단죄하겠다는 의미인데요. 가상자산 범죄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시작되는 단계로 보면 되겠습니다.
일단 합수단은 검찰,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국세청, 관세청, 예금보험공사, 한국거래소 등 7개 국가기관에 소속된 조사 및 수사 전문인력 30여명으로 구성됩니다. 합수단 초대 단장은 서울중앙지검 이정렬 공판3부 부장검사가 맡습니다.
합수단은 각 기관 전문인력과 협업해 '부실·불량 코인 발행·유통' 과정을 분석하고, 드러난 범죄 혐의에 대해 신속한 수사를 통해 가상자산 시장의 위험 요인을 제거하는데 힘쓸 예정입니다. 합수단은 크게 두 개 팀으로 나눠 운영됩니다. 먼저 조사·분석팀은 가상자산 발행이나 유통업체에 대한 건전성과 사업성을 분석하고, 이상거래 추적을 통해 범죄 관련성을 사전 검토합니다. 수사팀은 검토 결과를 토대로 수사대상을 선정해 수사와 범죄수익 환수를 담당하게 됩니다.
검찰은 그동안 가상자산은 발행과 상장, 유통 관련 불공정거래행위 금지규정이 법제화되지 않아 시장참여자들이 충분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초기 가상자산 옹호자들은 가상자산 자체가 탈중앙화된 시스템 속에서 발행되는 것인 만큼, 어떠한 통제에서부터 벗어나려는 속성이 강한 성질을 보여왔는데요. 이에 따라 기존 제도의 단점 등을 해결하고 효율을 추구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테라사태에서 보듯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면서 자유와 방임 그 어딘가 속해있는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심각성을 서서히 인지하게 됐죠.
금융당국에 따르면 2009년 비트코인 등장 이후, 세계 가상자산 시장 규모는 2021년 말 4300조원에 이를 정도로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14년 국내에 가상자산거래소가 등장한 후 불과 10년 만에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이용자 약 627만명, 시가총액 약 19조원, 1일 평균 거래약 약 3조원에 달합니다. 해당 산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블록체인 기술이 새로운 세상을 혁신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기에 충분했죠. 하지만, 통제받지 못하는 권력은 부패하듯, 통제받지 못했던 시장도 여러 폐해가 나타나면서 각국에서 제도권으로 포섭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네요.
◆김남국 의원, 코인 8억원어치 소유가 의미하는 것
앞서 거액 가상자산 보유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지난 5월 기준으로 8억원 상당 코인을 보유해 가장 많은 코인을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김 의원은 임기가 개시된 지난 2020년 5월부터 올해 5월까지 3년간 총 87종 가상자산을 보유했거나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빗썸 샌드박스 코인과 빗썸 솔라나 코인을 각각 1억 5000여만원씩 신고했습니다. 빗썸 갤럭시아 코인도 9300여만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김 의원은 2020년 5월 당시에는 21개 종류에 걸쳐 1억 5000만원 상당 가상자산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에 따르면 김 의원의 가상자산 보유액은 3년 새 7억원 가까이 증가한 것입니다. 일부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 의원의 코인 거래 양상을 보면 스왑거래까지 하는 등 상당히 거래에 익숙하고 또 전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네요. 그냥 한 두 번 하는 정도가 아니라, 매매중독에 가깝다는 시각이네요.
김 의원에 이어 민주당 김홍걸 의원 7300만원,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 292만원,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 110만원 순으로 코인 보유액이 많았습니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21대 국회 임기 시작 당시 2000만 원대의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2만원 남짓만 남기고 정리한 상태입니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민주당 김상희·전용기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은 10만원에 못 미치는 가상자산을 신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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