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단지 최종장] ② 김관영 전북도지사 “천조자조…1700만평 새만금 주목하라” [소부장박대리]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天助自助)는 말을 믿고 온 힘을 다해 뛰었다.” 김관영 전라북도지사가 <디지털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말이다.
전북은 새만금의 배터리 특화단지 지정을 위해 지난 9개월 동안 ‘맨땅에 헤딩’하듯 안팎의 역량을 결집했다. 그 덕분일까? 특화단지 선정 결과 발표를 목전에 둔 지금 새만금의 이미지는 단순히 ‘땅만 많은 간척지’가 아니라 ‘2차전지(배터리) 핫플레이스’로 탈바꿈 성공했다. 중소, 중견, 대기업을 막론하고 최근 2차전지 사업 신규 투자를 준비하는 기업 상당수가 새만금을 찾고 있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새만금은 전라북도 만경강과 동진강 하구를 총길이 33.9km의 방조제로 막고 흙을 매립해 육지화한 국내 최대 규모의 간척지다. 1991년 착공 후 여전히 정비 작업이 이어지고 있으며, 현재 새만금 내 산업연구 용지만 무려 5620제곱미터(약 1700만평)에 이른다.
<디지털데일리>가 지난 5월 직접 둘러본 새만금 산단은 실제 전망대를 통해 바라봐도 공구 하나 한눈에 담기 어려운 규모였다. 전북은 이처럼 새만금의 넓은 부지와 저렴한 땅값, 파격적인 기업 지원 정책, 공격적인 대외 홍보를 통해 심사 막판까지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 "기업 유치하겠다" 약속 지켜... 2차전지 4대 요소 기업 새만금에 '둥지'
김 도지사는 전북의 2차전지 사업을 ‘이제 막 산업의 씨앗을 파종한 단계’로 비유했다. 회고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의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 공고가 올라온 당시만 해도 전북에는 도를 대표할 만한 2차전지 선도기업이 없었다. 그만큼 공모를 만류하는 내부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김 도지사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기업 유치에 나설 테니 공모 준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김 도지사는 새만금을 2차전지 특화단지 입주에 최적지로 판단했다. 앞서 언급했든 부지 크기부터 경쟁 지역(울산, 포항, 오창, 상주)들을 압도한다. 산단 내 땅은 국유지이기에 타지역 개발지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수요 기업에 공급할 수도 있다. 각종 장비 반입과 향후 생산능력(CAPA) 증설을 위해 초기부터 공장의 확장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2차전지 투자 기업들에게 저렴한 땅값은 매력적인 요인이다.
김 도지사는 “땅뿐만이 아니다. 새만금이 투자진흥지구로도 지정되면서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혜택이 최장 5년(초기 3년 100%, 2년 50%)까지 주어진다. 산업 용수 공급이나 폐수처리 등 2차전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유틸리티도 잘 갖춰진 곳”이라며 “특히 재생에너지 클러스터를 통해 최근 기업들의 ESG 주요 경영 이슈인 ‘RE100(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100%)’ 달성이 가능한 친환경 산업단지”라고 말했다.
기업 친화적인 행정 정책 변화도 기업들이 새만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요소다. 기업 환경단속을 사전에 예고함으로써 기업의 부담은 줄이고 책임경영은 강화하는 ‘환경단속 사전 예고제’ 도입이 대표적이다. 또한 500여명의 공무원이 기업을 1:1 관리하는 1기업-1공무원 전담제도 실시 중이다.
김 도지사와 전북의 노력 결과는 실제 투자 유치로 나타났다. 지난 1년 사이 새만금에 투자한 기업은 총 28개, 전체 규모는 약 4조원에 달한다. 새만금개발청 개청 이후 9년의간 실적(33건, 1조4740억원) 대비 3배에 달하는 성과다. 특히 한중 기업 합작사인 ‘GEM코리아 뉴에너지 머티리얼즈’와 LG화학이 각각 1조2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약속한 점은 전북이 특화단지 공모에 도전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결국 지금은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 등 2차전지 핵심 소재 관련 기업이 모두 새만금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교통·물류의 이점도 탁월하다. 그중 새만금의 대동맥인 십자형 간선도로가 17일 완공된 점이 주목할 만하다. 가로축은 지난 2020년 동서도로가 개통됐으며 세로축은 남북도로 1단계가 2022년 12월에 개통됐다. 이번에 2단계가 완공되면서 지역 내 이동성이 크게 높아졌다.
트라이포트(항만·공항·철도) 구축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항만은 해양수선부가 5만톤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 2선석을 2026년 개항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공항과 철도는 국토교통부가 각각 2029년 개항과 2030년 개통을 목표로 설계 중이다.
선도 기업 유치가 끝이 아니다. 김 도지사는 “2차전지 초격차 기술 확보와 글로벌 인력 양성 육성 방안 마련에 집중했다. 전북의 약점이 R&D(연구개발)과 인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땅이 있어도 지역이 2차전지와 같은 첨단기술에 친화적이지 않다면 균형이 어긋난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전북이 택한 전략은 국내 우수대학과 연구기관을 대상으로 공동연구 수행과 인재 양성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것이다. 노력 끝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서울대학교 글로벌 R&D센터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전기안전공사 등과 4대 핵심 상용화 센터 구축 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간 거둔 성과를 기반으로 새만금의 특화단지 지정을 확정하기 위해 김 도지사도 ‘올인’을 외쳤다. 그는 “지난 5월18일이었다. 특화단지 공모 평가에 직접 발표자로 나섰다. 특화단지 유치를 바라는 도민들의 간절한 열망을 전달하려면 도지사가 직접 나서는 것이 최적이란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가가 아니라 긴장감도 컸고, 작은 실수도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발표를 앞두고 실전 같은 리허설만 20번 이상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 2차전지 지원 4대 추진 전략 완비, 추경 예산도 확보
발표 이후에는 새만금에 투자하거나 투자를 약속한 2차전지 기업 관련 자료들을 산업부와 기획재정부에 제공하고 새만금의 강점과 발전 가능성이 지속해서 어필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그의 원동력이었다고 한다.
새만금이 특화단지로 지정된 이후 계획도 마련돼 있다. 김 도지사는 “새만금 일대를 글로벌 2차전지 핵심소재 공급기지로 조성하겠다”며 “▲2차전지 벨류체인 고도화 ▲초격차 기술 확보를 통한 R&D 혁신허브 구축 ▲글로벌·초광역적 인재 양성 ▲기업지원 협업 플랫폼 구축 등 4대 추진 전략 준비는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기반 고도화를 위해 지난 추경 예산에 도비 15억원을 확보했다. 이로써 2차전지 초격차 확보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며 “전북테크노파크에 개소한 2차전지 인력양성 지원센터 운영을 체계화해 인력 수급도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도는 새만금이 특화단지 유치에 성공할 경우 발생 가능한 경제적 효과로 ▲생산액 8조5000억원 ▲부가가치 2조7000억원 ▲고용효과 3만2000명 등을 꼽았다. 전국 GRDP(지역내총생산) 비중도 2021년 2.7%에서 202년 3.5%까지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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